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몸의 기억부터 화면 없는 영화까지…아트선재센터 4개 전시 동시 개막 [fn 아트스냅]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고이즈미, 전쟁 기억·사회적 망각 탐구
최하늘, 첫 키네틱 등 조각 12점 공개
'버티컬즈', 여성·퀴어의 수직성 탐색
2mc1dj, 소리로 장면을 그린 96분 영화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최하늘: 이갈이' 전경. 의식의 통제를 벗어난 몸을 다룬 조각 12점을 선보인다. 사진=남서원, 아트선재센터 제공 © 2026. Art Sonje Center.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최하늘: 이갈이' 전경. 의식의 통제를 벗어난 몸을 다룬 조각 12점을 선보인다. 사진=남서원, 아트선재센터 제공 © 2026. Art Sonje Center.

모터에 연결된 조각이 일어서려다 쓰러지고, 젊은 퍼포머들은 참전 군인의 증언을 낭독한다. 지하 극장에서는 화면을 비운 영화가 소리로 장면을 만든다.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몸과 공간을 새롭게 감각하는 네 전시가 펼쳐진다. 27일 동시 개막하는 전시는 고이즈미 메이로의 '불, 어느 아카이브'와 최하늘의 '이갈이', 7인전 '버티컬즈', 2mc1dj의 '사건 볼륨 3'다.

■몸에 남은 전쟁, 의식을 벗어난 움직임
3층 스페이스2에서 열리는 고이즈미의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은 일본의 전쟁과 민족주의를 배경으로 폭력의 기억이 사회에서 지워지는 '사회적 망각'을 다룬다. 기록만으로 담을 수 없는 경험의 흔적을 목소리와 몸짓에서 찾는다.

3채널 영상 '증언의 천사들(The Angels of Testimony)'(2019)에서는 젊은 퍼포머들이 참전 군인의 증언을 낭독한다. 두 화면 사이 모니터에는 촬영 당시 99세였던 곤도 하지메의 인터뷰가 흐른다. 자신이 증언한 폭력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노인의 모습과 후대의 낭독이 교차한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속 일상을 목탄으로 옮긴 뒤 일부를 지운 드로잉은 전후 일상에 가려진 전쟁의 흔적을 환기한다.

2층 스페이스1에서 열리는 최하늘의 개인전은 첫 키네틱 작업을 포함한 조각 12점으로 의식의 통제를 벗어난 몸을 탐색한다. 키네틱 아트는 움직임을 작품의 요소로 삼는 미술이다. '죽는 중' 연작의 조각은 모터에 이끌려 올라갔다 떨어지고, 다른 조각은 20m 레일을 따라 이동한다. 취객의 비틀거림과 잠들기 직전의 경련, 몽유병을 떠올리게 한다.

거대한 부채꼴 좌대는 관객이 크게 돌아가며 조각을 보도록 한다. 새하얀 공간에 드러난 관객도 자신의 위치와 움직임을 의식하게 된다.

아트선재센터에 설치된 고이즈미 메이로의 '증언의 천사들(The Angels of Testimony)'(2019). 참전 군인의 인터뷰와 그의 증언을 낭독하는 젊은 퍼포머들의 영상이 함께 상영된다. 사진=남서원, 아트선재센터 제공 © 2026. Art Sonje Center.
아트선재센터에 설치된 고이즈미 메이로의 '증언의 천사들(The Angels of Testimony)'(2019). 참전 군인의 인터뷰와 그의 증언을 낭독하는 젊은 퍼포머들의 영상이 함께 상영된다. 사진=남서원, 아트선재센터 제공 © 2026. Art Sonje Center.
아트선재센터 1층 더그라운드에서 열리는 '버티컬즈' 전경. 바닥에 놓인 붉은 나선형 작품은 최고은의 '탐정'(2026)이다. 사진=홍철기, 아트선재센터 제공 © 2026. Art Sonje Center.
아트선재센터 1층 더그라운드에서 열리는 '버티컬즈' 전경. 바닥에 놓인 붉은 나선형 작품은 최고은의 '탐정'(2026)이다. 사진=홍철기, 아트선재센터 제공 © 2026. Art Sonje Center.
아트선재센터 아트홀에서 열리는 '2mc1dj: 사건 볼륨 3' 전경. 빈 스크린 앞에서 대사와 음악, 효과음으로 구성된 약 96분의 사운드극을 감상한다. 사진=남서원, 아트선재센터 제공 © 2026. Art Sonje Center.
아트선재센터 아트홀에서 열리는 '2mc1dj: 사건 볼륨 3' 전경. 빈 스크린 앞에서 대사와 음악, 효과음으로 구성된 약 96분의 사운드극을 감상한다. 사진=남서원, 아트선재센터 제공 © 2026. Art Sonje Center.

■기울어진 수직, 소리로 채운 극장
'버티컬즈'는 1층 더그라운드와 한옥정원, 옥상정원으로 확장된다. 구나·김민훈·이다미·이립·전우진·최고은·황수연이 여성과 퀴어의 시선으로 권위와 힘, 남성성의 은유로 읽혀온 수직성을 다시 살핀다.

미술관은 건축가 김종성이 길모퉁이 부지를 사분원 형태로 풀어낸 건물이다. 최고은의 '탐정'(2026)은 건물 높이에 해당하는 33.51m 파이프를 나선형으로 휘어 놓은 작품이다. 이립의 '뒤집힌 아틀라스'(2026)는 하늘을 짊어진 신을 여성으로 바꾸고, 기둥에 기대어 서도록 했다. 곧게 홀로 서는 힘에서 서로 기대는 관계로 시선을 옮긴다.

지하 아트홀의 '사건 볼륨 3'(2026)은 김희천·이하령·홍승택의 공동 작업이다. 가상의 언더그라운드 클럽 '웨이츠'를 배경으로 세 에피소드가 약 96분간 이어진다. 대사와 음악, 공간의 소음과 효과음이 빈 스크린 앞에서 장면을 상상하게 한다.

극에는 작가들의 친구·가족·동료 등이 거는 전화가 실시간으로 끼어든다. 통화가 녹음된 극과 겹치거나 흐름을 멈추며 현재의 시간을 불러들인다. 관객이 직접 전화를 거는 방식은 아니다.
'사건 볼륨 3'은 12월 6일까지, 나머지 세 전시는 12월 27일까지다. 관람 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네 전시 통합 관람료는 1만원. 사운드극은 오후 2시와 4시에 상영한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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