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군민 국회 앞 상경 집회…"인구 줄었는데 춘천·원주급이라니" 분노 폭발
5년 새 1529명 줄고 낙후도 전국 151위
도내 군 지역 중 유일한 2권역 편입
서울 직선거리 지표에 가려진 산간 현실
상품권·아이맞이지원금 지원 격차 우려
27일 궐기대회 뒤 600명 국회 상경 집회
2권역 철회·인구감소지역 지정 촉구 예정
【파이낸셜뉴스 인제=김기섭 기자】정부가 지역별 지원 수준을 차등화하려고 새로 마련한 지방우대지수에서 5년 새 인구가 1500명 넘게 줄고 낙후도가 전국 최하위권인 접경 농촌 강원도 인제군이 춘천·원주와 같은 2권역으로 분류되자 분노한 주민 600여명이 국회 앞으로 몰려가 규탄 집회를 열기로 했다.
25일 인제군에 따르면 지방우대지수 및 인구활력+지역 지정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7일 인제에서 1차 궐기대회를 연 뒤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2차 규탄 집회를 이어간다. 인제군 6개 읍·면 사회단체 회원과 주민들이 대거 참여한다.
주민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잇따른 정부 발표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7일 인구감소지역 92곳과 인구감소관심지역 18곳을 5년 만에 재지정하면서 인제군을 인구감소지역에서 제외하고 여건이 나아진 곳이라는 의미의 인구활력플러스(+) 지역으로 분류했다. 이어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방우대지수에서는 인제군을 춘천·원주·강릉·속초와 함께 2권역에 넣었다.
◇ 접경 현실 외면한 정부 잣대
주민들은 정부가 인제군의 실상을 철저히 외면했다고 성토한다. 인제군 주민등록인구는 2021년 말 3만2165명에서 올해 9월 3만636명으로 1529명 줄었고 지역낙후도는 전국 167개 시·군 가운데 151위에 머물러 있다. 인구는 줄고 낙후는 깊어지는데 정부 평가표에는 '활력 회복'이라는 정반대 성적이 매겨진 셈이다.
이런 결과는 접경지역 특성을 무시한 지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주민등록인구에 군인과 군인가족이 포함되면서 청년·아동 감소와 고령화라는 실제 소멸 위험이 가려졌고 새로 도입된 생활인구 지표에도 장병과 면회객 등 군부대 관련 유동인구가 섞여 활력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지방우대지수 산정에 쓰인 서울과의 직선거리 역시 굽이진 산길과 열악한 교통 여건을 담아내지 못하는 만큼 의료·교육 등 생활서비스 접근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역 분류의 불합리성은 더 노골적이다. 강원특별자치도 18개 시·군 가운데 춘천·원주·강릉·속초와 인제 5곳이 2권역, 동해·홍천 등 8곳이 3권역, 태백·삼척·정선·고성·양양 5곳이 4권역으로 분류됐다. 2권역에 든 나머지 4곳이 모두 시 지역인 반면 군 지역으로는 인제군만 홀로 이름을 올려 인구 3만명의 접경 군이 28만명의 춘천시, 36만명의 원주시와 같은 범주로 묶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지정 지표와 지방우대지수의 지표별 산정 근거와 가중치를 공개하지 않아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인제군은 어떤 항목에서 점수가 깎였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근거도 밝히지 않은 채 지원 등급을 매긴 깜깜이 평가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 상품권부터 아이맞이지원금까지 불이익 현실로
권역 분류는 단순한 행정 구분에 그치지 않는다. 지방우대지수가 본격 적용되는 내년부터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과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등 23개 정부 사업에서 권역별 차등 지원이 이뤄진다. 출산 가정에 지급하는 아이맞이지원금도 지역별로 지원액에 차이를 두는 개편안이 추진되고 있어 주민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결국 인제군은 홍천·정선·고성 등 이웃 군보다 낮은 우대 수준을 적용받게 될 처지다. 인구감소지역 지정에서 밀려난 데 이어 지방우대지수에서도 불리한 등급을 받으면서 주민 생활과 지역경제 전반에서 지원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우려다. 인구감소지역 편입으로 기대했던 지원 확대의 길도 사실상 막혔다.
정부는 지원이 끊기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는 인구활력+ 지역의 현행 지원을 5년간 유지하기로 했고 인제군은 관심지역이던 지난해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 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아 관심지역 최고액인 30억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현상 유지만으로는 소멸 속도를 늦출 수 없고 5년 뒤 지원이 이어질지도 장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 상경 투쟁 나서는 인제군민들 "2권역 전면 재검토"
인제군과 지역사회는 정부 발표 직후 곧바로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지난 21일 비상대책회의에 이어 22일에는 최상기 인제군수와 김도형 인제군의회 의장 등이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도 개선을 촉구했고 23일 비대위 소위원회에서 상경 투쟁을 결정했다. 27일 오전 9시 인제잔디구장 1차 궐기대회에 모인 1000여명 가운데 600여명은 국회의사당 앞으로 자리를 옮겨 오후 12시30분부터 2시30분까지 2차 규탄 집회를 벌인다.
비대위는 집회에서 2권역 분류안 전면 재검토와 인구감소지역 추가 지정, 접경지역 특수성을 반영한 평가기준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집회 이후에도 사회단체별 현수막 게시와 의견서·주민 공동서명서 제출로 공동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인구가 줄고 낙후도는 전국 151위인데 정부는 근거도 밝히지 않고 인제를 대도시와 한 권역에 묶었다"며 "이대로면 군민 삶 전반에 불이익이 굳어질 수밖에 없어 국회 앞에 서기로 했고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기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