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에 비료값까지"…트럼프 정책에 불만 커지는 아이오와 농심
사전 투표 열기 느껴져
【 수시티=이병철 특파원】 22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수시티의 모닝사이드대학교 캠퍼스. 가을빛으로 물든 나무들 사이로 학생들이 오가는 평온한 대학 풍경 속에 빨간색 'VOTE HERE(여기서 투표하세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회관 입구에는 사전투표 장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건물 안에는 성조기가 그려진 흰색 기표대들이 나란히 설치돼 있었다.
투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없었지만 유권자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한두 명씩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자신의 한 표를 행사했다. 대학 캠퍼스에 마련된 투표소였지만 학생뿐 아니라 중년층 유권자들도 눈에 띄었다. 하루 전인 21일 찾은 우드버리 카운티 법원 청사 내 사전투표소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선거 열기는 주택가에서도 감지됐다. 모닝사이드대학교 인근 주택가의 잔디밭에는 후보들의 이름을 적은 선거 푯말이 곳곳에 꽂혀 있었다. 한 주택에는 민주당 주지사 후보 롭 샌드를 비롯해 연방 하원과 주의회 후보들의 푯말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거리에는 선거운동원이나 주민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집 앞 푯말들은 중간선거가 가까워졌음을 보여줬다.
■"휘발유 가격만 봐도 안다"…고유가에 흔들리는 민심
수시티 주민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경제적 부담 중 하나는 기름값이다. 모닝사이드대학교 학생 오스웨이 카라스코(19)는 "휘발유 가격이 정말 비싸다. 학교에 통학하려면 운전을 많이 해야 하는데 기름값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식료품 가격도 올라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수시티에서 만난 익명의 고령 유권자도 "휘발유 가격만 봐도 알 수 있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때마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역 라디오 방송사의 엔지니어 트렌턴 햅턴스톨(21)은 "관세와 휘발유 가격 때문에 여러 물건의 가격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밝힌 그는 경제 문제와 함께 개인의 권리를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햅턴스톨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권리"라며 "공화당은 트랜스젠더를 2등 시민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도 트랜스젠더 권리 문제에서 충분히 잘하고 있지는 않지만 공화당보다는 낫다"며 "아이오와가 다시 민주당 쪽으로 움직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경유값 72% 급등…공화당 텃밭 선거판도 흔들
이란 전쟁 이후 치솟은 유가는 중서부 농업지역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28일 갤런당 2.98달러였던 미국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달 20일 4.28달러로 약 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3.67달러에서 6.32달러로 약 72% 급등했다.
대표적인 옥수수·대두 생산지인 아이오와에서 경유는 트랙터와 콤바인 등 대형 농기계를 움직이는 필수 생산비다. 가을 수확철을 맞아 농기계 가동과 곡물 운송이 집중되는 가운데 경유와 비료 가격 상승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농가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은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중서부 선거 판세에도 변수로 떠올랐다. 아이오와는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승리했지만 2016년 이후 세 차례 대선에서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했다. 2024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 13%p 차이로 승리했다. 캔자스는 1964년 이후 대선에서 줄곧 공화당 후보를 선택했고 1932년 이후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을 배출하지 않았다. 네브래스카 역시 2006년 민주당 벤 넬슨 전 의원의 재선 이후 20년간 민주당 후보가 상원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그러나 이번 상원 선거에서는 세 주 모두 접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 집계기관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최근 평균에서 아이오와 공화당 애슐리 힌슨 후보는 46.1%, 민주당 조시 튜렉 후보는 45.5%로 격차가 0.6%p에 불과했다. 지난 9~13일 실시된 쿡 폴리티컬 리포트 조사에서는 튜렉 후보가 46%로 힌슨 후보(44%)를 앞섰다.
캔자스에서도 공화당 현역 로저 마셜 의원(46.0%)과 민주당 애덤 해밀턴 후보(45.7%)의 격차는 0.3%p에 그쳤다. 네브래스카에서는 공화당 현역 피트 리케츠 의원(47.7%)과 무소속 댄 오스본 후보(46.0%)가 1.7%p 차이를 보였다. 네브래스카 수치는 24일 기준 디시전데스크HQ(DDHQ)의 여론조사 평균이다.
■고물가 불만에도 투표는 글쎄…청년층 정치 무관심
그러나 고물가에 대한 불만이 반드시 투표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일부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고, 고령층에서는 정치권의 상호 비방에 대한 피로감이 감지됐다.
카라스코는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 상승에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이번 중간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있다면 투표하겠지만 지금은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에서 만난 또 다른 남학생도 투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시티에서 만난 트럭 운전기사 모지스(26) 역시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투표에 참여한 고령층에서는 선거 광고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21일 우드버리 카운티 법원 청사 내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71세 은퇴자 두 명은 "선거 광고는 서로를 헐뜯기만 한다. 사실이 아닌 내용도 많다"며 "그런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당선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 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휘발유 가격에 대해서도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기름값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며 특정 정당에 책임을 돌리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