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 비만주사, 미용약인가 치료약인가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하지만 치료가 꼭 필요한 사람은 비싸서 못 맞고, 비만이 아닌데 날씬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이 처방받는 것이 현실이다. 숫자가 이를 보여준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올해 7월까지 2100만개 넘게 약국과 의료기관에 공급됐다. 마운자로 처방의 52.9%는 20~30대였고, 10대 처방도 다달이 늘고 있다.
정작 진료실에서 만나는 고도비만 환자들의 사정은 다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비만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고 하면 환자들이 난감해한다. 너무 비싸서 중간에 그만두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비만율이 높은 취약계층일수록 이 약은 더 멀다. 10~20대에서는 비만을 경제력 부족의 표시로 여기기도 한다. 한 고등학생은 "위고비 살 돈이 없어서 뚱뚱한가 보다"라는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약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위고비의 용량별 공급가는 0.25㎎ 약 21만~26만원, 최고 용량 2.4㎎ 약 37만~42만원이다. 마운자로 출시 이후 위고비 값이 낮아졌다지만 여전히 비싸다. 마운자로는 2.5㎎ 27만원에서 12.5·15㎎ 67만원까지 한다.
현재 비만치료제는 '비급여'다. 건강보험 밖에 있다 보니 국가는 가격도, 처방에도 손을 대지 못한다. 올해 상반기 마운자로의 국내 공급액은 1조120억원이다. 같은 기간 일본은 한국보다 2배 넘는 물량을 쓰고도 금액은 오히려 적었다. 일본은 마운자로를 건강보험으로 관리하며 정부가 약가를 정하고 판매가 크게 늘자 지난 8월 약가를 25% 더 내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으로 '원정 처방'을 떠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처방 관리도 마찬가지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서 중복·용량 경고가 떠도 처방을 바꾼 비율은 위고비 2.8%, 마운자로 5.8%에 그쳤다. 체중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비대면 처방과 원내 판매도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꺼낸 카드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이다. 무분별한 사용을 막자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현장의 우려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경고 딱지가 붙고 부작용만 부각되면 약의 위험을 꼼꼼히 따지는 진짜 환자들이 먼저 치료를 망설인다. 미용 목적으로 맞는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다. 대한당뇨병학회도 미용 목적 사용과 질병 치료를 구분하지 않는 일률적 규제는 필요한 치료의 문턱만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만은 외모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질병이다.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인구는 약 565만명, 당뇨병 전단계는 1177만명이다. 당뇨병 관련 연간 진료비만 3조7000억원이다. 비만은 당뇨병과 고혈압, 심혈관질환, 만성콩팥병의 출발점이다. 의약품의 역할도 아픈 곳을 고치는 데서 건강을 지키고 관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비만 치료에 대한 투자는 미래 합병증 진료비를 줄이는 예방 투자다.
재정이 한정된 만큼 체질량지수(BMI)가 높고 동반질환이 있는 고위험군부터 단계적으로 보험을 적용하면 된다. 본인부담률을 높게 두더라도 일단 건강보험 안으로 들여와야 누가, 누구에게, 얼마나 처방하는지 국가가 들여다볼 수 있고 약가 협상의 근거도 생긴다. 처방기관과 대상 기준을 엄격히 정하고 비급여 처방까지 DUR로 점검하는 체계도 함께 갖춰야 한다.
급여화가 '주사만 맞으면 된다'는 신호가 돼서도 안 된다. 이 약들은 끊으면 체중이 다시 늘기 쉽고, 생활습관 교정 없이 빠진 체중은 근육 손실을 동반할 수 있다. 보험 적용은 식사·운동 요법과 근육량, 동반질환 개선 여부를 함께 살피는 장기 관리 프로그램과 묶여야 한다. 약값만이 아니라 치료 과정을 지원해야 한다.
치료받지 못한 고도비만 환자는 몇 년 뒤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환자로 진료실에 다시 들어서게 된다. 그 비용은 결국 건강보험이 떠안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