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재단 통합 앞두고… 제주, 공단 분원·환경기관 이전 제안
제주도, 서울 공공기관 4곳 방문 추진
통합 후 에너지교육·복지 기능 유치 구상
녹색기술·환경산업기술원도 이전 제안
대전과 유치 경쟁… 정부 연말 결정 변수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도가 정부의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 통합을 계기로 한국에너지공단의 전문기능을 수행할 제주 분원 설치를 제안한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는 본원 이전과 제주 현장을 활용한 연구·실증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28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조선희 제주도 기후에너지국장과 현광민 탄소중립정책과장은 이날 서울에 있는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한국에너지재단, 국가녹색기술연구소,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4개 기관을 방문해 유치제안서를 전달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정부가 올해 4·4분기 발표할 예정인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과 공공기관 기능개혁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제주도는 기관 전체 이전뿐 아니라 지역 에너지·환경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전문기능의 분산 배치도 추진한다.
가장 구체적인 제안은 한국에너지공단 제주 분원 설치다. 정부는 지난 9월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서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과 한국에너지재단을 한국에너지공단에 통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에너지 정책과 기술에 대한 교육·정보 제공, 국민 소통을 담당한다. 한국에너지재단은 저소득층 주택의 에너지효율 개선과 냉난방 지원 등 에너지복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제주도는 통합 이후 이들 기능을 제주에서 수행하는 전문 분원 설치를 제안할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분산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제주를 에너지교육·복지 사업의 현장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한국에너지공단은 이미 제주시 노형동에 제주지역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지역본부는 에너지효율과 재생에너지 보급, 지역에너지사업 등을 담당한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에는 기후기술 정책연구와 국제협력 기능의 제주 이전을 제안한다. 제주에서 재생에너지 기술을 실증하고 운영 과정에서 확인한 성과와 문제점을 국가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연구 결과를 개발도상국과 도서국의 기후기술 협력사업에 활용하는 방안도 협의할 계획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는 환경기술의 현장 검증과 사업화를 중심으로 이전을 요청한다. 폐기물 처리와 자원순환, 수자원 활용, 해양환경 등 제주지역 현안을 해결할 기술을 실제 현장에서 시험하고 기업의 사업화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관광산업과 연계한 친환경 인증 확대, 제주 환경기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도 협력 과제에 포함됐다.
다만 두 기관의 유치를 놓고는 다른 지역과 경쟁이 예상된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노동조합은 지난 9월 2일 대전시와의 간담회에서 대전 이전을 요청했다. 대전시는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연구관리기관 집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노조의 이전 희망과 기관 차원의 최종 결정은 별개지만, 지역 간 유치 경쟁이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도 아직 대상 기관과 배치 지역이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수도권 잔류 공공기관을 최소화하고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관련 기관을 모아 배치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지역 산업·대학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올해 4·4분기 이전계획을 마련하고 2027년부터 선도기관 이전에 착수할 방침이다.
제주는 앞서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을 포함한 6개 기관을 핵심 유치 대상으로 제시했다. 지난 9월 17일에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 본원 제주 이전을 제안하고 에너지 연구개발 협력을 논의했다.
이번 기후·에너지 분야 기관 방문은 기존 핵심기관 유치 전략에 더해 전문 연구와 에너지복지, 환경기술 실증 기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제주도는 기관 이전에 필요한 청사와 입지, 직원과 가족의 주거·교육·교통 등 정착 여건도 협의할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관련 중앙부처를 방문해 유치 논리를 설명하고 후속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조선희 제주도 기후에너지국장은 "제주의 기후경제 정책과 각 기관의 전문성을 연계해 유치 방안을 구체화하겠다"며 "기관의 운영 여건과 직원들의 정착 수요를 반영해 중앙부처 및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제주도의 제안이 실제 이전 대상 선정과 조직·인력 배치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재생에너지와 환경기술의 실증 여건뿐 아니라 기존 기관과의 기능 중복, 이전 직원의 정착 지원,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산업 연계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