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EU 포장규제 시행 두달…韓 수출기업 83% '깜깜이'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610개사 중 82.5% 인지 부족
규제 적용 진단 16.7% 그쳐
81.6% 비용 전가에도 한계

한국무역협회 전경. 뉴스1
한국무역협회 전경. 뉴스1

[파이낸셜뉴스]유럽연합(EU)의 포장재 환경규제가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국내 수출기업 10곳 중 8곳은 규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 제품에 대한 규제 적용 여부를 진단한 기업도 16.7%에 그쳤다. 규제 대응에 따른 추가 비용을 수출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려워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수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EU에 수출 중이거나 수출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 61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 대응 실태와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조사는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응답기업의 82.5%가 PPWR을 전혀 모르거나 개략적인 내용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자사 제품에 대한 규제 적용 진단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기업은 16.7%에 불과했다.

PPWR은 포장폐기물 감축과 재활용 확대를 위해 EU가 지난 8월 12일부터 시행한 규정이다. 포장재의 중금속 및 식품접촉 과불화화합물(PFAS) 제한과 기술문서, 적합성 선언서 작성 등이 의무화됐다. 향후 재활용성과 재생원료 함량, 포장 최소화 등에 대한 규제도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특히 규제 준수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 확보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기업 356개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재생원료 공급자 증빙과 재활용성 평가, 확대생산자책임(EPR) 신고자료 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규제 내용을 파악하더라도 실제 이행 여부를 입증할 준비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꼽은 주요 애로사항은 내부 전문인력 부족(32.3%)과 시험·인증·컨설팅 비용 부담(30.3%)이었다. 일회성 투자비용과 연간 반복비용을 산정하지 못한 기업도 각각 49.3%, 54.1%에 달했다.

비용 부담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추가 비용 발생을 예상한 577개사 가운데 81.6%는 비용을 거래가격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거나 25% 미만만 반영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규제 대응 비용이 기업의 수익성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무역협회는 기업별 준비 수준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응 초기 기업에는 규제 적용 진단을, 준비에 착수한 기업에는 시험·평가와 증빙자료 확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비용 부담 기업을 위한 바우처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실무교육, 포장재 공급업체와의 협력 강화도 제안했다.

박소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PPWR 대응은 포장재 변경뿐 아니라 적합성 입증과 공급망 관리까지 포함하는 과제"라며 "거래처 요구를 미리 파악해 증빙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품질·가격 경쟁력과 현지 유통망 강화를 병행한다면 규제 대응을 EU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무역협회는 오는 29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EU PPWR 시행에 따른 기업 대응 전략 세미나'를 열고 업종별 인증 절차와 대응 사례, 지원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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