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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0.4% 제주… 도비 1000억으로 1조원 펀드 추진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2030년까지 외부자금 9000억 유치
해상풍력·우주 등 인프라에 5000억
제주기업 투자액 도 출자금 2배 목표
정부 재원 확보·실제 투자 실적 관건

제주지역 해상풍력 발전시설 전경. 제주도는 미래성장펀드의 인프라·전략투자 계정에서 해상풍력과 에너지저장장치 등 대규모 기반시설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촬영 장소와 시점 확인 후 사용. 사진=연합뉴스
제주지역 해상풍력 발전시설 전경. 제주도는 미래성장펀드의 인프라·전략투자 계정에서 해상풍력과 에너지저장장치 등 대규모 기반시설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촬영 장소와 시점 확인 후 사용.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전국 벤처투자의 0.4%에 그친 제주가 도비 1000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1조원 규모의 투자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전체 목표액의 절반인 5000억원은 해상풍력·우주·바이오 등 산업 기반시설에 배분하며, 정부·공공·민간자금 9000억원 확보가 핵심 과제로 남았다.

2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강애숙 제주도 경제활력국장은 이날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제주 미래성장펀드 조성 기본전략(2027~2030)'을 발표했다. 도 재정을 종잣돈으로 활용해 정부 정책금융과 민간투자를 유치하고, 기업 성장과 산업시설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중장기 계획이다.

이번 전략의 배경에는 수도권에 집중된 벤처투자 구조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회사·조합 기준 집계에서 제주지역 투자액은 201억원으로 전체 4조5291억원의 약 0.4%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수도권 투자액은 3조972억원으로 68.4%를 차지했다.

제주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0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다만 전국적인 투자 확대 흐름 속에서도 지역 기업에 유입되는 자금의 비중은 여전히 낮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창업 초기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생산시설 확충과 시장 진출에 필요한 후속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다.

제주도가 제시한 재원 조달 계획은 도비 1000억원에 정부 정책펀드·정책금융 3000억원, 공공기관과 민간자본 6000억원을 더하는 방식이다. 도 출자금의 9배에 해당하는 외부자금을 유치해 전체 투자재원을 1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1조원은 이미 확보된 예산이나 투자금이 아니다.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결성할 여러 펀드와 산업별 투자사업의 누적 목표액이다. 개별 펀드마다 투자자를 모집하고 출자약정을 체결해야 실제 조성 실적으로 인정된다.

연차별 목표를 보면 2026~2027년 992억5000만원을 시작으로 2028년 2470억원, 2029년 2750억원, 2030년 3787억5000만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전체 목표액의 약 65%가 2029~2030년에 집중돼 있어 계획 후반부의 정부 재원 확보와 민간투자 유치가 중요하다.

자금의 절반은 기업에 대한 직접 지분투자가 아닌 산업 기반시설에 배분된다.

제주도는 전체 1조원 가운데 5000억원을 인프라·전략투자 계정으로 편성했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소형위성 제조·시험시설, 바이오 생산·실증시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이 투자 대상이다.

ESS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간에 공급하는 설비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변동에 대응하는 데 활용된다. 제주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운영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관련 시설의 투자 수요가 있다.

제주도가 우선 검토하는 인프라 투자사업은 제주시 구좌읍 한동·평대 해상풍력 프로젝트다. 정부의 지역활성화투자펀드와 연계해 사업별 투자기구를 만들고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해당 사업에 대한 미래성장펀드 투자 결정이 내려진 단계는 아니다. 사업성 검토와 인허가, 투자자 확보, 금융구조 설계 등이 선행돼야 한다.

법적 제약도 해결 과제다. 현행 제도에서는 제주도가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직접 출자하는 데 제한이 있다. 도는 우선 현행 법령에 따라 출자가 가능한 정부 정책펀드와 연계하고, 직접 출자를 확대하기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도 검토할 방침이다.

기업의 성장단계에 맞춘 투자에는 2500억원을 배정했다. 창업 초기기업부터 생산·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성장기업,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기업까지 투자 대상으로 설정했다. IPO는 기업이 주식을 증권시장에 상장해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다.

지역가치·콘텐츠 투자에는 1500억원을 배정했다. 제주 특산물과 지역자원을 활용하는 로컬기업을 비롯해 농식품, 관광, 문화콘텐츠, 사회연대경제 분야의 기업과 사업에 투자한다.

