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장중 117달러 돌파…내년 4월물도 100달러 뚫어
[파이낸셜뉴스]
국제 유가가 23일(현지시간) 배럴당 117달러를 돌파하며 지난 4월 이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제 유가 기준 유종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장중 전일 대비 3.8% 급등한 배럴당 117.45달러를 기록했다. 배럴당 117달러가 뚫린 것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유가 기준 유종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 역시 3% 넘게 급등하며 장중 배럴당 103.30달러까지 뛰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재공습을 계획 중이라는 보도 속에 유가 상승세 고삐가 풀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이달 들어서만 10% 넘게 급등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유가 급등 배경으로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우선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 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다. 석유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두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석유 공급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
아울러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 이후 주요국들이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하면서 이제 석유 재고가 충분치 않다는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공급 충격을 줄여줄 완충 패드가 점점 얇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이란은 세계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석유 공급을 옥죄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 관영 TV는 22일 유조선 7척이 공격을 받았거나 기뢰에 파손됐다고 주장했다.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외교관 일부를 대피시켰다.
유명 석유 애널리스트인 헬리마 크로프트 RBC 캐피털 마켓츠 글로벌 상품전략총괄은 "중동 군사작전 위험성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면서 "미사일이 서로 오가는 상황이어서 전쟁이 "곧 끝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 됐다"고 말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래피던 에너지의 밥 맥날리 사장은 "상호 억제가 실패하고, 핵심 석유 인프라의 대규모 피해가 동반된 갈등 고조 상황으로 치달으면" 브렌트유가 순식간에 배럴당 150달러를 찍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한 비판이다.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미국이 "전쟁을 매우 신속하게 끝낼 수 있다"면서 "이란은 실패한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만큼 석유를 빼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마이크 왈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FT에 이란과 소강국면이 앞으로 1년을 더 지속될 수도 있다고 말한 뒤 트럼프의 발언이 나왔다.
한 대형 상품 중개업체 간부는 이전에는 이란 전쟁이 심화하는 것에 대해 시장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재개는 중간선거 이전이냐, 이후냐라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전쟁이 조만간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고유가 상황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수개월 뒤 유가 선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브렌트유 내년 4월 인도분은 23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전쟁 초기와 달리 느슨해지면서 석유 공급이 늘고 있지만 유가는 오르고 있다.
해사 정보 업체 케플러(Kpler)에 따르면 이란을 제외한 걸프 산유국들은 심지어 지난주 석유 수출 물량이 전쟁 이전 수준을 앞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선박 추적업체들의 지표에서는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이란과, 친 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석유 인프라 공격으로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삭소뱅크의 상품전략총괄 올레 한센은 "시장에서는 추가 공격이 원유 생산, 정유, 수출 인프라를 손상시키고, 항로 우회로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공급 차질을 촉발할 것이란 우려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걸프 산유국들은 수출할 수 있는 지금 최대한 수출하자며 속도를 내고 있지만 투입 가능한 유조선이 한정돼 있어 조만간 수출 속도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이란과 전면전이 재개되면 원유는 물론이고, 휘발유, 경유, 항공유 같은 정유제품 가격이 치솟는다.
이미 배럴당 2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경유는 250달러 이상으로 뛸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석유 인프라 피해 정도에 따라 경유 가격 상승폭이 결정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촉발한다.
더블라인의 빌 캠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플레이션이 떨어지지 않는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