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제균, 여성이 불리… 높은 항생제 내성과 부작용이 원인 [헬스체크]
[파이낸셜뉴스] 산부인과 질환이나 요로감염 치료로 항생제를 자주 접하는 여성일수록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최용훈 교수 연구팀은 20여 년간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헬리코박터균) 제균 성공률이 낮고 주요 항생제 내성률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에 사는 세균으로 만성 위염, 위·십이지장궤양, 위암의 주요 원인이다. 감염되면 항생제와 위산억제제를 함께 복용하는 제균 치료를 받는데, 제균에 성공하면 위암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균이 늘고 부작용이나 복약 순응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면서 성공률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그동안 치료 성적과 내성에 남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은 있었지만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렸고, 내성의 성별 차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먼저 2003~2024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 4748명을 분석했다. 치료를 시작한 전체 환자 기준으로 여성의 제균 성공률은 65.1%로 남성(71.1%)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반면 치료를 끝까지 마친 환자만 보면 여성 87.0%, 남성 85.7%로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부작용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치료 중 부작용을 호소한 비율은 여성이 60.2%로 남성(37.9%)보다 크게 높았고, 치료 후 확인 검사를 받지 않고 이탈한 비율도 여성(21.7%)이 남성(17.1%)을 웃돌았다. 여성이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 성공률이 낮게 나타났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2003~2025년 감염 환자 890명의 위 조직에서 균을 채취해 제균 치료에 쓰이는 항생제 6종의 내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클래리스로마이신(여성 50.0%, 남성 35.9%), 메트로니다졸(45.3%, 38.4%), 레보플록사신(45.8%, 33.7%), 목시플록사신(45.5%, 34.1%) 등 4종에서 여성의 내성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아목시실린과 테트라사이클린은 차이가 없었다. 특히 클래리스로마이신·레보플록사신·목시플록사신은 나이, 음주, 체질량지수 등을 보정한 뒤에도 여성의 내성 위험이 높았다.
차이는 치료 실패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 더 두드러졌다.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서는 남녀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실패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는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률이 여성 80.9%, 남성 67.2%로 벌어졌다. 레보플록사신 내성률도 여성 61.1%, 남성 48.9%였다.
여러 항생제에 동시에 듣지 않는 다제내성도 여성에서 많았다. 클래리스로마이신·메트로니다졸 이중내성은 여성 27.9%, 남성 20.4%였고, 퀴놀론 계열까지 더한 삼중내성은 여성 19.7%, 남성 13.3%였다. 다제내성은 갈수록 늘어 전체 이중내성 비율은 2003~2007년 9.2%에서 2018~2025년 40.0%로, 삼중내성은 1.4%에서 31.7%로 뛰었다. 남성의 이중내성 비율이 2013년 이후 30% 안팎에 머문 반면, 여성은 꾸준히 늘어 2018~2025년 50.0%에 달했다.
김나영 교수는 "여성의 낮은 제균 성공률에는 높은 항생제 내성과 부작용으로 인한 중도 탈락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여성은 산부인과 감염이나 요로감염 치료 등으로 항생제에 노출되는 일이 많아 내성이 높아졌을 수 있는 만큼,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최용훈 교수는 "치료에 실패한 적이 있는 여성은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아 다음 치료 전 내성 유전자 검사나 배양 검사로 내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치료 전 충분히 설명하고 부작용을 관리해 환자가 치료를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지(Korean Journal of Helicobacter and Upper Gastrointestinal Research)'와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 온라인판에 각각 실렸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