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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동맹들, 스페이스X에서 위성통신 독립 추진…각자도생, 험하고 먼 길"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스페이스X 팰컨 9 로켓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너배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UPI 연합
스페이스X 팰컨 9 로켓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너배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UPI 연합

미국 동맹국들이 스페이스X에 의존하던 위성통신망의 취약점을 깨닫고 위성통신망 독립을 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결정으로 우크라이나가 사용하던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통신 속도가 갑자기 제한된 뒤 나타난 혼란을 직접 지켜봤기 때문이다. 핵심 인프라인 위성통신을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무모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 위성통신 독립 필요성 자각

유럽 각국은 '킬스위치'가 내장된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머스크가 마음만 먹으면 유럽과 상의도 없이 핵심 통신망을 먹통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소셜미디어 X에서 머스크를 비판했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당신의 제품으로 정치를 하려 하면 할수록 당신의 브랜드는 더 손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 사용료 일부를 분담하고 있다.

미국서도 스페이스X 의존에 우려

미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의존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케빈 크레이머(노스타코다) 상원 의원은 23일 미국은 "한 시스템, 한 인물, 한 회사에 그렇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안이 없다

스페이스X의 위성 통신망인 스타링크 고객들이 직면한 문제는 단기적으로 이를 대체할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가 장악한 지구저궤도 위성 시스템과 경쟁할 유럽 업체는 프랑스 유텔샛(Eutelset) 자회사인 '원웹'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원웹은 현재 약 650개 위성을 운용하고 있고, 이를 2030년까지 약 1300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 에어버스에 10억유로(약 1조4800억원) 규모의 저궤도 위성 제작을 맡겼다.

그러나 원웹 위성 통신망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타링크 저궤도 위성은 현재 1만1000개가 넘는다.

게다가 원웹 기술은 구닥다리여서 효율이 떨어진다. 특히 위성통신 수신기가 크고 무거운 데다 전력 소비도 많아 전선에 투입하기 어렵다. 또 스타링크나 군사용 버전인 스타실드를 원웹으로 전환하려면 수신기 수천대를 교체해야 한다. 스페이스X가 독자 기술을 쓰고 있기 때문에 스타링크 수신기로는 원웹 통신망에 접속할 수가 없다.

우크라이나, 핀란드와 협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호되게 당한 우크라이나는 22일 핀란드의 위성통신망 계획에 참여하기로 했다. 양국은 3억유로(약 5000억원) 지원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지원금 일부를 활용해 핀란드 위성통신 운용사 아이스아이와 통신장비 업체 노키아가 추진하는 위성 통신망 구축에 참여하기로 했다. 첫 위성 발사는 2028년으로 예정돼 있다.

캐나다·EU도 각자 위성통신망 계획

캐나다 위성통신 업체 텔레샛도 지구 저궤도 위성통신망인 '라이트스피드'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12월 위성 288기를 발사해 2028년 초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EU텔셋을 비롯해 3곳과 '아이리스 스퀘어드(IRIS*2)'라고 알려진 348개 위성으로 이뤄진 국가 위성통신망을 구축하기로 계약했다. 약 175억달러(약 23조원)가 드는 계획이다. 첫 위성은 2029년에 발사된다.

스타링크는 유럽에서 주로 가정용, 기업용, 항공 여객용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한적이지만 점점 군사용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국방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톰 위딩턴 부연구위원은 군사용 위성 통신망은 해킹이나 재밍이 어렵고, 광범위한 주파수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이런 측면에서는 스타링크를 대체할 기술이 지금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술은 여러 기술을 융합한 것으로 개발에 시간이 걸린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만약 이런 기술을 개발한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거운 돈 싸움

위성통신 각자도생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핵심 배경은 자금력이다.

현재 시가총액이 약 2조달러(약 2653조원)에 이르는 스페이스X의 자금력은 웬만한 국가도 따라잡기 어렵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은 2030년까지 우주관련 방산에 약 4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프랑스의 우주방위 예산을 2030년까지 70% 증액하기로 했지만 그래봐야 약 110억달러에 불과하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위성통신망이 "현대 사회의 아킬레스건"이라면서 궤도 감시, 위성 운영 센터 등을 운영하기로 했지만 계획한 위성 규모는 100대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다.

유럽 대륙 유일의 민간 로켓 발사 업체인 독일 '이사르(Isar)'의 발사 능력 역시 스페이스X에 크게 뒤진다. 이사르는 지난달 스펙트럼 로켓을 발사했다. 이 로켓에는 소형 위성 5개가 실렸다. 반면 스페이스X의 팰컨 로켓은 크기가 스펙트럼의 2배가 넘는다. 원웹, 캐나다 텔레샛 등이 팰컨 로켓을 통해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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