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연금 65세"...헌재 4대4 판단에 공무원연금법 유지
퇴직 직후 연금 청구, 2년 뒤 지급…실제 퇴직자 사례도 심판
"연금재정 안정, 중대 공익"...위헌 의견 "소득 공백 부담 전가"
[파이낸셜뉴스] 공무원이 60세에 정년퇴직하더라도 퇴직연금은 최대 5년 뒤부터 지급하도록 한 공무원연금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재판관 8명의 의견이 합헌과 위헌으로 정확히 양분됐지만, 위헌 결정에 필요한 6명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서 현행 규정이 유지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2일 공무원연금법 부칙 제11조 제1항 제3호부터 제6호까지의 위헌 여부가 문제 된 헌법소원 및 위헌소원 사건을 심리해 각각 기각·합헌 결정했다.
이번 심판에는 실제 정년퇴직 직후 연금을 청구했다가 지급개시 연령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즉시 지급받지 못한 공무원의 사례도 포함됐다.
1996년 6월 지방공무원으로 임용된 A씨는 지난해 6월 30일 정년퇴직하면서 공무원연금공단에 퇴직연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같은 해 7월 4일 A씨가 62세에 도달하는 2027년부터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통지했다. 해당 사건은 기존 헌법소원과 병합돼 심리됐다.
문제가 된 조항은 1996년부터 2009년까지 임용된 공무원의 퇴직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퇴직 시기에 따라 단계적으로 높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4년~올해 퇴직자는 62세, 내년~2029년 퇴직자는 63세, 2030~2032년 퇴직자는 64세, 2033년 이후 퇴직자는 65세부터 연금을 받는다.
청구인들은 정년을 60세로 유지하면서 연금 지급 시기만 늦춘 것은 기존 제도에 대한 신뢰를 침해하고, 임용 시기에 따라 공무원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합헌 의견을 낸 정형식·김복형·조한창·오영준 재판관은 연금재정의 안정과 제도 합리화라는 공익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연금 지급개시 연령이 여러 차례 개정돼 온 점에서 지급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감액된 조기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어 퇴직 직후 연금을 수령하는 길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임용 시기에 따른 차등 적용 역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1996년 이전 임용자는 개정 당시 종전 법률에 따른 연금 수급요건을 이미 충족한 반면, 이후 임용자는 그렇지 않아 기존 제도에 대한 신뢰 정도가 다르다는 취지다.
반면, 김형두·정정미·정계선·마은혁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신뢰보호원칙에 반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연금 지급을 앞당기기 위해 조기퇴직연금을 선택하면 최대 25% 감액된 연금이 지급되고, 이러한 감액이 이후에도 계속 적용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소득 공백을 피하려는 퇴직 공무원에게 사실상 장기간의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연금재정 안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정년퇴직 이후 발생하는 생계 부담을 퇴직 공무원에게만 지우는 방식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재판관은 별도 보충의견에서 퇴직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높일 경우 공무원 정년도 함께 연장해 퇴직과 연금 수령 시점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현행 연금 지급개시 연령 규정은 유지된다. 다만 재판관 절반이 정년과 연금 수급 시점 사이의 소득 공백 문제를 헌법적 쟁점으로 지적한 만큼, 향후 공무원 정년과 연금제도 개편 과정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