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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매출 14배 급증…8070억달러 AI 베팅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역대 최대 IPO 후보, 첫 증권신고서 공개
상반기 매출 163억달러·순손실 807억달러
영업적자 축소에도 인프라 투자 부담 급증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처음으로 증권신고서를 공개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이 1년 만에 14배 급증했지만 순손실도 807억달러(약 115조원)로 크게 늘었다. AI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며 최대 8070억달러(약 1150조원) 규모의 인프라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막대한 투자비 회수 부담과 반도체 공급망 불안, 전력 확보 문제 등이 향후 성장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앤트로픽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나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세한 재무 실적과 장기 투자 계획, 사업 위험 요인을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이르면 다음 달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나스닥에서 'ANT'라는 종목코드로 거래될 예정이다.

AI 인프라 계약 최대 8070억달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2억8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억6300만달러보다 약 14배 증가했다. 기업들의 AI 도입이 확대되면서 AI 챗봇 '클로드(Claude)'와 기업용 AI 모델 이용이 급증한 영향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순손실은 807억4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29억6900만달러보다 크게 확대됐다.

다만 순손실 대부분은 실제 현금 유출을 동반하지 않는 회계상 손실이다. 앤트로픽의 기업가치가 급등하면서 전환증권 등 금융상품의 공정가치를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약 724억달러의 손실이 반영됐다.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부채의 평가액이 증가하면서 회계상 손실이 커진 것이다.

실제 영업 실적은 오히려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6억9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약 21억4000만달러보다 크게 줄었다. 2·4분기에는 9억74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문제는 앞으로 부담해야 할 막대한 AI 인프라 비용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계약을 합산한 결과 앤트로픽이 체결한 컴퓨팅 및 기타 인프라 관련 계약 규모는 최대 807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한 계약이다. 다만 계약별 기간과 해지 조건이 달라 전체 금액이 확정된 투자 지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과 체결한 1100억달러 규모의 계약은 2036년까지 이어진다. 반면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스페이스X와 체결한 컴퓨팅 자원 임대 계약은 2029년까지 예정돼 있지만 2027년부터 90일 전에 통보하면 해지할 수 있다. 특히 취소가 불가능한 계약은 실제 컴퓨팅 자원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향후 AI 수요 증가세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 막대한 계약 비용이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앤트로픽은 올해 6월 말 기준 현금과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투자자산 약 132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해 IPO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AI 산업의 자본집약적인 사업 구조가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매출 25% 고객 5곳에 집중…HBM 공급망도 불안

앤트로픽은 고객 기반과 반도체 공급망의 집중도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올해 9월 말까지 9개월 동안 전체 매출의 약 25%가 단 5개 고객에게서 발생했다. 앤트로픽은 이들 고객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상당수 고객이 장기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언제든 AI 서비스 이용을 줄이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점이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반도체 공급망 역시 취약점이다. 앤트로픽은 증권신고서에서 고성능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메모리 제품이 대부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 3개 기업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들 기업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AI 수요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형 고객이나 경쟁업체가 생산 물량을 선점하면 필요한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첨단 반도체 생산이 대만 TSMC에 집중된 점도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앤트로픽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이나 봉쇄, 자연재해 등으로 대만의 첨단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체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양산 체계를 갖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밖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에 대한 관세와 수출입 제한도 비용 상승과 공급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앤트로픽은 전체 335쪽에 달하는 증권신고서 가운데 94쪽을 사업 위험 요인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여기에는 AI 기술 자체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도 포함됐다. 앤트로픽은 첨단 AI 모델이 인류에 재앙적이거나 실존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모델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작동하거나 악의적으로 활용될 경우 법적 책임과 평판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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