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지키고 근육은 붙잡고… 홍삼의 '노화 방어전'
홍삼이 치매와 근감소증, 지방간염 등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는 동물·세포 실험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뇌세포 에너지 공급, 신경 보호, 근력 유지, 간 대사 개선 등 홍삼이 노화에 작용하는 기전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26~29일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고려인삼학회 주최로 열린 '제14회 국제인삼심포지엄'에서는 홍삼이 노화 관련 기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문민호·남윤권 건양대 의대 교수팀은 홍삼의 주요 성분인 다당체(KRGP)가 알츠하이머병과 인지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치매 유전자 변형 쥐 모델(5XFAD, 3xTg)로 실험했다.
홍삼 다당체를 투여한 쥐는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β)의 뇌 축적이 크게 줄었다. 뇌 신경 염증과 신경세포 손실이 완화됐고,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서 뇌세포 재생(성체신경발생)이 촉진됐으며, 인지 기능 저하도 유의하게 개선됐다.
홍삼 다당체는 세포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해 뇌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신호 전달 통로인 시냅스를 정상화해 손상된 신경망을 보호했다. 다른 치매 모델에서는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타우(Tau) 단백질의 이상 변형과 축적도 억제했다.
양현정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 통합헬스케어학과 교수팀은 홍삼이 신경섬유를 감싸는 절연막인 수초의 형성과 재생을 촉진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세포 실험에서 홍삼의 비사포닌 성분은 수초를 만드는 희소돌기아교세포 전구세포의 증식을, 사포닌 성분과 진세노사이드 Rb1은 수초막 형성을 촉진했다.
수초가 손상된 쥐에 홍삼이나 Rb1을 투여하자 좌우 뇌를 잇는 뇌량에서 수초 재생이 촉진됐다. 젖을 뗀 직후 2주간 고립된 환경에서 키운 쥐에서는 사회성 저하가 완화되고, 내측 전전두엽 피질의 수초 관련 유전자 발현이 회복됐다.
리 웨이(Wei Li) 중국 지린농업대 교수팀은 인삼을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홍삼 특유 성분 'AFG(Arginyl-fructosyl-glucose)'가 미토콘드리아의 활성산소(ROS) 작용을 억제해 뇌세포 손상과 노화를 늦춘다고 밝혔다. 동물실험에서는 신장 조직의 염증과 세포 사멸을 줄이고, 당뇨로 인한 혈당 상승과 망막 손상도 완화했다.
박상민 충남대 약대 교수팀은 홍삼과 진세노사이드 Rb2가 노화 쥐의 근력과 운동 기능 저하를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노화 유도 물질(D-갈락토오스)과 산화스트레스(과산화수소)로 손상시킨 근육세포에서 홍삼 추출물은 구조적 손상을 줄이고 세포 노화 지표를 개선했다. D-갈락토오스로 노화를 유도한 쥐에서는 악력이 유의하게 좋아졌고 운동 능력 저하도 완화됐다.
근력이 좋아지는 과정에서 근육뿐 아니라 뇌와 간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뇌 해마에서는 노화로 줄었던 신경전달 관련 유전자가 회복됐고, 간에서는 단백질 처리·분비 경로가 영향을 받았다. 홍삼의 근력 개선 효과를 근육만이 아니라 뇌와 간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의미다.
요한 오웍스(Johan Auwerx)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 교수팀은 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에 취약한 쥐에 서구식 식단을 먹인 뒤 홍삼 추출물(체중 1kg당 100mg)을 투여했다. 그 결과 체중과 체지방이 줄고 간 지방 축적과 섬유화가 크게 완화됐다. 간 손상 지표(ALT, TIMP1)가 낮아지고 혈당과 인슐린 수치도 정상에 가까워졌다. 염증·섬유화 관련 신호는 줄고 미토콘드리아 관련 유전자 발현은 개선됐다.
김종훈 고려인삼학회장은 "향후 지속적인 과학적 검증으로 노화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를 막고 성인병 예방 분야에서 홍삼의 학술적·실용적 활용 범위를 넓혀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