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당선에 브라질 증시 17% 하락…환율·선물 금리도 급상승
룰라 재선에 브라질 금융시장 발작……코로나 후 첫 서킷브레이커
신뢰할 만한 재정계획이 나올 때까지 투자심리 약세 이어갈 듯
[파이낸셜뉴스]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예상 밖 대선 승리에 브라질 증시와 헤알화 가치가 동반 급락하고 금리는 폭등했다. 증시는 6년 만의 최대 낙폭인 14% 가까이 폭락했다.
금융시장은 개장하자마자 매물이 쏟아졌다. 룰라의 재선으로 재정지출 확대 등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매도세가 확산된 것이다. 시장은 재정 긴축에 보다 적극적인 야당 후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 의원의 승리를 기대해 왔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장 개장과 함께 브라질의 코스피인 보베스파 지수는 전장보다 17.00% 하락한 169,893p를 기록했다. 장 중 한때 낙폭은 17.34%까지 확대되며 지난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증시 폭락 조짐에 당국은 서킷브레이커를 가동했지만, 발작 수준의 증시 급락 추세를 되돌리진 못했다.
외환시장도 출렁였다.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은 전장보다 10.26% 급등해 가치가 폭락한 달러당 5.498헤알에 거래됐다. 장 중 한때 12.37% 치솟은 5.604헤알까지 상승하며 202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금융 시장의 충격은 채권 및 금리 선물 시장으로 빠르게 전이됐다. 2027년 1월 만기 예금금리선물(DI) 금리는 0.3%p, 2031년 1월 만기 금리는 3.07%p 상승했다. 국채시장의 매도세도 거셌다. 2054년 만기 브라질 달러표시 국채 수익률은 7.45%까지 상승했다.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20.21bp에서 151.67bp로 급등했다.
브라질의 국가위험도(CDS 프리미엄) 역시 이날 22%(오전 11시50분 기준) 폭등했다. 국가위험도 상승은 투자자들이 브라질 정부의 채무 이행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느낀다는 의미다. 정부와 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 여건을 악화시킨다.
시장의 우려는 브라질의 취약한 재정 상황에 집중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브라질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채무는 GDP 대비 약 83%이며 기준금리는 연 13.75%에 이른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브라질 재무부는 이날 예정됐던 고정금리 국채 및 물가연동 국채 입찰을 전격 취소했다. 금리선물 급등으로 투자자들이 높은 요구수익률을 제시함에 따라 정부의 국채 발행 및 부채 조달 비용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룰라의 집권 연장에 대해 시장에서는 보조금 확대와 포퓰리즘적 재정 지출로 국가 부채 비율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룰라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주말 대중교통 무료화와 개인 채무 탕감, 복지급여 확대 등 대대적인 재정 지출이 필요한 공약을 제시했다.
이 같은 폭락세는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1위를 차지했던 대선 1차 투표 직후의 자산 가치 상승 흐름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1차 투표 이튿날 보베스파 지수는 7.70% 급등하고 환율은 4.11% 하락하는 등 시장의 재정 긴축 기대감이 반영된 바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마우리시오 몬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룰라 대통령이 실질임금 상승과 고용을 뒷받침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재정 조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차기 재무장관 인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룰라 측은 2030년까지 GDP 대비 약 1.3%의 재정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지출 삭감 방안은 아직 불분명하다.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의 알레호 체르본코 신흥시장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에 신뢰할 만한 재정계획이 나올 때까지 브라질 금융시장의 투자심리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룰라 당선 확정 직후 브라질 헤알화와 국채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지 투자은행 BTG 팍투알 역시 보고서를 통해 향후 몇 주간 매도세가 이어지며 지수가 170,000선 안팎에서 맴돌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전문회사 발로르 인베스티멘투스의 다니엘 텔리스 파트너는 "룰라 정부가 고비용 지출과 보조금성 지출 정책을 지속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높일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며 "기준금리와 시중금리가 상방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RBC블루베이자산운용의 그레이엄 스톡 선임 국채 전략가는 FT에 이번 폭락이 재정 조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라는 시장의 명확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email protected] 이석우 국제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