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삼킨 틀니, 사라진 줄 알았는데"…30세 남성 식도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 [이상징후]
럭비 경기 중 치과 보철물 삼킨 25세 남성
첫 엑스레이 정상…몸 밖으로 나온 것으로 판단
5년 뒤 음식 삼키기 어렵고 기침·객혈까지
식도 거의 막히고 기도와 구멍…결국 식도 절제
[파이낸셜뉴스] 5년 전 럭비 경기를 하다 실수로 삼킨 치과 보철물. 사고 직후 달려간 응급실 엑스레이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의료진은 이미 몸 밖으로 배출됐다고 판단했고, 남성 역시 대수롭지 않게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작은 보철물은 5년 내내 남성의 식도에 흉측하게 박혀 주변 조직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최근 국제학술지 '외과 증례보고 저널(Journal of Surgical Case Reports)'에는 영국 레스터 왕립병원 의료진이 보고한 30대 남성의 충격적인 식도 손상 증례가 실렸다.
25세 무렵 사고를 겪었던 남성은 5년에 걸쳐 서서히 목이 조여오는 고통을 겪었다. 간헐적으로 음식을 삼키기 힘들더니, 어느 순간부터 음식물이 아예 식도에 걸려 내려가지 않았다. 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급기야 피를 토하는 '객혈'까지 나타났다.
견디다 못해 다시 찾은 병원. 놀랍게도 이번 일반 흉부 엑스레이에서도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밀 검사인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내시경 검사 결과는 참혹했다.
남성의 식도는 가로 지름이 4.53㎝에 달할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부어올라 있었다. 식도 내부에는 거대한 염증 덩어리가 통로를 완전히 틀어막고 있었는데, 그 중심에 5년 전 삼켰던 치과 보철물이 박혀 있었다. 상태는 심각했다. 보철물이 장기간 주변 조직을 자극하면서 식도와 공기가 통하는 기도(기관) 사이에 비정상적인 구멍인 '기관식도루'까지 뻥 뚫려 있었다. 자칫 음식물이나 침이 기도로 넘어가 치명적인 흡인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는 응급 상황이었다.
당초 식도암까지 의심했던 의료진은 조직검사 끝에 만성 염증과 광범위한 섬유화(조직이 딱딱한 흉터로 변하는 현상)를 확인했다.
이미 보철물만 빼내서 해결될 단계가 아니었다. 의료진은 오른쪽 가슴을 여는 개흉술을 통해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 식도를 아예 절제해 냈다. 식도와 기도 사이의 구멍을 꿰매 복구하고, 위를 위쪽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식도를 만드는 대수술이 이어졌다. 남성은 수술 후에도 내시경 진공 치료와 좁아진 부위를 넓히는 시술을 수차례 반복한 끝에야 간신히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대체 왜 5년 전 엑스레이는 보철물을 찾아내지 못했을까. 연구진은 치과 보철물의 '재질'을 지적했다. 플라스틱이나 세라믹 등 비금속 재질이 많이 섞인 보철물이나, 모양이 불규칙한 이물질은 2차원 평면인 일반 엑스레이상에 선명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이물질을 삼켰을 때 엑스레이가 정상이라고 해서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 목에 걸리는 느낌, 지속적인 기침이나 객혈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불편함으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CT나 내시경을 통해 정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이상 신호를 '괜찮겠지'라며 외면한 대가는 혹독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