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무효 판결 받고도 또 해고"…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 헌법소원
사업장 규모 따라 노동위 구제 여부 갈려
해고무효 소송 승소에도 재해고 피해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보호 확대해야"
[파이낸셜뉴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제한 규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현행 근로기준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사업장 규모를 이유로 노동위원회 구제절차를 이용할 수 없어 장기간 민사소송을 감당해야 하는 등 권리 구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법적 보호 확대를 촉구했다.
27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2항과 시행령 제7조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취지를 밝혔다. 현행 규정상 상시근로자 4인 이하 사업장에는 부당해고 제한과 노동위원회 구제절차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은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려면 노동위원회 대신 민사소송 등 별도의 법적 절차에 의존해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구인은 부당해고 이후 수년간 민사소송 끝에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복직 이후 재차 해고됐다고 호소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해당 사업장에 해고절차를 정한 인사규정이 있어 승소할 수 있었지만, 사측이 복직 이후 인사규정을 폐지하고 다시 해고했다"고 설명했다. 오랜 법적 다툼 끝에 복직하더라도 고용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윤 대표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부당한 대우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증언도 이어졌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는 인권 관련 기관에서 근무한 노동자는 시설장과 갈등을 겪은 뒤 지속적인 정서적 폭력에 시달렸지만 사업장 규모가 작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기관의 이주여성 노동자 역시 반복적인 질책과 권고사직 압박을 받았으며 권고사직을 거부한 뒤 계약 만료를 이유로 퇴사를 통보받았다고 토로했다.
청구인 대리인인 김두나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9년 관련 규정을 합헌 취지로 판단했지만 당시 소규모 사업주의 부담에 비해 노동자의 고용 불안정성과 권리 침해 가능성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법적 보호의 차이가 노동자의 권리 구제 기회까지 제한하고 있다는 취지다.
실제 직장갑질119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의 실직 사유 중 해고 비율은 30.8%로 전체 직장인 평균(14.1%)의 두 배를 웃돌았다. 반면 자발적 퇴사 비율은 11.5%에 그쳤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해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김 변호사는 부당해고 제한 규정의 적용 제외가 1975년부터 이어져 왔다며 퇴직금과 모성보호 등 일부 노동제도의 적용 범위가 확대된 것과 달리 부당해고 구제절차는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노동관계법상 보호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해고에 대한 법적 구제에는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가장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구제절차에서 배제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이동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