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90의 계보를 전기로 잇는다"…520㎞ 플래그십 세단, 볼보 ES90 [기똥찬 모빌리티]
마곡~포천 왕복 110㎞, 트윈 모터 AWD 울트라 시승 회생제동 울렁임 없이 감속...플래그십 세단의 움직임 모터 커버·부싱·차음유리로 만든 압도적인 실내 정적
[파이낸셜뉴스]계기판 숫자가 바뀌는 동안 귀에 들어오는 건 거의 바뀌지 않는다. 노면이 거칠어져도 몸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차는 서두르지 않고 속도를 내려놓는다. 볼보가 세단의 맨 윗자리를 전기차로 넘기며 내놓은 플래그십, ES90이다.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과 경기 포천을 오가는 왕복 약 110㎞ 구간에서 트윈 모터 AWD 울트라를 시승했다.
볼보에서 세단의 꼭대기는 오래 S90의 자리였다. ES90은 그 자리를 전기로 잇는 차다. 볼보는 이 차를 세단의 헤리티지를 전동화 미래로 연결하기 위해 개발한 차세대 플래그십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에서 이 차가 갖는 무게는 조금 더 크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한국을 볼보 세단 판매 글로벌 2위 시장으로 꼽았다. 세단이 잘 팔리는 나라에 세단의 다음 세대를 가장 공격적인 값에 들여온 셈이다.
외관은 전장 5m의 차체에 패스트백 형태의 지붕선을 얹었다. 앞에서는 볼보의 '토르의 망치' 헤드라이트가 얼굴을 잡는다.
실내의 핵심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다. 엔비디아·퀄컴과 함께 개발한 차세대 플랫폼 '휴긴 코어'가 안전과 주행, 인포테인먼트, 배터리 관리를 한데 묶고, 무선(OTA) 업데이트로 기능을 계속 개선한다. 실내에는 트렁크를 포함해 레이더 센서 5개가 들어갔다. 약 1㎜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읽어 탑승자를 감지하고, 사람이 타면 전원과 공조를 깨우며, 침입이 있으면 경보를 울린다.
이 차를 설명하는 첫 단어는 '조용하다'다. 전기차는 엔진 소리가 없는 대신 모터와 감속기가 내는 높은 음(화인 노이즈)이 귀에 걸리기 쉽다. 볼보는 전기모터를 섬유계 어쿠스틱 커버로 감싸고, 모터 장착부에 대형 부싱을 넣어 진동이 차체로 넘어가는 길을 막았다. 후륜 모터에는 오일 냉각을 적용했는데, 내부 온도를 고르게 유지하면서 미세 진동을 일부 흡수하는 효과도 낸다. 시승한 울트라 트림은 모든 유리에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들어간다.
그 결과는 귀가 아니라 피로도로 느껴졌다. 국도와 고속도로를 번갈아 달리는 동안 소음이 갑자기 커지는 순간이 드물었다. 시끄러운 구간을 지나고 나서야 그 구간이 시끄러웠다는 걸 알아차리는 식이다. 오래 앉아 있어도 귀가 지치지 않는다.
승차감도 같은 방향을 본다. 볼보는 앞뒤 서스펜션 스프링이 붙는 차체 구조물에 캐스트 알루미늄을 썼다. 무게는 줄이면서 국부 강성과 비틀림 강성을 높여,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이 실내로 번지는 걸 줄이려는 설계다. 노면 이음매를 지나도 차 안의 사람은 그 이음매를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트윈 모터 사륜구동이 속도를 넉넉히 붙인다. 그 과정은 조용하다. 이 차의 성격이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건 발을 뗄 때다. 회생제동이 걸리면서 감속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기울기로 이어진다. 전기차에서 흔히 겪는, 속도가 줄며 몸이 앞뒤로 울렁이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엔진 차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로 옮겨갈 때와 감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볼보 플래그십 세단에서 기대하는 움직임 그대로다.
전기차의 기본기도 갖췄다. 106㎾h 배터리를 얹은 트윈 모터는 국내 인증 기준 상온 복합 520㎞(도심 548㎞, 고속 486㎞)를 달린다. 저온 복합도 469㎞다. 볼보는 국내 시판 중인 동급 수입 프리미엄 세그먼트 가운데 가장 길다고 설명한다. 볼보 최초로 800V 고전압 시스템을 넣어 350㎾ 충전기에서 10분이면 300㎞를 달릴 만큼 채우고, 10~80% 충전은 22분이면 끝난다. 배터리는 CATL 제품이다.
가격은 7294만원부터다. 볼보는 유럽 시장보다 약 5000만원 이상 낮게 책정했다고 밝혔고, 전기차 보조금(서울시 기준)과 세제 혜택을 반영하면 트림에 따라 7081만원부터 구매할 수 있다. 8월 말 기준 사전계약은 3000대를 넘겼다.
S90이 지켜온 자리는 조용하고 편한 세단이었다. ES90은 그 자리를 이어받으면서 엔진을 덜어냈고, 발을 떼는 순간의 감각까지 세단의 것으로 맞췄다. 엔진이 빠진 자리를 채운 건 더 깊은 정적이다. 볼보가 세단의 다음 장을 넘긴 방식이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