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도약을 먹선으로…석창우 '손끝의 물음표' 29일 개막 [fn 아트스냅]
서울 모두미술공간서 12월 5일까지
인체드로잉·군상부터 점 연작까지
일기·사진·다큐로 창작 과정 조명
김연아의 도약이 가로 4.8m 종이 위에 먹선으로 펼쳐진다. 석창우의 '김연아 트리플 러츠'(2014)에는 선수의 움직임과 이를 온몸으로 그려낸 화가의 몸짓이 함께 남았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오는 29일부터 12월 5일까지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별관 모두미술공간에서 '석창우: 손끝의 물음표'를 연다. 장애예술인 집중조명전의 첫 전시로, 인체드로잉과 문자추상부터 올해 점 연작까지 작업의 변화를 짚는다.
■온몸으로 그려낸 힘과 속도
산업재해로 양팔을 잃은 석창우는 다섯 살 아들에게 참새를 그려주며 그림을 시작했다. 서예와 인체 크로키를 익힌 그는 전통 수묵화에 인체를 빠르게 그리는 서양 크로키를 결합한 '수묵 크로키'로 나아갔다.
2014년 소치와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는 수묵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갈고리 형태의 의수에 붓을 고정하기까지 시행착오도 거쳤다. 석창우는 27일 모두미술공간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부드러운 붓이 표현하는 게 굉장히 나한테 맞았다"고 말했다.
전시 제목은 의수 끝의 둥근 갈고리에서 가져왔다. 자신의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고 표현 방법을 찾아온 과정을 담았다.
스포츠 연작은 경기 영상을 거듭 관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선수의 자세와 힘이 응축된 순간을 찾고, 붓을 휘두르거나 몸을 돌리며 그 움직임에 반응한다.
'작가의 연습장'(1998~2010)은 이런 필선의 바탕을 보여준다. 인체의 세부를 묘사하던 그림은 반복적인 연습을 거치며 일부를 생략하거나 비율을 길게 늘인 형상으로 변했다. 붓을 닦은 흔적과 잘못 그은 선도 작업 과정의 일부로 소개한다.
'군상'(2010)에서는 굵은 붓질과 먹의 번짐으로 인물들이 겹치고 얽힌다. 인물 하나하나의 세부보다 서로 기대고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가 화면을 채운다.
■꽃과 군중에서 찾은 추상의 리듬
인체의 움직임을 향한 관심은 색과 점으로 이어졌다. 계기는 2019년 유럽 여행이었다. 이탈리아의 말 축제에서 내려다본 군중과 꽃 축제에서 마주한 색채가 추상 작업의 실마리가 됐다. 작가는 사람의 머리만 보여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올해 작품 '추상'에서는 구체적인 인체 대신 점과 흐름이 에너지를 전한다. 크고 작은 점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화면은 군상의 또 다른 변주다. 형태가 달라져도 움직임을 향한 관심은 이어진다.
집에서 작업하는 그는 종이를 펼쳐 그린 뒤 완성한 부분을 말고 다음 부분을 펼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번 전시에는 가로 7m에 이르는 작품도 나온다.
석창우는 사고 뒤 꾼 꿈에 대해 "꿈속에서는 양손이 있었는데 작품으로 표현을 하게 되니까 그 꿈이 없어지더라"고 말했다.
컴퓨터로 작성한 일기와 필름 사진 등 아카이브는 작품 이면의 일상을 전한다. 모두미술공간이 제작을 지원한 16분짜리 다큐멘터리 '닻'은 주변 인물의 인터뷰와 사진, 작품 자료로 삶과 작업을 살핀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11월 14·26일 수묵 크로키 워크숍, 21일 작가와의 대화가 열린다. 영유아가 종이 위에서 점과 여백을 표현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전시는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리며, 관람은 무료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