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팩션이 역사왜곡 면허 아냐"…'암살자들' 놓고 전문가들 직격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박정희학술원 주최…역사왜곡·표현의 자유 놓고 전문가 토론
"의혹 제기만으로 면책 안돼"…법적 책임 가능성도 거론

22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관에서 박정희학술원 주최로 열린 특별토론회 '영화와 역사: 상상력인가 사실왜곡인가?'에서 참석자들이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이성호 명지대 연구교수, 홍승기 변호사, 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 유석재 조선일보 역사문화전문기자, 이호선 국민대 교수. 사진=최승한 기자
22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관에서 박정희학술원 주최로 열린 특별토론회 '영화와 역사: 상상력인가 사실왜곡인가?'에서 참석자들이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이성호 명지대 연구교수, 홍승기 변호사, 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 유석재 조선일보 역사문화전문기자, 이호선 국민대 교수. 사진=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영화 '암살자들'이 문세광 단독 범행이라는 기존 수사 결과, 실제 사건 당시의 기록 영상, 그리고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 등 서로 다른 역사적 사실들을 함께 엮어 표현한 가운데 '영화적 상상력'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의문이 제기됐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뒤섞어 관객이 실제 사건처럼 받아들일 소지가 있다면 창작자에게도 그에 따른 책임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박정희학술원은 22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관에서 '영화와 역사: 상상력인가 사실왜곡인가?'를 주제로 특별토론회를 열었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이성호 명지대 연구교수, 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다.

토론에서는 역사적 사실 사이의 빈 공간을 상상력으로 채우는 것과 이미 확인된 사실을 달리 묘사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제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 대중의 역사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실과 해석, 추정과 허구를 어떻게 구분해 보여줄 것인지도 창작자가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다.

유석재 역사문화전문기자는 영화가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기존 수사 결과와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중앙정보부와 경호실 등의 개입을 암시한 점을 문제 삼았다. 또 영화 속 언론인들의 진실 추적과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연결한 데 대해서도 "피격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팩션이나 열린 결말이 역사를 왜곡해도 좋다는 만능키는 아니다"며 실제 자료 화면까지 삽입한 만큼 관객이 사실과 허구를 혼동할 가능성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과 비극적 사건을 뒤틀어 진실처럼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역사적 의혹과 정치적 논란을 흥행을 위한 소재로 활용할 경우 사회적 갈등까지 상품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법적 책임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호선 교수는 제작진이 상상력의 영역에서 질문을 던졌을 뿐이라고 설명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 등을 둘러싼 과거 법원 판단을 사례로 들며 실제 기록과 허구가 뒤섞여 관객이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면 명예훼손 등 법적 쟁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전문위원은 영화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보다 사건의 배후가 있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식도 문제 삼았다. 그는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실제 증거와 증언에 어긋나는 가능성을 제시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설득력 있는 서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변호사는 역사적 인물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은 창작의 영역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에 대해서는 책임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암살자들'은 지난 21일 기준 누적 관객 329만5125명을 기록했다.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자유언론실천선언 #표현의 자유 #문세광 #영화 '암살자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