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중남미

"고물가도 감수하겠다"…트럼프 유세장 1㎞ 줄 선 열성 지지자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4억달러 아이오와 농민에게 돌아갈 것"

22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수시티의 수시 게이트웨이 공항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 참석하기 위해 지지자들이 행사장 입구에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병철 특파원
22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수시티의 수시 게이트웨이 공항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 참석하기 위해 지지자들이 행사장 입구에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병철 특파원


【수시티=이병철 특파원】 22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수시티의 수 게이트웨이 공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앞두고 공항 주변 도로에는 유세장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1㎞ 넘게 이어졌다. 빨간색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지지자들 사이로 어린 자녀와 함께 나온 가족, 노부부,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공항 주변은 일찌감치 축제장으로 변했다. 도로 양옆에는 'TRUMP 47'과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 성조기를 판매하는 임시 천막들이 들어섰다. 일부 참석자들은 접이식 의자를 가져와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

지지자들의 관심사는 이민과 국경 통제, 물가 상승, 이란 전쟁 등으로 다양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믿음은 공통적이었다.

아이오와주 남서부에서 온 로버트 모건(69)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에 여러 차례 참석한 열성 지지자다. 그는 "이런 행사에 오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지역 후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모건은 이번 중간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이민을 꼽았다. 그는 "이민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공화당 후보들과 이란 전쟁을 수행하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성과로는 국경 통제를 꼽았다.

■"물가 고통은 자유를 위한 작은 대가"
유세장에서 만난 지지자들도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지지자들은 이를 정부 정책의 실패보다는 전쟁에 따른 일시적 비용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조디 게브하트(63)는 "물가 상승은 전쟁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전쟁 상황이 안정되면 물가도 내려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물가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믿는다. 물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믿는다"며 "지금은 약간의 고통을 겪고 있지만 자유를 위해 치르는 작은 대가"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 또는 지지세 확산을 뜻하는 '블루웨이브(푸른 물결)'에 대해서도 "언론이 블루웨이브를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게 한다"며 "민주당의 푸른 물결은 공화당의 붉은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처드 듀커(68)는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사회주의를 막는 것"을 꼽았다. 그는 "자본주의가 미국을 위대한 나라로 만들었다. 기업가 정신과 개인의 기회가 중요하다"며 "미국에서는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민주당이 시작한 문제다. 뒷받침할 만한 근거 없이 돈을 찍어낸 것이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 80억달러 지원·에탄올 확대…농심 공략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오와를 찾은 것은 핵심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다. 아이오와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 13%p 차이로 승리한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그러나 이란 전쟁 이후 경유와 비료 가격이 급등하고 옥수수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농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농업지역인 아이오와에서 경유는 트랙터와 콤바인 등 대형 농기계를 움직이는 필수 생산비다. 수확과 운송이 집중되는 가을철에 경유값 상승은 농민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여러분 모두가 농민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농민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앞서 발표한 80억달러 규모의 농민 지원 프로그램을 강조하면서 이 가운데 약 4억달러가 아이오와 농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국방물자생산법(DPA)을 활용해 최대 1억5000만달러를 지원, 미국 내 정유시설의 생산 능력과 저장·물류 역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통해 경유와 휘발유 생산을 늘려 연료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아이오와 농민들에게 민감한 에탄올 정책도 꺼내 들었다. 휘발유에 에탄올을 15% 혼합한 E15 연료의 연중 판매를 영구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아이오와에서 옥수수는 식량인 동시에 자동차 연료의 원료다. 미국 정부는 2005년부터 바이오연료 혼합 의무화 정책으로 옥수수 수요를 뒷받침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인 2019년 E15의 연중 판매를 허용했지만, 일부 정유업체에 바이오연료 혼합 의무를 면제해 주면서 농업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상원 후보 애슐리 힌슨을 지지하면서 "애슐리가 상원에 진출하면 E15의 연중 판매를 영구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농업 정책과 상원 선거를 직접 연결한 것이다.

■"내가 투표용지에 있다고 생각하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도 곧 끝날 것이며 이후 휘발유와 석유 가격이 크게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전쟁 종식 시점과 향후 유가 흐름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공화당 후보들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며 "내가 투표용지에 올라 있다고 생각하라. 여러분이 투표하러 나온다면 우리는 크게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지지자들도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모건은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게브하트는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렇게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듀커 역시 "아이오와는 비교적 보수적인 주다.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지역"이라며 여론조사 결과를 반드시 신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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