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프랑스 바주카포 영웅 "한국 땅에 묻어달라" 75년 만에 유엔기념공원서 영면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6·25 격전지 누빈 세르주 아르샹보 용사 유해 인천서 영접
17개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유사시 재참전 결의' 정신 되새겨

세르주 아르샹보 참전용사. 국가보훈부 제공
세르주 아르샹보 참전용사. 국가보훈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과 프랑스가 외교 관계를 맺은 지 14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를 맞아,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청춘을 바쳐 한반도의 자유를 지켜냈던 프랑스 참전 영웅이 마침내 자신이 그리워하던 대한민국 땅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다. 국가보훈부는 6·25전쟁 당시 자원입대해 치열한 사선을 넘나들었던 고(故) 세르주 아르샹보 프랑스 참전용사의 유해봉환식을 오는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거행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에 안장되고 싶다"라는 고인의 간절한 생전 유언에 따라 진행되는 이번 봉환은, 유사시 한반도 안보를 위해 언제든 다시 결속하겠다는 유엔사 전력제공국들의 역사적·현대적 연대의 깊이를 보여주는 엄숙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고(故) 세르주 아르샹보 용사의 유해는 건강상 입국이 어려운 유족을 대신해 유언 집행인인 로저 캥타르 프랑스 참전협회 사무총장과 함께 한국 땅을 밟는다.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전개될 유해봉환식은 "여기서부터 대한민국이 모시겠습니다"라는 영예로운 주제 아래, 오경준 국가보훈부 기획조정실장의 유해 영접과 국방부 의장대의 엄숙한 도열 속에서 최고의 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고인은 1951년 10월, 고국의 안락함을 뒤로하고 유엔 프랑스 대대 제3중대의 바주카(Bazooka)포 사수로 자원해 참전했다. 그는 전쟁사에서 가장 처절한 공방전 중 하나로 기록된 T-Bone 고지 전투와 철의 삼각지대 전투 등 최전선 전구를 누비며 빛나는 전공을 세웠고, 그 용맹함을 인정받아 해외작전 전구 무공십자훈장 동성훈장과 프랑스 참전용사 훈장 등을 수여받은 진정한 군인이었다.

이번 유해봉환식에는 미쉘 미라이에 주한 프랑스 대사대리와 국방무관 외에도 외교안보적으로 뜻깊은 인물들이 대거 참석한다. 한국을 위해 자신의 계급을 중장에서 중령으로 자진 강등하며 참전했던 전설적인 인물, 몽클라르 장군의 아들 롤랑 몽클라르가 자리를 함께해 자원 참전 대대원들의 고결한 정신을 기린다. 또한 단장의 능선 전투에서 산화한 로베르 구필 대위의 유족 등 프랑스 특유의 안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동참해 자리를 뜻깊게 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프랑스 참전용사의 이 같은 사후 안장 행렬이 단순한 과거의 보훈 행사를 넘어, 현재까지 유효하게 작동하는 강력한 다자 안보 보장책의 연장선에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프랑스를 포함한 17개 유엔사 전력제공국들은 지난 2023년 서울에서 개최된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를 통해 한반도에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무력 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공동성명을 공식 채택한 바 있다. 이는 정전협정 직후 체결된 과거의 결의를 현대 안보 환경에 맞춰 재확인한 것으로, 유사시 별도의 유엔 안보리 신규 결의 없이도 전력제공국들이 주일 유엔사 후방기지 등을 거쳐 병력과 장비를 즉각 투입하는 실전적 메커니즘이다.

결국 75년 전 바주카포를 들고 사선을 넘었던 아르샹보 용사와 프랑스 대대의 피로 맺어진 혈맹의 역사는, 오늘날 한반도 유사시 즉각 가동될 17개국 글로벌 안보 연대의 단단한 뿌리가 되어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고인의 최종 안장식은 오는 10월 31일 오후 2시,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강윤진 국가보훈부 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된다. 특히 이날 안장식에는 마침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기항하는 프랑스 해군의 호위함인 '방데미에르함' 승조원들이 전원 참석하여 선배 전우의 마지막 길에 군례를 바치며 양국의 굳건한 안보 유대를 시각적으로 증명할 예정이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누리는 번영과 평화는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절에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었던 유엔참전용사들의 위대한 희생 덕분"이라며, "양국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 고인을 모시게 되어 매우 뜻깊으며, 영웅들의 용기를 영원히 기억하고 예우하는 데 국가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