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균 살아있어도 '제 기능' 못 하면 비만·아토피 부른다
고려대 김희남 교수, 장내 미생물 '기능 저하' 신가설 발표
'세균 종류 조사 넘어 기능 회복시키는 새 치료제 길 열어'
[파이낸셜뉴스] 장내 유익균이 몸속에 그대로 남아 있어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비만이나 아토피 등 만성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에는 장내 미생물의 '종류와 수' 감소에만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남아 있는 세균의 기능 저하'까지 함께 진단해 치료하는 새로운 바이오·의료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김희남 교수는 장내 미생물 손상을 '세균의 소실(양적 감소)'과 '남아 있는 세균의 기능 저하(질적 변질)'라는 두 가지 잣대로 평가하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 논문은 지난 15일 국제 학술지 '갓 마이크로브스(Gut Microbes)'에 게재됐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현대인의 장내 미생물 종류가 점차 줄어드는 '세균 소실' 현상이 대사질환이나 알레르기 등 만성질환을 일으킨다고 보았다. 하지만 김 교수는 장내에 유익균이 파괴되지 않고 살아 있더라도, 항생제나 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 때문에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 본래의 좋은 기능을 잃거나 오히려 해로운 균으로 변할 수 있다는 '미생물 기능 저하 가설'을 추가로 제시했다.
실제로 연구팀이 대표적 유익균인 '아커만시아'를 분석한 결과, 항생제에 노출돼 기능이 떨어진 변이 균주는 정상 균주에 비해 비만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유익균인 '피칼리박테리움' 역시 장내 환경에 따라 해로운 균주가 늘어나면서 아토피 피부염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자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생태학적 변화가 관찰됐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유산균 등 유익균을 섭취해 균의 수를 채우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능이 떨어진 미생물을 회복시키거나 해로운 기능을 억제하는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희남 교수는 "세균의 구성만 조사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장 건강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며, "세균의 사라짐과 기능 저하를 함께 고려하는 새 평가 틀이 향후 만성질환의 진단과 예방, 치료 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