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모낭을 '냉동 보관'하는 시대... 그 효과는? [김진오의 탈모탈출]

김현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모낭 냉동 보관'의 한 과정. /사진=제미나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모낭 냉동 보관'의 한 과정. /사진=제미나이

[파이낸셜뉴스] 머리숱이 충분한 지금, 미래에 쓸 몫을 조금 남겨둘 수 있다면 어떨까. 탈모 가족력이 있다면 더 반가울 이야기다. 지금의 모낭을 보관해 나중에 활용할 수 있다면 탈모에 대비하는 방법도 달라질 것이다.

젊은 시절 모낭을 저장하는 '헤어 뱅킹'... 해외에서는 상용화

난자나 정자를 냉동 보관하듯 건강한 모낭을 미리 채취해 보관하는 '헤어뱅킹'은 이런 구상에서 나왔다. 최근 미국 뉴욕포스트가 소개한 것도 이 기술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모낭 보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젊을 때 확보한 모낭에서 세포를 얻고, 이를 충분히 늘려 훗날 모발 재생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안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냉동 보관 기술 자체보다 그다음에 있다. 보관을 선택하는 사람은 냉동고 속에 자신의 조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기 어렵다. 언젠가 머리숱이 줄었을 때 실제로 꺼내 쓸 수 있는 치료를 기대한다. 헤어뱅킹의 가치는 그 기대가 어디까지 실현되느냐에 달려 있다.

모발이식을 하는 의사로서도 기대할 이유가 충분하다. 현재의 모발이식은 이미 있는 모낭을 옮기는 수술이다. 탈모 부위가 넓어져도 뒤통수에서 가져올 수 있는 모낭의 수는 한정적이다. 적은 양의 조직에서 치료에 필요한 세포를 얻거나 새로운 모낭까지 만들 수 있다면, 지금보다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

'냉동 보관'과 '치료 효과'는 별개... 지속적 치료 효과 확인해야

그렇기에 이 기술은 무엇을 보관하고, 나중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모낭 조직을 통째로 보관하는 방법과 모낭에서 특정 세포를 분리해 보관하는 방법은 다르다. 또 가늘어진 기존 모발의 성장을 돕는 것과 새로운 모낭을 만들어 전체 모발 수를 늘리는 것도 서로 다른 목표다. '모발 재생'이라는 말 안에 이 과정들이 한꺼번에 담기면 기술이 실제보다 완성된 것처럼 들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냉동 보존에 관한 연구는 이미 있다. 사람의 모낭을 얼렸다가 해동한 뒤 세포를 배양하고, 그중 특정 줄기세포의 분화 능력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한 연구다. 보관한 조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세포를 얻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다. 다만 특정 세포가 살아남는다는 결과만으로 모낭 전체의 구조와 기능이 그대로 보존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해동을 거친 세포가 잘 살아 있어도 다음 과제가 남는다. 모유두세포는 모발의 형성과 성장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배양 과정에서 수가 늘어나는 동안 모발 형성을 유도하는 특성이 약해질 수 있다. 세포를 많이 확보하는 기술과 그 세포로 머리카락을 만드는 기술을 함께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이 문제에서는 실험에서 모낭 형성을 유도한 성과가 있고, 사람에게 모낭 유래 세포를 주입해 모발 밀도나 굵기의 개선을 관찰한 연구도 있다. 그러나 실험에서의 성공, 제한된 임상시험에서의 개선, 장기간 보관한 조직으로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얻는 일은 각각 확인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모낭에서 세포를 분리해 미리 보관하고, 나중에 배양해 탈모 치료에 활용하겠다는 사업이 소개된 적이 있다. 관련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세포를 분리하고 배양하는 방법을 개선하고 생쥐에서 모발 성장을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가 멈춰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성과를 보관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의 치료 결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난자 냉동 보관과 '완성도'면에서 차이... 후속 연구 필요

난자와 정자의 냉동 보관은 이미 임상에서 사용하는 생식의학 기술과 연결돼 있다. 물론 그것도 임신과 출산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헤어뱅킹은 보관 이후 활용할 모발 재생 치료 자체에 아직 개발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차이가 있다. 보관 방식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 뒤에 이어질 치료의 완성도까지 같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앞으로 어떤 세포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얼마나 굵고 많은 모발을 얻을 수 있을지,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더 확인해야 한다. 보관한 모낭을 나중에 활용하는 편이 그때 새로 채취하는 것보다 실제로 유리한지도 환자에게는 중요한 질문이다. 젊은 조직을 확보한다는 설명과 임상적인 이득을 입증하는 일 사이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이 거리가 좁아지는 소식은 반갑게 기다리고 싶다. 모낭의 수에 제약을 받던 사람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모낭을 맡기는 사람이 확보하는 것은 미래 치료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재료다. 치료의 시기와 결과까지 함께 예약하는 것은 아니다.

모낭을 얼려두는 시대 다음에는, 그 모낭을 꺼내 사람의 머리숱을 얼마나 오래 회복시켰는지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그때라면 보관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지금보다 훨씬 구체적인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김진오 원장
김진오 원장

/김진오 뉴헤어모발성형외과 원장

[email protected] 김현선 기자


#탈모 #모낭 #냉동 보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