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테크

"집값 5억 올랐다는데 통장은 텅텅"…서울 1주택자의 기막힌 현실 [하우스 시그널]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집값 올라도 월급은 그대로…1주택자의 '자산 부자·현금 빈곤'
마포 84㎡ 보유세 289만→439만원…연간 150만원 증가 추정
반포 고가 아파트는 보유세 2855만원…한 달 238만원꼴
재산세에 종부세까지…내 집 한 채 지키는 비용도 만만찮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몇 년 전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어렵게 마련한 직장인이 있다. 최근 그가 사는 단지의 실거래가가 매수 시점보다 5억 원이나 올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주변에서는 "앉아서 5억을 벌었으니 이제 부자가 됐다"며 축하와 부러움을 쏟아낸다.

하지만 정작 월급날 그의 통장을 열어보면 현실은 차갑다. 5억 원이라는 숫자는 부동산 앱 화면에만 존재할 뿐이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 빠져나가고, 부쩍 자란 아이의 식비와 학원비, 매달 날아오는 관리비와 공과금을 치르고 나면 통장 잔고는 이내 바닥을 드러낸다. 집값이 5억 원 올랐다고 해서 아이에게 더 맛있는 저녁을 사줄 수 있는 것도, 주말에 마음 편히 가족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집의 덩치는 커졌지만, 가족의 삶은 조금도 넉넉해지지 않았다.

■ "내 집 깔고 앉은 죄"… 마포 84㎡ 보유세 150만 원 뛰어

뉴시스
뉴시스

집값이 오르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청구서가 있다. 세금이다. 소유자의 현금흐름과 무관하게, 자산 가치가 상승했다는 이유만으로 매년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실제 보유세 추정 자료가 이를 증명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자료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의 공시가격은 13억 1600만 원에서 17억 2300만 원으로 약 30.9%(4억 700만 원) 상승했다.

이에 따라 해당 가구가 납부해야 할 연간 보유세는 289만 원에서 439만 원으로 150만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달 12만 5000원씩 세금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한 달 12만 5000원이면 아이의 예체능 학원비 하나를 충당하거나 4인 가족의 일주일 치 식비에 보탤 수 있는 돈이다. 아파트 가격은 수억 원이 올랐지만, 당장 가계에서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은 오히려 150만 원 줄어드는 뼈아픈 모순이 발생한다.

고가 주택으로 눈을 돌리면 그 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의 공시가격은 45억 6900만 원으로 뛰어, 추정 보유세만 2855만 원에 달한다. 1년 사이 세금만 1026만 원이 늘었다. 매달 238만 원씩을 순수하게 '집을 지키는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 5억 원의 신기루… "팔지 못하면 내 돈이 아니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세금이 부담되면 집을 팔고 시세 차익을 거두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1주택자에게 이는 말처럼 쉬운 선택이 아니다.

5년 전 7억 원에 산 아파트가 12억 원이 되었다고 치자. 장부상으로는 5억 원을 벌었다. 하지만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집을 팔더라도, 가족이 서울 하늘 아래서 계속 살아가려면 다시 집을 구해야 한다. 내가 사는 집이 5억 원 올랐다면, 주변의 비슷한 아파트 역시 그만큼 올라 있다. 매도 대금은 고스란히 새 집을 구하는 데 빨려 들어간다.

세금과 중개보수, 이사 비용까지 떼고 나면 수중에는 남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집 크기를 줄이거나 저 멀리 외곽으로 밀려나기에는 매일 아침 치러야 할 출퇴근 지옥과 아이의 교육 환경 단절이라는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 결국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1주택자는 그 집에 묶여 살아가는 한 5억 원이라는 돈을 만져볼 수 없다.

■ 집값 5억 상승보다 절실한 '월급 50만 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평범한 맞벌이 부부에게 장부상의 자산 5억 원 증가와, 당장 통장에 꽂히는 월급 50만 원 인상 중 무엇이 일상을 더 구원할까.

월급 50만 원이 늘면 1년에 600만 원의 가처분소득이 생긴다. 주말 외식의 메뉴가 바뀌고, 아이의 낡은 운동화를 바꿔줄 수 있으며, 마이너스 통장의 굴레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다. 반면 집값이 5억 원 올라도 당장 들어오는 현금은 0원이다. 오히려 대출 이자와 불어난 재산세에 짓눌려 가계부는 더욱 팍팍해진다.

일요일 저녁, 또다시 수많은 1주택 가장들이 출근길 알람을 맞춘다. 자산은 분명 수억 원이 늘어 '부자'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이들은 내일도 점심값을 아끼려 구내식당으로 향할 것이다. 집 한 채를 갖기 위해 수십 년의 빚을 졌고, 이제는 그 집을 지켜내기 위해 또다시 세금과 이자의 늪에서 수십 년을 버텨야 한다.

장부상의 집은 뚱뚱해지는데, 정작 그 안에 사는 가족들의 삶은 갈수록 야위어가는 현실.

이것이 집값이 5억 원 올랐다는 뉴스 앞에서도 서울의 평범한 1주택자들이 차마 크게 웃지 못하는 이유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