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비의료인 수술 보조 숨기고 건보 청구, 사기 맞다"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인공 고관절 수술에 의료기기 업자 참여... 23차례 9500만원 요양급여 받아
1심 유죄→2심 무죄 뒤집혀... 대법 "함께 수술했으면 급여 받을 자격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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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가 났던 의사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사기 혐의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비의료인이 수술에 참여한 사실을 숨기고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면, 비의료인이 맡은 일이 수술 도구를 잡아주는 보조에 그쳤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일 사기와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의료업자) 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함께 기소된 2명의 상고는 기각됐다.

서울 관악구 한 병원 원장인 A씨는 2015년 5월부터 인공 고관절 반치환 수술 등을 하면서 의료인이 아닌 의료기기 판매업자 B씨를 수술에 참여시켰다. B씨는 수술 부위를 벌리는 리트렉터를 잡고, A씨가 망치로 쳐서 인공관절을 삽입할 때 임팩터를 잡아줬다. A씨는 B씨의 참여를 숨긴 채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2015년 7월부터 2019년 5월까지 23차례에 걸쳐 9538만8620원을 받았다. 요양급여비용은 건강보험 진료비 가운데 공단이 부담하는 몫으로,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직접 청구해 받는 돈이다.

쟁점은 비의료인이 수술 중 일부 보조행위를 한 사실을 숨기고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이 공단에 대한 기망에 해당하는지였다. B씨의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점은 1·2심 모두 인정했지만 사기죄에서 갈렸다. 1심은 사기를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B씨가 맡은 일이 극히 일부의 진료보조행위에 그쳤고 주된 의료행위는 A씨가 직접 했다며 편취 고의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사기를 무죄로 돌리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자격부터 짚었다. 재판부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자격이 없고, 이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인과 함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며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마치 의료인이 적법하게 의료행위를 한 것처럼 요양급여비용까지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고의도 이런 사정을 알고도 미필적으로라도 용인했다면 인정된다고 했다. 미필적 고의는 결과가 생길 수 있음을 알면서 받아들이는 경우다.

다만 대법원은 사기가 성립하는 범위를 제한했다. B씨가 수술에만 참여한 만큼 수술 외의 입원비와 약제비, 검사비 등 요양급여에는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봤다. 23차례에 받은 돈 전액이 아니라 수술 관련 급여만 사기라는 뜻이어서 환송심에서 편취액이 줄어들 수 있다.

사기 무죄 부분이 나머지 유죄 부분과 경합범 관계여서 A씨에 대한 원심 판결은 전부 파기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사기 부분을 다시 심리해 형을 정해야 한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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