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낙태 놓고 갈라진 미국…분열의 뿌리를 읽다 [fn 북브리핑]
콜린 우다드 신간 '분열하는 미국'
9개 문화권으로 정치·사회 갈등 분석
기대수명·총기 사망률 격차도 비교
총기 규제는 시민을 지키는 장치일까,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통제일까. 낙태와 이민,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싼 미국의 갈등에는 정부의 역할과 공동체의 책임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이 깔려 있다.
역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콜린 우다드는 신간 '분열하는 미국'(글항아리)에서 갈등의 뿌리를 지역 문화에서 찾는다. 수백 년 전 정착민들이 남긴 가치관과 제도가 오늘의 정치·사회에 미친 영향을 추적한다.
■주 경계를 가로지르는 9개 문화권
저자는 미국을 9개 지역 문화권으로 나눠 살핀다. 뉴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한 '양키덤', 뉴욕 일대의 '뉴네덜란드', 남부의 '딥사우스' 등이 대표적이다.
하나의 주 안에서도 문화권이 갈려 정책을 둘러싼 협상과 타협이 필요해진다. 책의 분류에서 단일 문화권으로 묶이는 주는 50개 중 15개뿐이다.
차이를 읽는 축은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이익이다. 공교육과 공공시설을 중시한 곳이 있는가 하면, 정부의 간섭을 경계하고 낮은 세금과 작은 공공 부문을 선호한 곳도 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대규모 이민도 영향을 남겼다. 이민이 활발했던 곳에서는 종교와 출신이 다른 이들을 미국인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퍼졌지만, 이민자가 적었던 남부에서는 기존의 위계와 전통이 유지됐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정당의 강령과 지지 기반이 시대에 따라 달라져도 지역에 뿌리내린 정치·사회적 전통은 더 오래 지속된다고 본다.
■수명·총기 사망률로 드러난 격차
책은 역사 서술에 여론조사와 보건 통계를 결합한다. 저자가 이끄는 네이션후드랩이 2010~2020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딥사우스의 총기 사망률은 뉴네덜란드의 약 4배였다. 타살과 자살을 합친 수치다.
2018~2020년 자료에서는 같은 백인끼리 비교해도 그레이터 애팔래치아의 기대수명이 뉴네덜란드보다 4.4년 짧았다. 책은 이런 차이를 개인의 건강 습관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세금과 규제, 사회서비스에 대한 지역의 선택이 의료와 생활환경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
낙태 문제에서는 종교 공동체의 분포에 주목한다. 같은 종교라도 지역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며,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비중과 정치적 영향력이 정책의 방향을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기후변화 대응에는 공통분모도 있다. 연구소가 분석한 2019~2021년 여론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문화권 모두에서 탄소 배출 제한에 찬성하는 응답이 반대보다 많았다. 정치권의 대립과 주민들 사이의 합의 가능성을 구분해 볼 대목이다.
우다드는 분열의 역사에서 통합의 가능성을 찾는다. 독립선언문에 담긴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출신이나 혈통을 넘어 시민으로서 공유할 가치를 다시 세우자고 제안한다. 김주헌 옮김. 448쪽.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