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美, 러시아에 또 '당근'...경유 무역 늘리고 국부펀드 제재 풀 수도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美 에너지 장관, 러시아 경유 무역 확대 가능성 묻자 "그럴 수 있다"
러시아, 이미 美에 유조석 3척 보내...4번째 선박 28일 출항
러시아 경유 무역이 "당근"이라고 언급. 우크라 종전 협상 유인책
경유 무역 허용에 이어 러시아 국부펀드 제재 해제도 검토 중

지난 4월 1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해협을 통과하는 '아기오이 파넨데스'호. 해당 선박은 이달 러시아에서 경유 4만t을 싣고 미국으로 출발했으며 다음달 7일 뉴욕에 도착할 예정이다. 말타 선적의 해당 선박은 이달 미국과 러시아가 맺은 경유 합의에 따라 미국으로 가는 첫번째 러시아 경유 운반선이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1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해협을 통과하는 '아기오이 파넨데스'호. 해당 선박은 이달 러시아에서 경유 4만t을 싣고 미국으로 출발했으며 다음달 7일 뉴욕에 도착할 예정이다. 말타 선적의 해당 선박은 이달 미국과 러시아가 맺은 경유 합의에 따라 미국으로 가는 첫번째 러시아 경유 운반선이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 경유를 수입하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의 경유 무역 확대를 허용하고, 러시아 국부펀드를 제재 목록에서 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정부 측은 이러한 모든 조치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위한 "당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에너지부의 크리스 라이트 장관은 27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CNBC에 출연해 러시아가 미국 및 세계를 향해 경유 수출을 확대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출발하는 유조선이 늘어날 수 있냐는 질문에 "꽤 그럴 수 있다"면서 "러시아 앞에 당근을 놓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는 지난 18일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 면제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제시하는 당근"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내 경유 가격 상승으로 선거 유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러시아의 경유 수출제재를 일시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국제 시장에 경유를 공급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상·하원은 지난 2022년 4월 표결에서 러시아를 원산지로 하는 원유, 정제 석유 제품,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제품 등의 미국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아울러 상·하원은 지난 8~9월 사이 '린지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을 가결했다. 해당 법률은 러시아 석유 제품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나 제재 회피를 돕는 국가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는 법률이다. 트럼프는 지난 16일 행정명령을 통해 린지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의 적용마저 유예했다.

재정난에 시달리던 러시아는 서둘러 경유 수출에 나섰다.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노박 부총리는 27일 발표에서 러시아 경유를 실은 유조선 3척을 이미 미국으로 보냈으며, 28일에 4번째 선박이 출항한다고 알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척의 유조선이 미국 동부해안에 다음달 7일, 9일, 11일 순서로 도착한다고 예측했다. 7일 도착하는 유조선은 2023년 7월 이후 미국에 반입되는 첫 러시아산 경유다.

라이트가 27일 언급한 수출 확대의 규모와 행선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는 9일 발표 당시 러시아가 미국을 포함한 국제 시장에 즉시 경유 30만t 이상 공급하고 11월 중에 추가로 50만t을 공급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이후 100만t을 더 공급하고 자국 정유시설 상태에 따라 300만t을 추가 공급한다고 주장했다.

CNBC는 현재 전 세계 경유 수요가 일평균 2800만배럴이라며 트럼프가 언급한 물량으로는 가격을 잡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공급하는 1차 물량 30만t을 한 달 기준으로 환산하면 일평균 약 7만5000배럴, 2차 물량 50만t은 일평균 약 12만4000배럴 수준이다.

관계자들은 트럼프 정부가 경유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러시아에 또 다른 당근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27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접촉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 직접 투자 펀드(RDIF)'의 제재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22년 2월 당시 RDIF와 미국 시민의 금융 거래를 막는 제재를 시행했다. 해당 펀드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로 푸틴의 비자금 창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러시아 관계자는 RDIF가 이달 러시아 경유 선적 및 운송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지원을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 측은 상업적 거래가 러시아에게 미·러 관계 회복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입장이다. NYT는 해당 논의에 대해 경제적 압박을 통해 러시아의 행동 변화를 끌어내려 수년간 지속해온 미국의 노력을 크게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AFP연합뉴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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