"현장 목소리 반영했다"…식약처, 신약·복제약 개발 부담 덜어준다
[파이낸셜뉴스] 허가 신청용으로 만든 의약품을 전량 폐기하고, 효과가 뻔한 복제약까지 같은 시험을 반복해야 했던 규제가 손질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바이오 분야 규제합리화 방안을 내놨다.
식약처는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체불가 대한민국: 더 큰 성장의 길, 규제합리화로 열다'를 주제로 열린 제2차 규제합리화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바이오 분야 글로벌 규제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식약처는 그동안 허가·심사 체계를 개편해 허가 기간을 240일로 줄이고, 디지털의료제품 규제 체계 마련과 화장품 수출 규제 해소 지원 등을 추진해 왔다. 이번 방안은 K-바이오가 국제 기준에 맞춰 실질적으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한 것으로 △현장 체감형 글로벌 규제 조화 △허가·심사 기준의 글로벌 규제 조화 △세계 최초 바이오 규제지원 체계 마련 등으로 구성됐다.
우선 허가 이전에 제조한 의약품의 판매가 허용된다. 지금까지는 품목허가가 나온 뒤 허가사항에 따라 만든 제품만 팔 수 있어, 허가 신청 등을 위해 미리 만든 의약품은 전량 폐기해야 했다. 앞으로는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지키고 최종 허가사항과 동일하게 제조하는 등 요건을 갖추고 공정 밸리데이션을 마친 경우 판매할 수 있다. 의약품을 시장에 더 빨리 공급해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AI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의약품에 대한 심사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지금은 의약품 개발에 쓰인 AI 기술을 따로 평가하는 기준이 없어 업계가 규제 수용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제품화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아끼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심사 기준도 제품 특성에 맞게 바뀐다. 지금은 모든 제네릭의약품이 허가 때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자료를 내야 한다. 앞으로는 수용성 주사제처럼 동등성이 명확한 의약품은 입증자료 제출을 면제하고, 안연고제는 제품 특성을 반영한 대체 시험으로 대신할 수 있게 한다.
일반의약품 심사 부담도 줄어든다. 현재는 일반의약품도 전문의약품과 같은 수준의 심사자료를 내야 한다. 앞으로는 이미 허가·신고된 제품과 투여 경로는 같고 제형만 조금 다른 경우(연고↔크림제 등) 약리작용과 부작용이 경미한 특성을 고려해 제출자료를 간소화한다. 다양한 일반의약품 개발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수출 지원체계도 구축한다. 오는 12월 31일 시행되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수출제조업 신설, GMP 인증, 원료물질 정부 인증 등 수출 맞춤형 규제 틀을 마련한다. GMP 인증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고 원료물질 국산화를 촉진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AI·소프트웨어 등 디지털 기술과 의약품이 결합한 '디지털융합의약품'도 선제적으로 지원한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을 바탕으로 제품 맞춤형 공동대응팀을 꾸리고, 원스톱 통합심사를 위한 표준 업무절차서와 임상시험 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업계는 그동안 디지털융합의약품의 분류와 인허가, 품질관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현장과 소통하며 국제 기준에 맞는 규제 환경을 만들고, 바이오 신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규제를 이끄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선제적 규제 지원에 힘쓸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