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가른 여고 동창의 엇갈린 노후"...전업주부 연금의 문, 13년 만에 다시 열린다
여성 노령연금 남성의 '절반'… 60세 넘겨 '각자도생' 납부 악순환 끊기
강남발 '재테크 악용' 차단·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병행이 법 개정 관건
[파이낸셜뉴스] 결혼 후 전업주부로 살았다는 이유로 국민연금 가입 대상에서 일괄 배제돼 온 무소득 배우자와 무소득 청년 등 667만 명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대대적인 가입구조 개편이 추진된다.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설계된 '외벌이 가장 중심의 1가구 1연금' 모델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모든 성인을 독립된 수급권자로 인정하는 '1인 1연금'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2013년 제도 개편 시도가 무산된 지 13년 만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2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업무보고에 따르면, 정부는 소득이 없는 배우자 등을 지역가입자 내 '납부예외자'로 편입하는 가입체계 개편안을 마련 중이다.
현행 국민연금법상 18~59세 인구 2940만 명 중 국민연금 가입자는 2093만 명, 특수직역연금(공무원·군인·사학) 가입자는 180만 명 수준이다. 나머지 약 667만 명은 제도권 밖의 '적용제외자'로 분류돼 있다.
특히 현행 제도는 같은 무소득자라도 '결혼 여부'에 따라 수급 기회가 갈리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미혼 무소득자는 지역가입자 자격을 유지한 채 보험료 납부를 유예하는 '납부예외자'가 되지만, 소득 있는 배우자를 둔 기혼 무소득자는 아예 가입 대상에서 빠지는 '적용제외자'가 된다.
납부예외자는 훗날 소득이 생겼을 때 과거 기간에 대해 최대 119개월까지 보험료를 소급해 내는 '추후납부(추납)' 제도를 활용할 수 있고 저소득자 보험료 지원도 받는다. 반면 과거 납부 이력이 없는 전업주부는 추납 자격 자체가 원천 차단된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27~59세 적용제외자 385만 7798명 중 91.6%(353만 5479명)는 과거 직장 생활 등으로 보험료를 낸 이력이 있었다. 4년 넘게 보험료를 납부했던 사람도 216만 명에 달했다. 경제활동을 하다가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면서 제도 밖으로 밀려난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낡은 가입구조는 심각한 '성별 노후 빈곤 격차'로 직결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여성의 월평균 노령연금 수령액은 42만 9206원으로, 남성(85만 1670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월 40만 원 미만을 받는 저연금자 중 여성은 167만 2182명으로 남성보다 약 59만 명 많다. 반면 월 100만 원 이상 수급자는 남성이 약 98만 명에 달하는 반면 여성은 5만 3000여 명에 그쳤다. 출산 장려를 위해 도입된 '출산 크레딧' 누적 수급자의 97.3%(9957명)마저 가입 기간이 길고 소득이 높은 남편 명의 연금으로 흡수됐다.
제도가 노후를 보장해주지 못하자 여성들은 자발적 비용 부담으로 '각자도생'을 이어왔다. 법적 의무가 없는데도 스스로 전액 보험료를 부담하는 임의가입자(33만 3717명)의 80.3%(26만 8113명)가 여성이며, 최소 가입기간(10년·120개월)을 채우기 위해 60세 이후에도 납부를 이어가는 임의계속가입자(45만 4886명) 역시 여성이 남성의 2.2배에 달한다.
정부 구상대로 무소득 배우자가 지역가입자 납부예외자로 전환되면, 당장 보험료를 내지 않더라도 가입자 자격이 유지된다. 이후 소득이 발생하거나 여유가 생겼을 때 해당 기간의 보험료를 추납해 10년 최소 가입요건을 채우고 평생 독자적인 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재정 안정성과 형평성을 담보하기 위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과거 강남권 등에서 고소득층 전업주부들이 임의가입 후 한꺼번에 10년 치 목돈을 추납해 고수익 연금을 챙기는 '연금 재테크' 논란이 일었던 만큼, 추납 시 적용할 기준소득월액 산정과 분할납부 장치 등 역진성 방지 대책이 정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금 전문가들은 "단순히 가입 문호만 열어둘 경우 자금 여력이 있는 부유층만 혜택을 보고 실제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 취약계층은 배제될 수 있다"며 "지역가입자 보험료 국고 지원 확대와 출산·돌봄 크레딧의 사전 부여 등 실질적인 재정적 지원책이 패키지로 결합해야 진정한 '1인 1연금' 안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