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147일 만에 열린 투표지 상자...안에선 '옥신각신', 밖에선 "생중계"[르포]

최은솔 기자, 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촬영 허용 놓고 오전 내내 공방...방송사 카메라 2대 녹화 허용
오후 2시께 본격 계수 착수...경기장 밖 시위대 500여명 운집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의 6·3 지방선거 투표지 공개 검증이 진행된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1-3 출입문 인근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이 "생중계"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성현 기자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의 6·3 지방선거 투표지 공개 검증이 진행된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1-3 출입문 인근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이 "생중계"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생중계! 생중계!"
28일 낮 12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시위대 수백명이 경찰 바리케이드 앞에 모여 검증 과정의 생중계를 요구했다. 같은 시각 경기장 안에서는 투표지 검증 절차를 둘러싼 참관인들의 이의제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6·3 지방선거 이후 147일 만에 봉인된 투표지 상자가 열리는 날, 경기장 안팎은 검증의 투명성을 둘러싼 공방으로 분주했다.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명하기 위한 이태한 특별검사팀은 이날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서울 송파구 투표지 약 247만장에 대한 공개검증에 나섰다.

검증은 △보관 장소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한 외부 침입 여부 확인 △보관 상자 봉인 상태 및 투표지 수량·기표·인쇄 상태 확인 △투표지분류기 등 관련 장비의 오류·해킹 가능성 확인 등 3단계로 진행된다. CCTV 분석은 특검 사무실에서 별도로 이뤄진다.

경기장 내부에는 투표지 계수기 4대씩을 올려놓은 테이블 40개가 줄지어 놓였다. 테이블마다 계산기와 파란색 골무, 흰 고무장갑 등이 준비됐고, '유·무효 투표 예시' 안내문도 비치됐다. 검증 지원 인력과 형광색 조끼를 입은 참관인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검증 시작을 기다렸다.

이날 현장에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도 참관인으로 참석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검증에 앞서 촬영 제한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특검팀이 개별 사진·영상 촬영을 불허하자 야당 의원과 일부 참관인들이 투명성 확보를 이유로 반발하면서 오전 내내 절차가 지연됐다.

협의 끝에 특검은 방송사 카메라 2대의 녹화 촬영을 허용하되 생중계는 불허하기로 했다. 개별 참관인의 촬영 금지 원칙도 유지하는 대신 여야가 각각 지정한 1명에게 촬영장비를 제공해 이상 의심 투표지를 촬영하도록 했다.

이태한 특검은 오전 11시 49분께 검증 개시를 선언했다. 이후 참관인 입회하에 경기장 내부 보관실에서 투표지 상자를 옮겨와 봉인 상태를 확인했다. 상자는 선거 종류별로 분류된 뒤 40개 계수부로 전달됐다.

오후 2시께부터는 각 계수부에 투표지 상자가 배부되면서 본격적인 계수 작업이 시작됐다. 선관위 직원들은 투표지를 한 장씩 육안으로 살핀 뒤 계수기에 넣어 수량을 확인했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여야 의원과 참관인들은 계수 과정을 지켜보며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 일부 참관인과 특검팀 사이에서는 검증 절차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상이 의심되는 투표지는 별도로 분류해 추가 감정하고, 특이사항이 없는 투표지는 집계부로 옮기는 방식이다. 집계부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투표지는 다시 봉인해 선관위가 지정한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게 된다.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에 대한 임의검증 절차를 밟았다. 이날 오전 경기장 검증 현장. 사진=최은솔 기자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에 대한 임의검증 절차를 밟았다. 이날 오전 경기장 검증 현장. 사진=최은솔 기자

경기장 밖에서는 검증 과정의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낮 12시께 경기장 1-3번 출입문 인근에는 시위 참가자 500명 이상이 운집했다. 상당수가 중장년·노년층인 이들은 경기장 진입을 통제하는 경찰과 바리케이드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생중계"를 연호했다.

확성기를 잡고 구호 제창을 주도한 한 남성은 "모든 언론사가 들어가 현장을 생중계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조작 가능성이 다분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현장 곳곳에는 '재검표는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특검은 247만표 검증을 선관위에 맡기지 마라'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부정선거 반드시 밝히자', '올공 열사님의 뜻을 기리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담긴 근조화환도 줄지어 놓였다.

현장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생중계'라고 적힌 손팻말을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핫팩과 물, 컵라면을 제공하는 부스도 눈에 띄었다.

시위 현장을 생중계하는 유튜버들과 '올공과학검증단'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참가자들도 있었다. 이 조끼를 착용한 70대 남성 김모씨는 "부정선거가 벌어진 마당에 안에서 무슨 일이 실시간으로 일어나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다"며 "생중계를 막으면 또 다른 의심이 늘어나 검증 절차 전체를 믿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email protected] 최은솔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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