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車생산 400만대 위태… 생산세액공제로 中에 맞서야" [안방 파고드는 중국車, 내우외환 겪는 한국車(하)]
보조금만으론 中 못 막아
생산비 격차부터 줄여야
보조금, 장벽役 끝났지만
안 주면 피해는 우리 몫
중소부품사부터 구조조정
R&D 투자기업 지원해야
中전기차 공세 직면한 韓
원가 경쟁력 격차가 문제
"지금까지 기적적으로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안이함이 가장 큰 적이다." 이상명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는 중국 전기차 공세에 직면한 한국 자동차산업을 이렇게 진단했다.
정부가 7월 보조금 대상 업체를 가리는 평가를 도입했지만, 3·4분기 국내 신규 등록 전기차의 44.2%가 중국산이었다.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8%로 미국(최고 127.5%)과 유럽연합(EU·최대 45.3%)에 크게 못 미친다. 중국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생산 기반마저 위협받고 있다. 본지는 자동차 산업·정책 전문가 4명에게 대응방안을 물었다.
■"관세·보조금으론 못 막는다"
27일 전문가들은 현재의 관세와 보조금만으로는 중국 전기차의 공세를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 관세와 보조금 차이는 EU가 상하이자동차에 부과한 관세(45.3%)에 크게 못 미쳐 중국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을 전혀 못 받더라도 한국 시장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석좌교수(한국전기차협회장)는 보조금 평가에서 탈락하고도 판매를 늘린 BYD를 두고 "보조금은 BYD가 흡수할 정도로 금액이 크지 않아 장벽으로서 역할은 거의 다 끝났다"고 했다. 그렇다고 수입장벽을 무작정 높일 수도 없다. 조 위원은 "우리나라 대부분 산업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아 관세나 비관세장벽으로 해외 생산 제품을 막는 정책을 시행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고 하면 미국과 다를 게 없다"며 "피해는 우리가 10배, 20배 받는다"고 경고했다.
■400만대 선이 흔들린다
그사이 국내 생산 기반은 흔들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최근 3년간 연간 410만대 안팎에 머물러 있다. 임채욱 산업통상부 자동차과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토론회에서 "고용과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국내에서 최소한 400만대 규모 생산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위태롭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항구 남서울대 특임교수(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는 "400만대 선은 1년 내 무너질 수 있다"며 "현대차·기아와 관련이 없는 중소 부품업계부터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자본과 연결된 르노코리아·KG모빌리티(KGM) 등 중견 완성차업체에 대해서도 "위협"이라며 "이들 업체는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산 부품 사용을 늘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명 교수는 르노코리아와 KGM에 대해 "두 회사 모두 전기차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라 현 상황에서 불가피하다"면서도 "공급망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종속되거나 단순 생산기지 및 우회 수출기지화되는 것에 대한 경계가 없으면 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원가 경쟁력이다. 이상명 교수는 "원가 경쟁력은 부품사와 그 끝단인 소재 경쟁력까지 다 포괄해야 하는데 BYD를 비롯한 중국 기업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법은 '생산세액공제'
전문가들은 해법을 구매가 아닌 생산 단계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8월 세제개편안에서 완성차를 국내 생산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조 위원은 "세액공제는 기업 지원이 아니라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명 교수도 "그동안 너무 오래 자동차산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최소한의 보호장치로 보고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세액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항구 교수는 "세액공제를 도입해도 국내 생산이 줄고, 특히 현대차의 해외 생산이 늘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자칫 중국계 자본이 들어온 중견 3사에 지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연구개발 투자기업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시장 보호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데도 의견이 모였다. 조 위원은 "전기차 국내 시장을 보호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로 "중국과 국내의 전기차 생산비용 차이를 줄이는 조치"를 꼽았다.
이상명 교수는 "'중국차는 불나서 중국에서도 안 탄다'는 식의 내용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며 "주요 의사결정자와 정부 관계자들이 직접 중국과 미국에 가서 보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지금 상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달라는 질문에 "한국은 대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