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유엔 총장에 '유럽 트럼프' 지지...유럽은 '냉소'
美,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전 총리 지지
中과 러시아도 지지한다고 알려져. '유럽 트럼프'로 유명한 우파 인물
영국 및 프랑스 거부권 없으면 후보 추천 가능할 듯
폴란드, 우크라이나는 해당 주장에 냉소 "웃기는 이야기"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내년에 취임하는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빅토르 오르반 전 헝가리 총리를 지지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럽 각국은 해당 주장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오르반에게 유엔 사무총장 선거 출마를 권했고, 중국과 러시아도 이를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7년에 취임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5년 임기 이후 2021년 연임에 성공했으며 올해 12월 31일에 물러난다. 유엔 사무총장 1회 연임이 가능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단일 후보를 결정해 유엔 총회의 찬반 투표로 확정된다.
현재 유엔은 현재 7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차기 총장 선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후보 추천을 위해선 안보리 이사국 9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5개 상임이사국(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 중 어느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안보리 6차 예비 투표까지 진행됐으나 뚜렷한 합의점은 찾지 못한 상태다.
WSJ와 접촉한 익명의 미국 당국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를 언급했다. 당국자는 오르반이 "마가 진영이 꿈꾸는 후보"라며 "이념적으로 적합하고 적대적 환경에서 권력을 행사할 줄 알며 유엔 기득권에 위축되지 않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오르반은 1998~2000년 헝가리 총리를 지냈으며 2010년에 다시 총리 자리에 올라 지난 4월까지 약 16년 동안 헝가리를 이끌었다. 그는 집권 이래 우파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이슬람과 난민, 성소수자 등에 반대했고 사법부를 장악하는 등 유럽연합(EU) 규정을 위반했다. 오르반은 2022년 EU 탈퇴를 주장하며 EU 및 EU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모두 헝가리의 "적"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러시아와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지난 4월 헝가리 총선에서 오르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오르반은 미국의 유엔 사무총장 출마 권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오르반 측은 후보 선출이 보장되어야 출마한다는 입장이다. WSJ는 트럼프와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이 다음달 3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 오르반 공개 지지에 나선다고 예측했다.
미국 관계자는 오르반이 "안보리에서 8개국 표를 무난하게 확보했으며, 10개국 지지도 얻을 수 있다" 주장했다.
다만 영국과 프랑스가 오르반을 거부할 수도 있다. 26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오르반의 유엔 사무총장 후보 가능성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후보였다"며 "(유엔 총장 후보설은) 오르반의 EU 집행위원장 소문만큼이나 웃기게 들린다"고 말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오르반이 유엔 총장이 된다면, 그가 수년간 주요 EU 결정을 무산시키면서 갈고닦은 거부권 행사와 협박 기술을 아주 유용하게 쓸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적었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