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아 차관, 핵심기술을 외교 협상력으로… '전략적 대체불가성' 제시
제주포럼 회기간회의서 자강·동맹·연대 강조
한·중앙아 정상회의 후속 협력 제시
공급망·산업 경쟁력으로 외교력 강화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한국이 핵심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 다른 국가가 쉽게 대신할 수 없는 외교적 위상을 구축해야 한다는 전략이 제시됐다.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은 자강·동맹·국제연대를 결합하고 중앙아시아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 한국의 외교적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제주평화연구원에 따르면 김 차관은 지난 2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제주포럼 회기간회의' 기조연설에서 한국 외교의 핵심 과제로 '전략적 대체불가성' 확보를 제시했다.
김 차관은 한국 외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에서, 다른 국가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적 대체불가성은 다른 나라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기술과 산업적 역량을 확보해 국제관계에서 협상력과 영향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첨단기술과 핵심 부품, 공급망 등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외교적 선택의 폭도 넓힐 수 있다는 구상이다.
김 차관은 공급망과 기술, 금융, 에너지 분야의 국제 네트워크가 국가 간 협력의 기반인 동시에 상대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국제환경에 주목했다. 경제·산업 경쟁력을 외교적 영향력과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실용외교의 기본 방향으로는 자강·동맹·연대의 선순환을 제시했다. 자국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다양한 국가와 협력망을 넓혀 외교적 선택지를 확보하겠다는 접근이다.
김 차관은 동맹과 전략적 자율성이 대립하는 개념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국익과 원칙은 지키되 국제정세와 협력 상대에 따라 외교적 수단을 유연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할 주요 협력 대상으로는 글로벌 사우스와 중앙아시아를 지목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주로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의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특정한 단일 국가집단이나 공식 국제기구를 뜻하지는 않는다.
중앙아시아 협력은 지난 9월16일 서울에서 열린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의 후속 과제와 연결된다.
당시 한국과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은 '서울선언'을 채택하고 정상회의 정례화와 산업·공급망 협력, 인공지능(AI)·과학기술·에너지 분야의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특히 중앙아시아의 핵심광물과 에너지 자원에 한국의 기술·제조 역량을 결합하는 공급망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특정 국가나 공급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원 확보와 산업 협력을 다변화하려는 정책 방향이다.
김 차관은 "정상회의에서 마련한 협력 기반을 구체적인 사업과 성과로 연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정책 조정과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관계 전문가들도 한국이 주요 기술·산업 분야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외교 협상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환기 복합위기와 한국의 실용외교'를 주제로 열린 첫 번째 세션에서 김양희 대구대학교 교수는 한국이 글로벌 경제·기술·안보 네트워크의 핵심 연결 지점을 확보하는 '전략적 결절국' 구상을 제안했다.
전략적 결절국은 국제 공급망과 산업·기술 협력망에서 다른 국가들이 중요하게 의존하는 기능을 확보한 국가를 의미한다. 국제경제의 연결 구조에서 한국의 역할을 높여 외부 압력에 대한 대응력과 협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이상현 제주평화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동맹 협력과 주변국 위기관리, 국내 회복력을 하나의 외교 전략으로 연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상응 서강대학교 교수는 "외교적 합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구속력 있는 결과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의 내용을 문서로 명확히 하고 미국과의 협상 채널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세션 좌장을 맡은 최종문 전 외교부 제2차관은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방향과 실제 외교 현장에서 이를 실행할 전략·전술을 구분해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익과 실용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는 문제도 논의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회의를 개최한 제주평화연구원은 정부와 민간 전문가가 함께 외교정책을 논의하는 정책 대화의 장으로 제주포럼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제주포럼 회기간회의는 매년 열리는 제주포럼 본행사 사이에 국제정세와 주요 외교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 회의는 '한국 외교의 새로운 지평은 열리는가: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와 글로벌 사우스·중앙아시아'를 주제로 진행됐다.
강정식 제주평화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외교가 "국민의 삶에 직접 기여해야 한다"며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평화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한국 외교의 전략적 과제와 국제협력 방안을 바탕으로 2027년 제22회 제주포럼의 주요 의제와 정책 논의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