나머지 1000억원은 제주 주도의 전략투자 모펀드로 조성할 계획이다. 모펀드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여러 개별 투자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방식이다. 분야별 전문 운용사가 실제 투자기업을 선정하고 관리한다.

제주도가 특히 강조한 원칙은 지역 의무투자다. 기업투자 펀드에는 도 출자액의 최소 2배 이상을 제주기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조건을 적용할 계획이다. 예컨대 도가 특정 펀드에 50억원을 출자하면 해당 펀드에서 제주기업에 최소 100억원을 투자하도록 약정하는 방식이다.

이 기준은 1조원 전체가 제주기업에 직접 투자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프라 계정은 제주지역 사업에 투자하고, 기업투자 계정은 별도의 지역 의무투자 기준에 따라 운용한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목장에 조성된 태양광·풍력발전시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추진하는 1조원 규모의 미래성장펀드 가운데 5000억원을 재생에너지·우주·바이오 등 산업 기반시설과 전략사업 투자에 배분할 계획이다. 사진=뉴시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목장에 조성된 태양광·풍력발전시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추진하는 1조원 규모의 미래성장펀드 가운데 5000억원을 재생에너지·우주·바이오 등 산업 기반시설과 전략사업 투자에 배분할 계획이다. 사진=뉴시스

투자기업의 지역 연계성도 점검한다. 제주에 본사를 둔 기업뿐 아니라 지점이나 공장, 연구개발센터를 운영하는 기업과 제주 이전 예정기업도 투자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다만 주소만 제주로 옮긴 기업은 지역 투자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실제 사업장 운영과 상시 고용, 연구개발 활동 등을 확인하고, 제주 이전을 조건으로 투자받은 기업은 약정한 이전·고용 조건을 이행해야 최종 실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기존 펀드 운용 실적은 새 전략의 효과를 판단할 비교 기준이다. 제주도는 2023년 이후 도비 115억원을 출자해 총 3196억원 규모의 펀드 5개를 조성했다. 해당 펀드에서 확보한 제주지역 의무투자 약정액은 321억5000만원이다.

현재까지 약정액의 65%가 집행돼 제주기업 23곳에 투자됐다. 전체 펀드 결성액과 실제 제주기업에 투자된 금액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번 미래성장펀드에서도 결성 규모와 실제 지역 투자 실적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기존 5개 펀드의 3196억원은 새로 추진하는 1조원 조성 목표에서 제외된다. 신규 투자계획은 지난 9월 28일 결성한 200억원 규모 '제주 로컬기업 성장펀드 1호'부터 시작됐다. 제주도는 이 펀드에 10억원을 출자했으며, 도내 로컬기업 5곳 이상에 총 20억원 이상을 투자하도록 했다. 해당 200억원은 새로운 1조원 조성 목표에 포함된다.

2027년에는 지역성장펀드와 농식품·문화콘텐츠 분야의 특화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다만 정부 자금 확보에는 변수가 남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월 지역성장펀드 조성지역으로 대구·경북권과 광주·전남권, 대전, 울산을 우선 선정했다. 제주는 경남·전북·충북과 함께 후순위 조성지역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2027년 관련 예산 등 재원이 확보되면 추가 공모 없이 펀드를 결성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가 후순위 조성지역에 포함됐지만 실제 정부 출자재원 확보까지 확정된 상태는 아닌 셈이다.

펀드를 관리할 전문조직 설립도 검토한다. 제주도는 2027년 타당성조사 용역을 통해 신기술사업금융회사 설립, 기존 출자·출연기관 활용, 지방공사 설립 등 세 가지 방안을 비교할 계획이다.

신기술사업금융회사는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나 융자를 수행하는 금융회사다. 일반적인 행정조직과 달리 전문 투자심사와 자금 운용 기능을 갖춘다.

제주도는 전문 운용체계가 마련되기 전까지 외부 전문 운용사를 활용하고, 펀드별 투자와 회수 실적을 통합 관리할 방침이다. 투자 이후 기업의 고용과 매출 변화, 후속투자 유치, 제주지역 사업장 유지 여부 등도 성과평가에 반영한다.

강애숙 제주도 경제활력국장은 "제주 기업이 그때마다 필요한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자본을 연결하고, 투자 성과가 다시 제주 기업과 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투자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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