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이병으로 북한군과 전투"…한국 배경 전쟁 게임, 정치권까지 논쟁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액티비전이 지난 5월 공개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트레일러 영상
액티비전이 지난 5월 공개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트레일러 영상

[파이낸셜뉴스] 북한의 남침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을 다룬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가 국내 스팀 매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한국군 병사의 시점에서 전쟁을 경험하는 이 게임에는 한글 간판과 편의점 등 익숙한 한국의 거리 풍경이 등장한다.

한국의 생활 공간을 구현한 배경과 전투 장면에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남북 분단과 전쟁을 게임 소재로 활용한 데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게임을 안보정책과 연관 짓는 발언이 나왔으며, 국정감사에서는 창작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졌다.

28일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따르면 '모던 워페어 4'는 한국 지역의 '최고 인기 제품' 목록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스팀의 해당 순위는 게임 이용자 수가 아닌 판매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지난 23일 출시된 '모던 워페어 4'는 인피니티 워드가 개발하고 액티비전이 배급한 1인칭 슈팅게임(FPS)이다. 북한의 전면적인 남침으로 전쟁에 투입된 젊은 한국군 병사들과 시리즈의 주요 인물인 프라이스 대위의 작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반도에서 시작된 전쟁은 게임 속에서 세계적인 위기로 확대된다.

게임의 주요 시점 인물은 해병대 박현준 이병이다. 이용자는 박 이병을 통해 예상하지 못한 전쟁에 투입된 한국군 병사들의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초반부에는 한국군 병사들이 평범한 거리를 순찰하던 중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한글 간판이 있는 골목과 편의점 등 일상적인 공간은 공격 직후 전투 현장으로 바뀌며,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일상이 무너지는 상황이 묘사된다.

이용자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스팀에 등록된 한국어 평가 605건 중 87%가 긍정적으로 평가해 '매우 긍정적' 등급을 받았다. 이용자들은 "정치 성향이나 좌우 따질 것 없이 게임 자체가 재밌다", "현실에서 진짜 일어날 법한 연출이라 몰입감이 미쳤다", "이게 바로 정훈교육이다"라는 반응을 남겼다.

개발 과정에서는 한국의 실제 생활환경을 게임에 반영하기 위한 작업도 이뤄졌다. 개발진은 한국 이용자들이 익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거리와 상점 등의 세부적인 요소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엑스박스 공식 매체 'Xbox Wire'와 인터뷰한 알렉스 노리스 인피니티 워드 어소시에이트 디자인 디렉터는 한국 문화를 논의하기 위한 사내 채널을 별도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한국계 구성원들의 경험을 개발에 반영했으며, 간판에 적힌 문구의 의미부터 편의점 내부 구조와 식품 진열 위치까지 세부적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남침을 가정한 게임 내용은 정치권에서도 다뤄졌다. 지난 20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북핵 관련 발언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해당 게임을 언급했다. 안 의원은 "북 도발의 위험을 모르겠으면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라도 해보십시오"라고 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게임이 북한의 남침 상황을 다룬 점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북한의 남침을 묘사했다는 이유로 눈살을 찌푸리기보다 이 게임이 던지는 질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그날이 다시 온다면 우리는 '준비'되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반면 남북 간 전쟁이 끝나지 않은 현실에서 한반도 전쟁을 오락 콘텐츠로 만드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세라 손 영국 셰필드대 한국학 선임강사는 지난 5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소재를 선택한 것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을 둘러싼 논쟁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으며, 영화와 게임에 창작의 자유를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지난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영화 '암살자(들)'에 대해서는 창작의 자유를 인정하면서 가상의 한반도 전쟁을 다룬 게임에는 유통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이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게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사전 검열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한승곤 기자


#스팀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4 #인피니티워드 #북한남침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