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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 실어나를 빛의 고속도로… 메타는 日기업 택했다 [글로벌 리포트]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메타의 대서양 횡단 해저케이블 '페탈'
광섬유 한가닥에 데이터 통로 많아야
빅테크發 대형 수주 결정짓는 승부처
日스미토모전공 멀티코어 광섬유 낙점
AI 병목 뚫는 해저 광케이블 투자 확대
반세기 넘게 기술 축적한 日 특수 누려

지난 14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NTT 월드엔지니어링마린 사업소의 대형 보관시설에 해저 통신케이블이 원형으로 감겨 있다. 이곳에 보관된 케이블은 해저 통신망의 설치와 복구 작업 등에 사용된다. 사진=서혜진 특파원
지난 14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NTT 월드엔지니어링마린 사업소의 대형 보관시설에 해저 통신케이블이 원형으로 감겨 있다. 이곳에 보관된 케이블은 해저 통신망의 설치와 복구 작업 등에 사용된다. 사진=서혜진 특파원
AI 데이터 실어나를 빛의 고속도로… 메타는 日기업 택했다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지난 14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의 스미토모전공 요코하마 제작소. 방호복과 전용 작업화, 안전모와 보호안경을 착용하고 생산시설에 들어섰다. 기계 소음이 가득한 공장 3층에는 투명한 부분과 우윳빛 부분이 섞인 호리병 모양의 유리 물체가 수직으로 매달려 있었다. 광섬유의 원료가 되는 유리 모재다. 설비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자 공장 관계자가 손을 대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2층을 거쳐 1층으로 내려오자 가느다란 실이 회전하는 릴에 쉼 없이 감기고 있었다. 빛으로 데이터를 전달하는 광섬유였다. 유리 부분의 지름은 불과 0.125㎜. 머리카락 굵기 수준의 유리실이 수천㎞ 바닷속을 가로지르는 국제 통신망의 핵심 소재가 된다. 공장에서는 굵은 유리 모재를 가열해 가느다란 광섬유로 뽑아내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작은 유리섬유를 둘러싼 기술 경쟁이 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 각지의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가 주고받는 데이터가 늘면서 대륙 간 통신망의 전송용량을 확대하려는 투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반세기 넘게 축적한 광섬유와 해저 통신시스템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의 대형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메타가 선택한 日 기술

이날 찾은 곳은 스미토모전공의 차세대 멀티코어 광섬유 제조공장이었다. 일반 광섬유에는 빛이 지나가는 통로인 '코어'가 하나지만 멀티코어 광섬유는 한 가닥에 여러 개를 배치한다. 케이블의 굵기를 크게 늘리지 않고도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한 기술이다.

광섬유는 가늘지만 해저케이블은 여러 가닥의 광섬유를 보호재로 감싸 만든다. 수천㎞에 걸쳐 바닷속에 설치되는 만큼 내구성과 전송 성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전송용량을 늘리기 위해 광섬유 수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같은 날 방문한 도쿄 미나토구 NEC 본사에서 가시마 다카히로 NEC 해양사업개발총괄부 디렉터는 해저케이블 단면을 보여주며 이러한 한계를 설명했다. 그는 "케이블 안에서 광섬유가 들어갈 공간은 매우 좁다"며 "전송용량을 늘리려고 광섬유를 더 넣고 싶어도 공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광섬유 한 가닥에 빛의 통로를 두 개, 네 개로 늘리면 광섬유 수를 늘리지 않고도 용량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 대형 수주로 이어진 사례가 미국 메타의 대서양 횡단 해저케이블 '페탈(Petal)' 프로젝트다. 메타는 지난 9월 NEC, 스미토모전공과 함께 미국과 프랑스를 잇는 약 7000㎞의 해저케이블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2029년 운용 개시가 목표다.

페탈에는 스미토모전공의 2코어 멀티코어 광섬유가 적용된다. 광섬유 24쌍, 총 48가닥에 각각 두 개의 데이터 전송 통로를 배치한다. 기존 첨단 대서양 횡단 시스템보다 전송용량을 두 배로 높여 초당 1페타비트(Pbps), 즉 1000테라비트급 통신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케이블 안에 광섬유를 더 집어넣는 대신 광섬유 자체의 데이터 전송 통로를 늘렸다는 점이다. 케이블 내부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면서 전송용량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가시마 디렉터는 "대서양은 그동안 NEC가 진입하기 어려웠던 시장"이라며 "최신 기술을 제공하면서 대서양에서도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시아 시장을 주력으로 삼았던 NEC가 차세대 기술을 앞세워 사업 영역을 넓힌 것이다.

■AI 확산에 해저케이블 발주 증가

AI 확산에 따른 시장 변화도 뚜렷했다. 가시마 디렉터는 "AI 보급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음을 실감한다"며 "매우 많은 프로젝트가 나오고 있어 지금도 매일 입찰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들이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대용량화"라며 "새로운 대용량 기술이 실제 수주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저케이블 발주처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각국 통신사업자가 국제 통신망 투자를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메타와 구글 등 대형 기술기업이 직접 구축에 나서고 있다. AI·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요한 통신 인프라까지 확보하려는 것이다. 가시마 디렉터는 "지난 10년 새 고객 구성이 크게 달라졌다"며 현재 추진되는 프로젝트의 상당수에 글로벌 대형 기술기업이 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용량 통신망을 확보하려는 빅테크의 수요가 늘면서 일본 기업들의 기술력도 주목받고 있다. 스미토모전공이 광섬유를 제조하면 NEC 계열 OCC가 이를 해저케이블로 가공하고, NEC가 전체 통신망을 설계·구축하며, 안리쓰는 고장 지점을 찾아내는 광측정장비를 공급한다. 안리쓰의 장비는 최대 2만㎞의 해저케이블을 검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NEC는 세계 해저케이블 시스템 시장을 주도하는 3대 기업 중 하나다. 1964년 사업에 진출해 지금까지 약 45만㎞의 케이블을 구축했으며, 미국 서브컴과 프랑스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 등과 경쟁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해저케이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KT는 2031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초당 90테라비트(Tb) 이상의 초고속 해저케이블을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다. LS마린솔루션도 해저 광통신케이블 설치·유지보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AI 확산으로 국제 통신망의 대용량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저케이블 시장의 사업 기회도 넓어지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실적을 쌓아온 NEC의 대서양 진출과 국내 통신·시공업체들의 투자 확대가 맞물리며 관련 시장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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