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 불편에서 출발한 도전' 이지컴퍼니, AI 자율추종 기술개발
영광 여성·청년기업, 제조업 혁신 도전
산단공 오픈이노베이션 통해 HD현대삼호와 PoC·사업화 추진
【영암(전남광주통합특별시)=김현철 기자】 조선소 현장은 중장비 이동이 잦고 자재가 밀집된 고난도 작업 환경이다. 그만큼 건조 중인 선박의 청소도 어렵다. 이에 대형 청소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협소 구역 정비와 작업자의 피로도·안전 개선을 위해 기술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박인영 이지컴퍼니 대표는 29일 HD현대삼호 영암조선소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초기 창업기업이지만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을 통해 대기업의 기술실증(PoC)을 지원 받아 제품까지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이지컴퍼니는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추종 스마트 이동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술기업이다. 스마트 이동 플랫폼은 작업자를 인식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 이동하는 장비다. 이지컴퍼니는 라이다(LiDAR)와 초광대역(UWB) 등 거리 측정·위치 인식 기술을 활용해 작업자와 장비 사이의 거리를 파악하고 실제 작업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장에서 확인한 문제를 제품 개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기술 구현 자체보다 작업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능을 파악하고 현장의 의견을 제품에 반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박 대표는 "창업 전 안전·품질 업무를 수행하면서 작업자분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았고 그 과정에서 반복되는 불편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알게 됐다"며 "이러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해 실제 현장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자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야심차게 창업했지만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뛰어난 기술력이 있어도 초기 기술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검증과 수요 확인이 중요하다. 그러나 초기 창업기업을 믿고 실제 현장에 투입해 검증을 도와주는 기업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난관에 부딪혔을때 이지컴퍼니는 산단공의 도움으로 HD현대삼호와 만났다.
이지컴퍼니가 HD현대삼호의 실증 파트너로 최종 낙점된 것은 '센서 융합 기반 자동 추종 청소로봇' 기술 때문이다. HD현대삼호는 기존 유럽에서 수입하던 청소 장비의 한계를 극복하고 조선 현장에 특화된 로봇을 이지컴퍼니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봤다. 실제 방문한 축구장 330배 규모의 영암조선소는 자재와 장애물이 수시로 이동해 기존 대형 청소차로는 대응이 어려웠다. 이것이 HD현대삼호가 작업자를 안전하게 인식하고 따라오는 이지컴퍼니의 원천 기술에 주목한 이유다. 이지컴퍼니는 조선소 고유의 협소 구역과 위험 요소를 반영한 전용 로봇을 성공적으로 공동 개발하고 현장 작업자의 안전과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모범적인 상생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박 대표는 "최종 청소차는 조선소에 최적화된 높이와 문 등 HD현대삼호가 필요한 사항에 맞춰 만들 것"이라며 "추후 물류나 농업 쪽에도 이 기술을 적용해 다양하게 쓸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청년기업도 기술력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앞으로도 작업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현장의 수요를 제품에 반영하고 기술개발을 실질적인 사업화 성과로 연결해 의미 있는 제조업 창업 사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HD현대삼호는 PoC를 통해 현장 적합성과 안전성, 청소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면 현장 부서들과 협의해 정식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성과가 입증된 우수 사례는 그룹 내 다른 오픈이노베이션 팀과 관계사에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HD현대삼호는 2030년 스마트 조선소를 목표로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장 부서의 요청에 따라 스타트업하고 진행할 PoC 주제들을 매년 100여건 선정해 실제 40건 정도를 진행 중이다. 조선소 현장의 안전과 공정 효율화는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우수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HD현대삼호가 스타트업과의 협력에 힘을 쏟는 것은 개발 속도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비교적 결재 과정이 간단해 협업하면 필요한 기술들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문성이 없는 부문에 대해 기술개발을 하면 2~3년이 걸리지만 기술력이 있는 스타트업과 협업하면 빠르면 3~4개월 만에 제품을 만나 볼 수 있다.
박광열 HD현대삼호 전략기획팀 책임매니저는 "앞으로도 현장 인프라와 실증 기회를 제공하고, 스타트업은 혁신 기술을 현장에서 검증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산단공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유망 스타트업을 지속 발굴하고 지역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현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