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쓰던 손으로 온기 나누다...대륙아주 '다온' [방과 후 법조인들③]
재료 손질 서툴던 변호사도 앞치마 두르고 나눔에 동참
봉사로 넓어진 대화…법인은 재료비·참가비 지원
[파이낸셜뉴스] 건설분쟁을 다루는 변호사에게도 간단한 식재료 손질은 낯선 일이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송무2그룹 건설부동산팀 소속 전재기 변호사가 봉사동호회 '다온' 회원으로 처음 배식 봉사에 나섰을 때다. 평소 음식을 만들어본 경험이 거의 없던 그는 재료를 다듬는 일부터 서툴렀다고 돌아봤다. 평일에도 현장을 채운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역시 새롭게 다가왔다.
그곳에서 만난 한 고령의 자원봉사자가 건넨 말은 오래 남았다. 매주 한 번 이상 봉사한다는 그는 남을 돕는 것 같지만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행복이 돌아온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전 변호사가 봉사를 이어가며 느끼는 보람도 이와 맞닿아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마음이다.
다온 회장을 맡은 전 변호사의 손은 지난 8월 29일 제빵 봉사에서도 바쁘게 움직였다. 대한적십자사 사랑의 빵나눔에 참여해 밀가루를 체에 치고, 단팥빵에 넣을 팥을 둥글게 빚었다. 반죽을 일정한 크기로 나눠 팥을 넣고 빵 모양을 잡는 일도 맡았다. 이날 모인 대륙아주 임직원 17명은 단팥빵과 컵케이크를 만들어 취약계층과 아동복지시설 등에 전달했다.
빵을 만드는 과정은 여유로운 체험만은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양을 완성해야 했다. 다온 간사인 정유진 변호사는 "'무서운 조교님'의 지도 아래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유쾌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반죽과 굽기, 포장이 끝난 뒤에는 설거지와 정리까지 함께했다.
그 과정에서 사무실에서는 보지 못했던 동료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평소 점잖게 일하던 선배 변호사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땀을 흘렸다. 누군가는 무거운 반죽과 틀을 옮겼고, 다른 누군가는 능숙하게 재료를 준비했다. 설거지와 궂은일을 먼저 맡는 손길도 이어졌다. 각자의 업무로 바쁘던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서로의 부족한 손을 보탰다.
전 변호사에게는 연탄 나눔 현장에서 발견한 동료의 모습도 남아 있다. 연세가 높은 변호사가 체력적인 부담에도 열심히 연탄을 나르는 모습에 감동했고, 평소 무뚝뚝해 보이던 직원이 자녀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에서는 자상한 부모의 얼굴을 봤다.
이런 만남을 더 자주 만들자는 생각에서 다온이 출발했다. 대륙아주는 기존에도 환경정화와 연탄 나눔 등 봉사활동을 해왔다. 정 변호사 등은 이를 더 다양하고 지속적인 활동으로 넓히고자 동호회를 기획했다. 2025년 6월 20일 창립총회를 거친 다온에는 현재 30명이 가입해 있다. 이름에는 봉사 스위치를 켠다는 'ON'과 따뜻함을 뜻하는 '溫'을 함께 담았다.
가사상속팀 변호사이자 공익위원회 간사인 정 변호사는 가정폭력 피해자 무료 법률상담과 청소년 법률교육 등도 담당한다. 다온에서는 구성원들이 현장 봉사에 쉽게 참여하도록 활동을 준비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매번 전체 임직원에게 공지를 보내는 데서 나아가, 관심 있는 사람들이 먼저 모여 유대를 쌓을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전 변호사에게도 동호회는 참여의 문턱을 낮춰줬다. 혼자 봉사활동을 해본 경험은 없었지만, 동호회가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알아봐 주니 동료들과 함께 나서기가 한결 수월했다.
모임을 준비하는 정 변호사에게도 걱정은 있다. 참여자를 모집하기 전이면 '지원자가 너무 없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직원들은 먼저 손을 들고, 다른 동료나 지인에게도 참여를 권했다. 모집을 독려하던 사람이 오히려 구성원들의 호응에 힘을 얻는 순간들이다.
지난해 공익위원회와 다온이 함께 준비한 첫 바자회도 그랬다. 직원들이 물품을 기부했고, 행사 당일에는 아침부터 '오픈런'이 벌어졌다. 수익금은 이웃을 돕는 데 쓰였다. 올해 연말이 가까워지자 직원들은 먼저 "올해도 꼭 다시 열자"며 다음 행사를 기다리는 마음을 전했다.
봉사 현장에서 쌓인 이야기는 사무실로 돌아와서도 이어진다.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동료에게 "이번 오티즘 레이스 신청하셨어요?", "다음 제빵 봉사도 가시나요?"라고 묻는다. 짧은 인사를 나누던 사이에 함께한 경험과 다음 약속이 생긴 것이다. 정 변호사는 "직장생활 속 대화의 폭이 넓어지고 동료들과의 관계가 한결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법인은 구성원들이 시간과 손길을 보탤 수 있도록 비용과 실무를 지원한다. 공익위원회와 연계해 활동을 기획하고, 공익담당 하은영 책임이 준비와 진행을 돕는다. 제빵 봉사 재료비와 활동 후 식사비도 법인이 부담한다. 오는 10월 31일 참여할 예정인 '오티즘 레이스'의 임직원 참가비 역시 법인 차원의 사회공헌 기부금으로 지원한다.
대륙아주에서 업무 밖의 만남을 만드는 동호회는 다온만이 아니다. 이왕민 변호사가 회장을 맡은 스크린스포츠동호회 'DA SINGLEBUNGLE'에는 55명이 가입해 매월 한 차례 스크린골프 대회를 연다. 조용기 변호사가 이끄는 'DA:RUN'은 회원 52명이 정기 러닝과 마라톤대회에 참여하는 모임이다. 이규철 대표변호사가 회장인 관람동호회 '다(DA)락(樂)방' 회원 50명은 스포츠 경기와 영화, 공연, 전시 등을 함께 즐긴다. 관심사는 달라도 동료와 함께할 시간을 만든다는 점은 같다.
다온의 다음 활동도 준비 중이다. 임직원과 가족이 함께하는 오티즘 레이스에 이어 빵나눔을 지속하고, 연말에는 김장 봉사에도 도전해보려 한다. 정 변호사는 재료비와 체력 부담을 고려해야 하지만 구성원들의 호응을 모아 추진하고 싶다고 했다.
전 변호사 역시 아직 해보지 못한 활동이 많다며 다음 봉사를 기대했다. 어떤 일을 함께하고 싶은지 묻자, 건설사건을 다루는 법률가다운 답이 돌아왔다.
"머리를 쓰는 직업이라 몸을 쓰는 일이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