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먹으면 심장이 오른쪽으로 움직였다"…65세 남성 몸속에서 벌어진 기이한 현상 [이상징후]
심근경색으로 병원 찾은 65세 남성…심장이 오른쪽으로 밀려 있어
처음엔 폐 일부가 없는 줄 알았지만 2년 뒤 진단 뒤집혀
식사 후 위·대장 팽창하자 심장 이동…소화되면 원래 위치로
원인은 선천적으로 높아진 횡격막…극히 드문 증례 보고
[파이낸셜뉴스] 밥을 먹으면 심장이 오른쪽으로 밀려나고, 소화가 끝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이 기이한 인체 현상이 65세 남성의 몸속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의료전문매체 메디컬데일리는 국제학술지 '케이스 리포츠 인 펄모놀로지(Case Reports in Pulmonology)'에 보고된 65세 남성의 극히 희귀한 '일시적 심장 우측 편위' 증례를 소개했다.
이 남성의 비밀이 처음 드러난 것은 심한 가슴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으면서다. 급성 심근경색(NSTEMI) 진단을 받고 관상동맥우회술 수술대에 오른 그를 본 의료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심장이 정상 위치보다 한참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의료진은 왼쪽 폐가 과도하게 팽창한 반면 오른쪽 폐 일부가 선천적으로 결손돼 심장이 밀려났다고 오판했다.
진단이 완전히 뒤집힌 것은 2년 뒤, 남성이 심한 식후 속쓰림으로 정밀 복부 CT를 촬영하면서부터다. 검사 결과 오른쪽 폐는 정상적으로 존재했다. 진짜 문제는 가슴과 배를 나누는 근육인 '횡격막'에 있었다.
남성은 왼쪽 횡격막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얇고 약해 가슴 쪽으로 높게 솟아오른 '선천성 횡격막 거상증'을 앓고 있었다.
이 기형적인 구조가 식사 때마다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밥을 먹고 위가 부풀어 오르면 인접한 대장이 위로 솟구쳤고, 높게 자리 잡은 횡격막 탓에 가슴속 공간이 극도로 압박을 받으면서 심장 전체를 오른쪽으로 밀어내 버린 것이다. 음식물이 완전히 소화돼 장기가 수축하면 심장은 거짓말처럼 본래 위치로 돌아왔다.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우측에 있는 '우심증'과는 전혀 다른, 후천적 장기 팽창에 의한 물리적 밀림 현상이었다.
의료진은 이 가역적인 심장 이동 현상이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희귀한 케이스라고 밝혔다.
다행히 심각한 호흡곤란이나 장폐색 등 치명적인 합병증은 없어, 무리한 횡격막 봉합 수술 대신 위산 억제제와 완하제를 통한 보존적 치료가 처방됐다.
이번 사례가 특별한 이유는 심장의 위치 변화가 식사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었다는 점이다. 선천성 횡격막 거상증 자체도 드문 질환이지만, 소화기관이 팽창할 때마다 심장이 이동하고 이후 다시 돌아오는 현상은 더욱 보기 어렵다. 식사 후 가슴이 답답하거나 속쓰림이 생긴다고 해서 심장이 움직이고 있다고 의심할 필요는 없다. 식후 불편감은 위식도역류질환 등 훨씬 흔한 원인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반복되거나 심해질 때 이를 단순한 소화불량으로만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가슴 통증이 왼쪽 팔이나 턱으로 퍼지거나 식은땀, 호흡곤란 등을 동반한다면 심근경색 등 응급질환 가능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식사, 그리고 음식물을 받아들이며 부풀어 오르는 위와 장이었다. 평범한 식사 한 끼가 심장의 위치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 이번 사례는 인체 내부 장기들이 얼마나 한 치의 오차 없이 조밀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경이롭고고 미스테리한 의학적 기록으로 남게 됐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