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 과반 실종…이란 전쟁 불씨 커지나
출구조사 야권 52석·네타냐후 50석…양측 모두 과반 실패
연정 협상 장기화 땐 네타냐후 과도정부 집권 지속
전문가 "정치 교착 속 이란 공격 가능성"…트럼프 승인 변수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이스라엘 총선에서 어느 진영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생존과 이란 전쟁의 향방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네타냐후 총리가 과도정부를 이끌며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작전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중동 전문가들은 정치적 교착이 오히려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주요 방송사들의 총선 출구조사에서 가디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야권 연합과 네타냐후 총리 진영은 초접전을 벌였다. 채널13과 공영방송 칸(Kan)의 수정 출구조사에서는 양 진영이 각각 51석으로 동률을 기록했다. 채널12는 야권이 52석, 네타냐후 진영이 5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추가 수정 조사에서는 야권 52석, 네타냐후 진영 50석, 아랍계 정당 18석으로 전망됐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총 120석으로 과반은 61석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은 개별 정당 가운데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집권 연합 전체로는 과반에 크게 못 미쳤다. 야권 역시 아랍계 정당의 협조 없이는 정부 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아이젠코트와 일부 야권 지도자들이 아랍계 정당과의 협력에 부정적이어서 정권교체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총선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처음 실시된 전국 단위 선거다. 투표율은 77.7%로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야권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가 곧바로 물러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총선 이후 대통령이 각 정당과 협의해 정부 구성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에게 연립정부 구성 권한을 부여한다. 지명된 후보에게는 최대 42일의 협상 기간이 주어지며 실패하면 다른 후보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최종적으로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재선거까지 실시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정부는 과도정부 형태로 국정을 운영한다. 연정 협상이 수개월간 이어질 경우 네타냐후 총리는 선거에서 과반을 잃고도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총선의 교착 상태가 오히려 네타냐후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야권이 정권교체에 필요한 의석을 결집하지 못하면 네타냐후가 과도정부 총리로 계속 집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요시 메켈버그 선임연구원도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네타냐후가 수개월 동안 권력을 유지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특히 과도정부 역시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요한 군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스라엘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총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중동 전문매체 알모니터는 지난 23일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데니스 시트리노비츠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어느 진영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스라엘의 독자적인 이란 공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군 정보당국에서 이란 분석을 담당했던 시트리노비츠 연구원은 네타냐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이란을 공격한 뒤 이를 계기로 통합정부 구성을 추진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명확한 집권 권한을 확보하지 못한 총리가 이 같은 군사작전을 추진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겠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전문가가 제시한 시나리오로, 실제 공격 계획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선거운동 기간 이란 정권의 위협을 제거하고 전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군 참모총장 출신인 아이젠코트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움직임이 명확하게 확인되는 경우에만 전면적인 군사작전 재개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 중부사령부와의 긴밀한 조율을 강조하며 독자적인 군사행동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이란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또 다른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 지지했지만 추가 군사작전을 둘러싸고는 양측의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초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에 대한 새로운 공동 군사공격을 추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군사비 부담이 미국 경제와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추가 확전은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알모니터는 이스라엘의 추가 군사작전이 미국의 승인이나 직접적인 군사 지원 없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결국 이스라엘의 연정 협상과 미국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이란 전쟁의 다음 국면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 역시 변수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의회 권력을 확보할 경우 국방예산과 무기 판매 승인 등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군사작전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아이젠코트가 차기 총리가 되더라도 이스라엘의 대이란 강경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는 아이젠코트가 네타냐후의 정치적 리더십과 극우 연정에는 반대하지만 안보 문제에서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