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완치됐는데 머리카락은 그대로… 방치하기 쉬운 '지속성 탈모'의 실체 [이선민의 헤어리부트]
[파이낸셜뉴스] "항암 끝난 지 1년이 넘었는데 정수리가 여전히 비어 보여요." 대부분의 항암탈모는 치료가 끝나고 수개월 안에 회복되지만, 일부에서는 회복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는다. 암 치료를 마쳤다는 안도감 뒤에 찾아오는 이 문제는 생각보다 많은 암 경험자가 겪지만, 어디서 상담해야 할지 몰라 방치되기 쉽다. 종양내과에서는 암 치료가 우선이고, 일반 탈모 진료에서는 암 치료 이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항암탈모 회복이 더뎌지는 이유는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지속성 항암탈모'가 찾아왔을 때다. 모낭 줄기세포가 손상되면 모발 수가 줄거나 가늘고 짧은 모발만 남는다. 두 번째는 항암 후 호르몬 치료를 이어할 때다. 유방암에 쓰는 타목시펜이나 아로마타제 억제제는 정수리와 앞머리 모발이 가늘어지는, 여성형 탈모와 비슷한 양상을 일으킬 수 있다. 수 년 간 복용하는 약인 만큼 영향도 오래 이어진다. 세 번째는 원래 있던 남성형·여성형 탈모 소인이 치료를 계기로 드러나는 경우다.
머리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면 사정이 또 다르다. 방사선에 의한 탈모는 조사 부위에만 생기고, 받은 선량이 높을수록 모낭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가능성이 커진다. 같은 '항암 후 탈모'라도 원인에 따라 회복 가능성이 전혀 다른 셈이다.
항암탈모는 일반 탈모 치료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원인이 다르면 접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모발 밀도와 굵기를 확대 촬영으로 측정하고, 탈모 부위의 분포와 모발 상태를 확인한다.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철 결핍처럼 회복을 방해하는 다른 요인도 함께 살핀다. 무엇보다 암 종류, 받은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이력, 현재 복용 중인 호르몬치료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치료 기록을 챙겨 상담에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
특히 일반 탈모 치료를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라면 호르몬에 작용하는 약물은 신중해야 하고, 종양내과 주치의와의 상의가 필수다. 반면 미녹시딜처럼 호르몬과 무관하게 모발 성장을 돕는 치료는 지속성 항암 탈모나 호르몬치료 관련 탈모에서 개선을 보였다는 보고가 있다. 두피 상태에 따라 다른 보조 치료를 병행하기도 하지만, 반응은 개인차가 크고 효과를 판단하려면 최소 수개월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시작해야 한다.
일상 관리도 치료의 일부다. 단백질과 철, 아연 등 모발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도록 식사를 챙기고, 두피를 강하게 긁거나 자극하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근거가 불분명한 고가의 제품이나 민간요법에 기대기보다, 원인을 확인한 뒤 검증된 치료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편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길이다.
항암탈모는 항암 치료가 끝난 후 일정 기간 동안에는 계속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항암이 끝났다고 곧바로 모발이 다시 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항암이 끝나고 6개월이 지나도 뚜렷한 회복이 없거나, 호르몬치료 중 모발이 눈에 띄게 가늘어진다면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모낭이 남아 있을 때 시작하는 것이 결과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암을 이겨낸 뒤 되찾고 싶은 일상에는 거울 속 익숙한 모습도 포함돼 있다.
/이선민 모멘텀헤어라인의원 원장
[email protected] 김현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