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우리 문화, 우리 땅서"… 문화대국 만든 삼성 父子의 철학

임수빈 기자,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代를 이은 문화경영
美·英에서 사랑받는 'KH컬렉션'
시초는 이병철 창업회장 가르침
이건희 선대회장, 고미술품 수집
해외 유출 막고 2000여점 기증
리움·해외 미술관 등 예술후원도

지난 1980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왼쪽)이 아들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서예를 하다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병철 창업회장의 한국 고미술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이건희 선대회장의 한국 현대미술 활성화로 이어지며 '이건희(KH) 컬렉션'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 1980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왼쪽)이 아들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서예를 하다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병철 창업회장의 한국 고미술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이건희 선대회장의 한국 현대미술 활성화로 이어지며 '이건희(KH) 컬렉션'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제공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6주기를 맞아 이 선대회장의 문화경영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 선대회장이 생전에 수집해 기증한 2만3000여점의 문화유산이 국내를 넘어 미국, 영국에서 러브콜을 받아 전시 중인 '이건희(KH) 컬렉션'이 많은 관람객을 모으고 있어서다. 특히 아버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한국 고미술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이 선대회장의 안목을 키우면서 국보급 문화재와 수준급의 고미술품을 수집해 국가에 기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문화를 우리 땅에서 지키자'

이날 재계, 문화계 등에 따르면 이병철 창업회장은 '우리 문화를 우리 땅에서 지키자'는 철학에서 고미술품 수집과 보존에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미술 애호가인 이 창업회장은 국보 가야 금관을 비롯한 한국 고미술품을 30년 이상 수집해 우리 문화재의 해외 밀반출을 막았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미술에 대한 남다른 안목도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고미술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길러졌다는 것이다. 이 창업회장은 며느리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에게도 용돈을 줘서 인사동에서 골동품을 사오게 한 일화가 재계에서 전해진다.

김성희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 창업회장은 우리 문화유산을 유출해선 안 된다는 철학으로 고미술을 수집했고, 이 선대회장이 아버지의 철학을 가장 빨리 수용하고 흡수하면서 아버지와 같이 고미술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미술에서 안목이 각별히 중요한 이유는 위작이 많아서다. 이 선대회장은 진위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던 '백자 청화매죽문항아리'를 직접 판단해 구입할 정도로 안목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970년대 초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구입한 이후부터 고미술품을 삼성 수장고에 채워갔다. 이 선대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미술품 2만3000여점 중에 고미술품만 2000여점에 달한다. 대부분 금동불상과 금속공예품, 토기 등으로, 감정가를 추정할 수 없는 신라와 가야 시대의 희귀한 국보 보물급 50여 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H 컬렉션, 고미술서 현대미술로

KH 컬렉션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고미술 뿐만 아니라 현대미술에도 애정과 관심을 가지면서 지난 2004년 개관한 리움미술관은 이건희 컬렉션의 기반 위에서 한국 고미술과 국내외 현대미술을 함께 다루는 대표적인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 선대회장과 홍 명예관장의 신진 작가 후원은 한국 현대미술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30대인 신진 작가는 삼성의 후원으로 성장해 60대의 중년 작가가 됐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 해외 미술관에 한국 미술을 알리는 문화 예술 후원에도 신경을 썼다. 해외박물관에 한국관을 만들거나 한국 큐레이터 채용을 지원하는 등 해외에 한국 미술을 알리는 문화경영을 해온 것이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영국 빅토리아앤앨버트박물관, 프랑스 기메박물관 등이 삼성의 문화예술 후원 사례로 꼽힌다.

김성희 전 관장은 "당시 시대적 배경으로 국가가 할 수 없었던 문화 예술의 보존과 컬렉션을 삼성이 한 것은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월등한 일"이라면서 "보수적인 대영박물관과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KH컬렉션이 조망을 받고 있는 것은 K컬쳐인 '한류현상'과 한국의 고미술, 그리고 근·현대미술을 연결하는 지점을 찾고자 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mail protected] 박소현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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