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잘해왔다'는 안이함이 가장 큰 적"…中 전기차와 생산비 격차부터 줄여야 [안방 파고드는 중국車, 내우외환 겪는 한국車 (하)]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관세 8%·보조금 차이로는 中 전기차 못 막아
현 상황 유지하려면 EU 상하이차 수준 관세나 가격차 보완책 필요

이상명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BYD 공세의 핵심은 원가경쟁력…배터리 수직계열화 따라가기 어려워
부품·소재까지 아우른 원가 혁신, 인건비·고용 유연성 개혁 필요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석좌교수(한국전기차협회장)
R&D 인센티브로 중소 부품사부터 키워야
'자동차산업은 먹고살 만하다'는 인식이 잘못

이항구 남서울대 특임교수(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중소 부품사부터 구조조정…자동차 고용 이미 감소세
현대차·기아 '국내 300만대 생산' 원칙 다시 확인해야

이항구 남서울대 특임교수(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이항구 남서울대 특임교수(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석좌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석좌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
이상명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이상명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파이낸셜뉴스]"지금까지 기적적으로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안이함이 가장 큰 적이다."
이상명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는 중국 전기차 공세 앞에 선 한국 자동차산업을 이렇게 진단했다. 정부가 7월 보조금 대상 업체를 가리는 평가를 도입한 뒤에도 3·4분기 국내에 새로 등록된 전기차의 44.2%가 중국산이었다. 중국산 전기차에 붙는 관세는 8%로 미국(최고 127.5%)과 유럽연합(EU·최대 45.3%)에 크게 못 미친다. 자동차 산업·정책 전문가 4명에게 한국이 무엇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물었다.

■"관세로는 못 막는다"…그렇다고 문 걸어 잠글 수도 없어
자동차 산업·정책전문가 4인이 본 中 전기차 공세 해법
전문가 진단 정부가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한마디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관세 8%로는 보조금 없이도 中 전기차 공략 가능 중국과의 전기차 생산비용 격차 축소 국가 경제를 위한 조치와 기업 지원을 혼동하는 것 "한국은 대전환해야 한다"
이상명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배터리 수직계열화 등 원가경쟁력 격차가 핵심 보다 적극적인 산업혁신정책, 세액공제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로 ‘중국차는 불나서 안 탄다‘는 식의 인식에 현혹되는 것 "잘해왔다는 안이함이 가장 큰 적"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석좌교수 보조금은 BYD가 흡수할 수준…장벽 역할 끝나 완성차 이전 단계에서 R&D 인센티브로 부품사 지원 국내 생산 조건으로 보조금을 더 조이는 것(무역보복 부메랑) "자동차산업은 먹고살 만하다는 인식이 잘못"
이항구 남서울대 특임교수 중소 부품사부터 구조조정…자동차 고용 이미 감소 R&D 투자 기업 중심 지원, 현대차·기아 국내 300만대 생산 원칙 확인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생명만 늘리는 자금 지원 “400만대 선, 1년 내 무너질 수 있다”
27일 전문가들은 현재의 관세와 보조금 제도만으로는 중국 전기차의 공세를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워낙 높아 일정 수준의 관세로는 방어가 힘들다"며 "8% 관세와 보조금 차이는 EU가 상하이자동차에 부과한 관세(45.3%)에 크게 못 미쳐, 중국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을 전혀 못 받더라도 한국 시장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이라도 유지하려면 45.3%와 비슷한 수준의 관세나 가격 차이를 보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조금 평가에서 탈락한 BYD가 자체 지원금을 앞세워 판매를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석좌교수(한국전기차협회장)는 "보조금을 받지 않는데도 판매가 줄지 않았다는 건 BYD 모델의 가격 경쟁력이 굉장히 높다는 뜻"이라며 "영업이익률은 줄겠지만 줄여도 그만큼 남는다는 것이니 얼마나 무서운 가성비를 갖췄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은 BYD가 흡수할 정도로 금액이 크지 않아 장벽으로서 역할은 거의 다 끝났다"고 했다.

그렇다고 수입 장벽을 무작정 높일 수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조 위원은 "우리나라 대부분 산업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아 관세나 비관세 장벽으로 해외 생산 제품을 막는 정책을 시행하기는 힘들다"며 "보조금에서도 해외 기업을 명시적으로 차별할 수는 없고, 기술·환경·국내 경제 기여 같은 정책 목적에 따라 차이를 둘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고 하면 미국과 다를 게 없다"며 "그러면 중국도 똑같이 할 것이고, 피해는 우리가 10배, 20배 받는다"고 경고했다.

