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복구 아닌 사전예방 중심… AI로 안전관리 틀 새로 짠다 [AI가 바꾼 화재보험 패러다임]
전기차·ESS·데이터센터 확대
신종 화재·재난 리스크 급부상
의무보험 부재로 손해 보장 한계
기존 안전 취약시설 위험 '여전'
노후화·안전설비 부족이 주원인
AI안전기술 활용 맞춤 대책 필요
산업,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로운 유형의 위험이 등장하고 있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데이터센터 등 신규 산업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재난이 대표적이다. 노후주택과 전통시장, 영세사업장 등 기존 취약시설의 안전 사각지대도 그대로다.
이에 따라 안전관리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사고 이후 진압과 피해복구에 집중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과 상시 위험관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산업에 새로운 위험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산업구조 변화와 시설 노후화가 맞물리면서 화재위험 관리의 방향성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ESS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연쇄 폭발 및 재발화 위험이 있어 기존 화재와 차별화된 대응이 요구된다.
데이터센터나 대형 물류시설 역시 화재 시 시설 자체의 소실에 그치지 않고 기업 영업중단, 데이터 손실, 공급망 차질 등으로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이처럼 신종 화재는 더 이상 시설 유지·보수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경영 및 산업 리스크까지 유발하는 요인이 됐다.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발생 가능성을 끌어내리는 작업이 중요해진 이유다.
기존 취약시설의 위험도 여전하다. 오래된 주택과 전통시장, 소규모 사업장 등은 노후화와 안전설비 부족으로 작은 화재가 대형 피해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화재 초기 연기를 감지하거나 재빨리 진화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면 인적 피해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국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화재로 인한 전국 단독주택 재산 피해는 402억9532만원이었는데 2024년(426억5215만원), 2025년(486억1281만원)을 거치며 점차 증가했다. 이 기간 사망·부상 등 인명 피해도 504명, 542명, 567명으로 늘었다.
시설별 화재 발생·확산의 요인은 다르지만 '인간 전문가'의 현장 관리만으로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산업계와 보험업계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센서와 영상, 시설 운영 데이터를 통해 이상징후를 상시 탐지하고 전문가가 이를 검증해 대응하는 구조다.
화재보험협회 관계자는 "AI 안전기술이 산업현장에 적용되려면 기술개발뿐 아니라 성능검증, 인증, 현장적용, 위험데이터 축적, 보험 연계까지 연결되는 선순환 관리 체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도 사후보장 넘어 위험관리로
신종위험에 대응할 기술기준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 전기차와 ESS, 데이터센터 등은 시설별 위험 특성이 서로 다른 만큼 기존의 일률적인 안전관리 방식으로는 제약이 있다. 시험·연구를 통해 위험요인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법령이 포괄하지 못하는 부분은 화재보험협회가 제정한 화재안전기준(KFS) 등 전문기술기준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보험의 역할 역시 '사고 이후 보상'에서 '전반적 위험관리'로 무게중심이 이동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보험사가 축적한 사고·손해 데이터를 위험평가에 활용하고, 안전점검과 예방활동을 통해 사고 가능성을 낮추는 방식이다. 사고 발생 시엔 신속한 손해평가와 보험금 지급을 통해 피해시설과 기업이 조기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이 같은 체제 전환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가령 물류창고가 가입해야 하는 재난배상책임보험은 '제3자 배상'만 다룰 뿐 창고 자체의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 최근 5개년(2021년~2026년 6월) 전국 창고시설 화재 총 재산피해액 1조4558억원 중 일반·물류창고는 92.1%로 비중이 크다. 데이터센터는 의무보험 적용 대상조차 아니다. 상주 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화재보험법을 비롯한 어떤 보험 체계에도 편입돼있지 않다.
취약 '시설'과 함께 '계층'에 대한 보장도 요구된다. 경제적 여건상 보험 가입이나 안전설비 확충이 어려운 가구는 화재 발생 시 주거와 생계 기반을 동시에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보험협회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주택화재 안심보험'을 마련했다. 대상자는 별도 신청 없이 자동 가입되며 주택 건물 피해 최대 3000만원, 가재도구 손해 최대 700만원, 대물 화재배상책임 최대 1억원, 임시거주비 최대 200만원 등을 보장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화재안전 정책의 핵심은 예방과 진단, 기술, 보험, 피해복구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데 있다"며 "노후시설에는 맞춤형 예방대책을 적용하고, 신종 산업시설에는 새로운 기술기준을 마련하는 동시에 AI를 활용한 상시 관리와 보험을 통한 위험분산까지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태일 홍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