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원료 써도 '약가 가산' 못 받아… "국내 생산 기여도 봐야"
내년 개편 의약품 약가제도 논란
원료·완제 생산법인 분리된 경우
지배·종속 관계에 따라 혜택 갈려
국내 대다수 기업 가산 적용 제한
내년 4월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 시행을 앞두고 원료의약품(API) 직접생산에 대한 약가 가산 기준이 제약업계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원료 자급률을 높이고 공급망을 안정시키려는 취지로 국내 생산 의약품에 인센티브를 주지만, 원료와 완제를 국내에서 모두 생산해도 두 회사의 지배·종속 관계에 따라 가산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실제 국내 생산 기여도를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원료 생산과 완제의약품 제조를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는 제약사들은 현행 기준에 따라 가산 적용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원료 생산에는 화학합성·정제·결정화 등 전문 공정과 별도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GMP), 환경·안전 설비가 필요해 사업을 분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종근당과 경보제약, 유한양행과 유한화학, 대웅제약과 대웅바이오, 한미약품과 한미정밀화학 등이 원료와 완제 사업을 나눠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한 지주회사 아래 원료 전문회사와 완제회사가 나란히 있는 경우, 원료회사가 국내에서 원료를 생산하고 완제회사가 이를 사용해 의약품을 제조하더라도 두 회사가 직접적인 지배·종속 관계가 아니라면 가산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국내 생산 여부뿐 아니라 회사 간 법인 관계가 가산 적용의 변수가 되는 셈이다.
과거 기준과 비교해 인정 범위가 좁아진 점도 논란의 배경이다.
지난 2017년 기준에서는 신청 회사와 원료 생산회사가 관련 법령상 지배·종속 관계에 있으면 일정 요건 아래 해당 원료를 사용한 완제의약품에도 가산을 인정했다. 이후 품목허가권자가 자신의 제조소에서 원료 합성 공정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기준이 좁아지면서 별도 원료 전문법인을 활용하는 기업의 인정 범위도 제한됐다.
정부가 직접생산 기준을 엄격하게 두는 것은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해서다. 계열회사에서 원료를 구매하는 것만으로 직접생산을 인정하면 국내 생산에 실질적으로 투자하지 않고도 약가 가산을 받을 수 있다. 가산 적용 이후 원료 조달처나 지배관계를 바꾸는 방식으로 제도를 우회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도 악용을 막으면서 국내 생산에 기여한 기업을 구분할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핵심 합성공정을 수행하는지, 장기 공급계약과 품질협약을 맺었는지, 생산설비와 공급 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지 등을 함께 평가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원료의약품은 전문 설비와 기술이 필요한 만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생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법인 구조보다 실제 생산과 안정적인 공급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해야 전문 원료기업 육성과 공급망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제회사와 원료회사가 반드시 한 법인 안에 있어야 공급망 기여를 인정하는 구조라면 전문 원료회사를 육성하고 규모화하려는 산업 흐름과 충돌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 원료 생산을 지속하고 완제 공급망까지 책임지는 경우에는 법인 형식보다 실질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