■400만대 선이 흔들린다
그사이 국내 생산 기반은 흔들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최근 3년간 410만대 안팎에 머물러 있다. 임채욱 산업통상부 자동차과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토론회에서 "고용과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국내에서 최소한 400만대 규모 생산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위태롭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항구 남서울대 특임교수(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는 "400만대 선은 1년 내 무너질 수 있다"며 "중국산 수입이 늘고 외국계 기업이 규모를 축소하거나 철수할 경우 400만대 선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충격은 부품업계부터 나타날 수 있다. 이 교수는 "고용보험 통계에서 자동차산업 고용이 4월부터 줄고 있고 8월에는 2% 감소했다"며 "완성차 물량이 줄거나 중국 플랫폼으로 바뀌면 감소세는 빨라질 것이고, 현대차·기아와 관련이 없는 중소 부품업계부터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자본의 국내 완성차업계 진출을 두고는 시각이 엇갈렸다. 중국 지리그룹이 2대 주주(지분 34.02%)인 르노코리아와 중국 체리자동차를 대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한 KG모빌리티(KGM) 등 중국 자본과 연결된 중견 완성차업체에 대해 이항구 교수는 "위협"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들 업체는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산 부품 사용을 늘릴 것이고, 국내 부품업계는 결국 공급망에서의 지위를 중국 업체에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명 교수는 르노코리아와 KGM에 대해 "두 회사 모두 전기차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라 현 상황에서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공급망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종속되거나 단순 생산기지 및 우회 수출기지화되는 것에 대한 경계가 없으면 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원가 경쟁력이다. 이상명 교수는 BYD의 공세를 두고 "배터리 수직계열화 등 우리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원가경쟁력과 선점 전략이 모두 작용했지만, 원가경쟁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원가 경쟁력은 부품사와 그 끝단인 소재 경쟁력까지 다 포괄해야 하는데 BYD를 비롯한 중국 기업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며 "인건비도 고용 유연성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개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법은 '생산세액공제'
전문가들은 해법을 구매 단계가 아닌 생산 단계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8월 세제개편안에서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완성차를 포함하지 않았다. 조 위원은 "국내 생산 세액공제를 특정 기업의 이익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오해하는 게 가장 잘못 판단하기 쉬운 지점"이라며 "기업은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아도 해외에서 생산할 수 있지만, 국내 생산이 사라지면 국민경제가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세액공제는 기업 지원이 아니라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명 교수는 업계가 요구하는 대당 400만원의 세액공제에 대해 "이 정도 금액으로 전기차 생산단가가 획기적으로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던 산업정책이라는 측면에서 그동안 너무 오래 자동차산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의 보호장치로 보고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산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 교수는 "R&D 비용을 늘려 중소 부품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완성차가 나오기 전 단계에서 방법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자동차산업은 먹고살 만하지 않으냐'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세액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항구 교수는 "현대차·기아도 일부 핵심 부품을 중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세액공제를 도입해도 국내 생산이 줄고 특히 현대차의 해외 생산이 늘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자칫 중국계 자본이 들어온 중견 3사에 지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정부는 계속 자금을 지원해 왔지만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생명만 연장시켰다. 연구개발 투자 기업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삼아야 한다"고 했다.

중국 자본의 국내 진출을 걸러낼 제도적 장치도 마땅치 않다. 조 위원은 "외국인투자 안보심의는 국내 산업기술이나 국가첨단전략산업을 방어하는 목적이어서 중국 전기차 기업의 국내 기업 지분 투자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커넥티드카 진입에 따른 정보·데이터 유출과 안보 문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호만으론 안 돼…한국은 대전환해야"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 보호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전기차 국내 시장을 보호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우리 자동차는 해외 의존도가 높아 해외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로 "중국과 국내의 전기차 생산비용 차이를 줄이는 조치"를, 하지 말아야 할 일로 "국가 경제를 위한 조치와 기업을 위한 조치를 혼동하는 것"을 꼽았다. 기업에는 자율주행·소프트웨어중심차(SDV) 조기 개발과 자동차산업 생태계 전반의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주문했다.

이항구 교수는 "이번 구조조정은 로봇이나 AI 도입이 아니라 중국과의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과거에 언급됐던 현대차·기아의 국내 300만대 생산 원칙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상명 교수는 "각국이 산업정책 차원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경향은 지난 20~30년 동안 보기 드문 일"이라며 "기업의 자율 경쟁력 제고와 함께 보다 적극적인 산업혁신정책이 필요하다. 줄탁동시(啐啄同時)처럼 두 축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무섭다. 전기차도 그렇지만 자율주행차는 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다"며 "'중국차는 불나서 중국에서도 안 탄다'는 식의 내용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주요 의사결정자와 정부 관계자들이 직접 중국과 미국에 가서 보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지금의 상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달라는 질문에 "한국은 대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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