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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나락 가는 거 안 봤나"…'닥터X' 김지원에 쏟아진 섬뜩한 댓글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주연 배우 김지원. 사진=SBS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주연 배우 김지원. 사진=SBS

[파이낸셜뉴스] 현대사를 소재로 다룬 대중문화 콘텐츠를 둘러싼 이념 갈등이 심화하면서, 작품에 대한 비판을 넘어 출연 배우 개인을 겨냥한 집단적 비난과 사상 검증식 공격으로 번지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27일 방송가에 따르면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가 5·18 민주화운동을 극 중 서사로 다룬 이후 주연 배우 김지원의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악성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좌파 드라마에 출연했다", "공인이면 정치색을 드러내지 마라", "작품과 광고 제품을 불매하겠다" "유해진 나락 가는 거 안 보신 거예요?" 등 의견을 내며 거세게 비난했다.

SNS상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배우 규탄 이미지까지 등장했다. 이에 맞서 "작품 속 설정을 이유로 연기자 개인을 공격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는 반론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논란은 지난 24일 방송된 '닥터X' 6회에서 비롯됐다. 해당 회차에는 1980년 광주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수십 년간 후유증을 앓아온 환자 오상범(하성광 분)이 등장했다. 극 중 오상범의 머릿속 총탄 파편은 당시 신군부의 헬기 사격을 증명할 핵심 증거로 다뤄졌으며, 주인공 계수정(김지원 분) 등 의료진이 518번 버스를 타고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하는 장면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가상의 인물 지두석 전 대통령이 응급 이송되는 내용이 함께 방영됐다.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일본 원작 드라마에 없던 역사적 사건을 메디컬 장르에 무리하게 결합했다는 지적과, 국가폭력 피해자의 치유되지 않은 고통을 조명해 묵직한 울림을 줬다는 호평이 엇갈렸다. 이러한 논쟁 속에서도 해당 회차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19.5%(분당 최고 21.3%)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논란은 단순한 작품 비평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 검열 요구와 집단행동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드라마 방영 중단과 제작진의 국회 증인 출석'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사전 동의 요건(100명)을 채우고 공개 여부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청원인은 "정치적 논쟁이 있는 사안을 원작과 달리 뜬금없이 끼워 맞췄다"며 방영 중단을 주장했다.

작품의 역사적 설정을 둘러싼 갈등이 주연 배우 개인을 향한 공격으로 비화한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 9월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자, 일부 단체와 누리꾼들은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인근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광고주를 압박하는 등 극단적인 반발을 보였다. 유해진은 신변 위협을 느껴 경찰에 스마트워치 지급 등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문화예술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창작물에 대한 호불호나 비판을 넘어선 배우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제도적 퇴출 요구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작품 출연을 빌미로 배우 개인에게 사상 검증식 공격을 가하는 행태는 일종의 메카시즘에 가깝다"며 "서로 다른 시각과 해석이 담길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작품은 작품 자체로 소비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작품의 서사나 완성도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시청자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국회 검증 요구나 방영 중단 같은 외압적·규제적 접근은 창작 환경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사회적 서사를 다루는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기검열을 유도하는 집단행동이 계속된다면, 결국 K-콘텐츠 전반의 서사적 다양성과 경쟁력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SBS 측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며, 제작 총괄인 이옥규 스튜디오S 책임프로듀서(CP)는 방송 당일 자신의 SNS에 드라마 포스터와 함께 "두려움 없다(no fear)"는 문구를 남겼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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