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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초 만에 2천만원 날려" 해커에 당한 日기업, 정부에 SOS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고객 계좌 무단 조작해 돈 요구
GMO "공격 막아달라"…정부는 신중
부정 거래 손실 보상·위로금 별도 지급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뉴시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인터넷기업 GMO인터넷이 고객 계좌를 무단 조작한 해커의 공격을 막아달라며 정부에 긴급 대응을 요청했다. 불과 84초 만에 약 2000만원의 투자금을 잃은 피해자가 나오는 등 고객 손실이 커지자 국가 차원의 대응을 요구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개별 기업의 요청으로 발동하는 제도가 아니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5일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GMO는 지난 24일 FX(외환증거금거래) 자동매매용 서버 대여 서비스의 해킹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정부에 '능동적 사이버 방어'를 요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경찰과 자위대가 공격에 쓰인 서버에 침투해 악성 프로그램을 정지하거나 삭제하는 조치다. 일본에서는 이달 1일 관련 법률이 본격 시행됐다.

고객 돈 망가뜨려 기업 협박…70곳 넘는 금융사 영향 가능성

피해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반복된 거래로 투자금을 잃었다. 히로시마현의 60대 회사원 남성은 지난 22일 아침 FX 계좌 잔액이 400만엔에서 약 160만엔으로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거래한 적 없는 국가의 통화를 샀다가 곧바로 파는 거래가 48차례 반복됐다. 불과 84초 만에 약 240만엔(약 2033만원)의 손실이 났다.

오사카에 거추하는 37세 회사원 여성도 같은 날 새벽 남아프리카공화국 통화인 랜드를 팔고 유로를 사는 단 한 차례의 거래로 119만엔(약 1008만원)을 잃었다. 이후 자동청산 등까지 포함한 손실은 178만엔으로 불어났다. 이 여성은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이라 안심했다"고 말했다.

해킹 당한 '오나마에닷컴 데스크톱 클라우드'는 FX 거래를 직접 중개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개인투자자가 증권사·FX업체에 개설한 계좌로 자동매매를 할 수 있도록 가상사설서버(VPS)를 빌려준다. 고객은 이 서버에 거래 프로그램을 설치해 자신의 컴퓨터를 꺼도 24시간 매매를 이어갈 수 있다. 2010년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용자는 2만명이 넘는다.

공격자는 서버에 침입해 저장된 거래 계좌 ID와 비밀번호 등 인증정보를 빼낸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이용해 고객이 별도 금융회사에 개설한 계좌를 무단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GMO는 국내외 70곳이 넘는 증권사·FX업체 등의 고객 계좌에서 부정 거래가 이뤄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이이치라이프자산운용경제연구소의 가시무라 다스쿠 수석연구원은 "자동매매는 이용자가 보고 있지 않을 때도 계좌에 로그인된 상태로 운용된다"며 "범죄자에게 장악당해도 이상을 알아채기 어려운 특성을 악용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GMO에 따르면 현재까지 고객 돈이 다른 계좌로 이체되거나 인출된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커가 무단 거래로 고객 손실을 키워 회사에 돈을 요구하는 수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객에게 직접 협박 메일을 보낸 사례도 있다. 부정 거래로 약 55만엔을 잃은 사이타마현의 32세 회사원 남성은 24일 새벽 '고객 데이터를 공개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해킹팀을 자처한 발신자는 불법으로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자료 일부도 첨부했다.

이 남성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비해 지문·얼굴 등으로 인증하는 '패스키'를 설정했다고 한다. 그는 "피해가 개인 자산에까지 미치니 결국 여기까지 왔다는 느낌"이라며 "개인이 할 수 있는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보안업체 미쓰이물산시큐어디렉션의 후쿠다 미카는 "고객에게 손해를 입히고 범행 성명까지 보내 불안을 부추기며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서버 껐지만 인증정보 유출…정부 개입 여부는 미정

GMO는 고객 문의를 받고 지난 19일 조사에 착수했다. 다음날인 20일 일부 서버에서 악성 프로그램을 확인한 뒤 21일 오전 4시부터 서버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미 빠져나간 인증정보로 금융회사 계좌에 접근하는 위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해커는 돈을 주지 않으면 부정 거래를 계속하고 회사와 고객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GMO는 돈을 지급해도 해커가 정보를 삭제하거나 악용을 멈춘다는 보장이 없다며 요구를 거부했다. 경찰 수사에 협조하는 한편 정부에 공격 차단을 요청했다.

정부는 국가 차원의 대응 요건을 따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개별 기업의 요구에 따라 발동을 결정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에는 "중요 기반시설 사업자 등 중대한 영향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능동적 사이버 방어에 따른 무력화 조치는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문 역량을 갖춘 경찰관이 실시한다. 해외에서 고도로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공격이 이뤄질 때는 자위대가 경찰과 공동 대응한다. 원칙적으로 독립기관인 사이버통신정보감리위원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해외 서버를 대상으로 할 때는 외무상과도 미리 협의해야 한다.

총리관저 간부는 "능동적 사이버 방어를 적용할지는 더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응 방식이 노출될 수 있어 실제 조치를 취하더라도 개별 사건의 실행 여부는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GMO는 부정 거래로 발생한 손실과 수수료를 보상하고, 별도로 전체 이용자에게 5000엔(약 4만2350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희망자에게는 대체 서비스를 6개월간 무료로 제공한다. 보상 신청 방법은 11월 6일까지 안내한다.

다만 실제 거래 내역을 확인하려면 증권사·FX업체의 자료를 받아야 해 전체 피해 규모를 집계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해커 집단은 수십억엔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지만 확인된 금액은 아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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