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해저케이블 건설 붐에 배가 없다' 日, 노후 선박 교체도 비상②[글로벌리포트]
전 세계 해저케이블선 64척…대형 선박은 56척뿐
수심 7500m 케이블 인양에 수십 명 투입…복구도 난제
선령 20~30년 노후화…동급 선박 건조비 400억엔 넘어
NEC, 해양공사 비용 부담에 적자…최대 5척 확보 검토
日 정부, 경제안보 차원서 선박·유지보수 역량 강화 추진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 세계 해저케이블 건설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정작 케이블을 바닷속에 설치하고 고장 시 수리할 특수 선박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해저케이블 관련 선박은 64척에 불과한 데다 기존 선박의 노후화와 신규 건조비 급등까지 겹쳤다. 일본에서는 선박 부족이 해저케이블 사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면서 정부가 경제안보 차원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NTT 월드엔지니어링마린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 세계 해저케이블 관련 선박은 64척이다. 이 가운데 총톤수(GT) 5000t 이상 대형 선박은 56척, 5000t 미만 소형 선박은 8척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해저 통신망 투자가 확대되면서 신규 케이블을 설치할 선박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통신망에서 발생하는 고장을 수리할 선박도 필요해 한정된 선박을 둘러싼 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의 NTT 월드엔지니어링마린 사업소. NTT가 이날 소개한 복구 사례 중에는 수심 7500m에서 끊어진 해저케이블을 찾아 인양한 작업도 있었다. 후지산 높이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깊이다.
이처럼 깊은 바다에서는 일반적인 해저 작업용 무인잠수정(ROV)을 활용하기 어렵다. 수리선은 특수 장비로 해저에 가라앉은 케이블을 찾아 끌어올린다. 이후 손상된 부분을 잘라내고 새 케이블을 연결한 뒤 다시 바닷속에 내려놓는다.
작업 과정에서는 파도와 해류 속에서도 선박의 위치를 정밀하게 유지해야 한다. 케이블을 탐색하고 인양하는 장비뿐 아니라 이를 다룰 숙련 인력도 필요하다.
NTT 관계자는 "한 차례 해상 작업에 약 60명이 참여한다"며 "육상 광케이블 기술자를 해상 작업에도 투입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리선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데만 8일이 걸린 사례도 있었다. 선박의 이동 속도가 느린 데다 사고 해역에 따라 이동 거리가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도착한 뒤에도 케이블 탐색과 인양, 접속 작업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해저케이블 손상은 대부분 비교적 얕은 바다에서 발생한다. NTT가 소개한 국제해저케이블보호위원회(ICPC) 자료에 따르면 해저케이블 고장의 40.8%는 어업 활동에서 발생했다. 선박의 닻 투하(15.8%)와 제3자 행위(9.5%)를 합하면 인적 요인이 전체 고장의 66.1%를 차지한다.
수심별로는 50m 이하에서 발생한 고장이 전체의 40%, 50~200m 구간이 34%였다. 수심 200m 이하 해역에서 전체 고장의 74%가 발생한 셈이다. 해저케이블 유지·보수에서 선박 운항과 어업 활동의 영향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선박 부족은 일본 해저케이블 기업들의 경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시마 다카히로 NEC 해양사업개발총괄부 디렉터는 "현재 운용 중인 케이블선은 선령이 20~30년인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상당수 선박이 퇴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후 선박을 교체하려 해도 비용이 문제다. 미쓰이 신스케 NTT 월드엔지니어링마린 사장은 "약 10년 전 100억엔 미만으로 건조한 선박과 비슷한 배를 지금 새로 만들려면 400억엔(약 3388억원) 이상이 든다"고 설명했다. 동급 선박을 기준으로 건조비가 4배 넘게 오른 셈이다.
해저케이블선에는 수천㎞의 케이블을 보관할 대형 탱크와 케이블을 바닷속에 내려놓거나 끌어올리는 장비, 선박의 위치를 정밀하게 유지하는 설비 등이 필요하다. 일반 화물선과 달리 특수 장비가 필수적이어서 건조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선박 부족은 해저케이블 구축업체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NEC는 지난 5월 일본 국회에서 해저케이블 사업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적자 원인의 약 70%가 해양공사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자체 부설선을 확보하지 못해 외부 선박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공사 일정과 비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NEC는 자체 보유와 장기 용선을 병행해 최대 5척의 선박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시마 디렉터는 "사업을 확대하려면 우리가 사용할 케이블선을 확보해야 한다"면서도 "조선업계가 매우 혼잡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해저케이블을 경제안보와 직결된 핵심 인프라로 보고 부설선 확보와 유지·보수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저케이블 건설 수요가 늘더라도 이를 설치할 선박이 부족하면 사업 확대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고장 발생 시 복구가 지연되면 국제 통신망의 안정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I 확산으로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이 성장하면서 선박과 숙련 인력 확보가 기업의 수주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 통신망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