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피부처럼 튼튼한 '인공피부' 나왔다… 쪼그라드는 한계 극복 [언박싱 연구실]
<72> 고려대 기계공학부 정석 교수팀 용기 부착·기저막 복원 기술 개발 OECD 독성 및 자극성 기준 충족 동물실험 대체할 정밀 환경 구축
[파이낸셜뉴스] 고려대학교와 미국 에모리대·조지아공대 공동 연구진이 배양 중 쪼그라들거나 용기에서 떨어지는 기존 전층 인공피부의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진은 용기 벽면에 홍합 성분의 접착 물질을 바르고 세포가 자라는 틀(지지체)에 경계막(기저막) 성분을 더했다. 이를 통해 실제 피부와 구조가 비슷하면서 오랫동안 형태가 유지되는 전층 인공피부를 제작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향후 화장품이나 의약품의 피부 안전성 및 자극성 평가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피부는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대표적인 연구 도구다. 실제 사람 피부와 유사한 실험 환경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연구진은 인공피부가 뒤틀리는 원인을 세밀하게 파악했다. 속피부(진피)를 구성하는 '섬유아세포'가 겉피부 바탕 물질인 콜라겐 1mg당 약 35만 개를 넘어서면, 세포가 잡아당기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틀(지지체)이 용기에서 떨어져 나갔다. 1mL당 30만 개의 섬유아세포를 넣었을 때 일반 콜라겐 농도(2mg/mL)에서는 5일 만에 떨어진 반면, 콜라겐을 3배 진하게(6mg/mL) 만든 틀(지지체)은 9일간 안정적인 형태를 버텼다.
겉피부(표피)를 만드는 '각질형성세포'도 용기를 당겨 변형을 일으켰다. 섬유아세포 없이 각질형성세포만 올려 6일간 배양하자 틀(지지체) 가장자리 높이가 약 1.4mm 내려앉았다. 연구진은 배양 용기 벽에 홍합의 끈적이는 성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접착 물질 '폴리도파민'을 코팅했다. 그 결과 틀(지지체) 높이 감소 폭이 약 0.29mm로 줄었고 세포 이탈 현상도 억제됐다.
이어 속피부와 겉피부 사이를 단단히 연결해 주는 경계막(기저막) 성분을 콜라겐 틀(지지체)에 추가했다. 이를 통해 겉피부 세포가 실제 사람 피부처럼 4개의 층(기저층, 유극층, 과립층, 각질층)으로 차곡차곡 또렷하게 나뉘어 자라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완성된 전층 인공피부는 10일의 배양 기간 동안 떨어지거나 수축하지 않고 형태를 유지했다. 화학물질에 견디는 피부 장벽 기능 평가도 진행했다. 독성 세정제 성분(트리톤 X-100)을 바른 뒤 ET50(독성물질에 노출된 후 세포 절반이 살아남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 4.5시간을 기록했다. 이는 국제 가이드라인(OECD TG431)의 방어벽 성능 기준인 '2시간 초과'를 여유 있게 넘어서는 수치다.
전기 신호가 얼마나 잘 통하지 않는지로 피부 장벽의 촘촘함을 측정하는 시험인 TEER(전기 저항 값)에서도 4557Ω·cm²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들에서 보고된 전층 인공피부 모델들의 수치(400Ω·cm² 미만)보다 훨씬 촘촘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피부 자극성 시험(OECD TG439)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자극성 물질 5종과 비자극성 물질 5종을 바르고 반응을 관찰한 결과, 비자극성 물질은 모두 자극이 없다고 정확히 판정했다. 자극성 물질 중 일부 성분(1-브로모헥세인)은 세포 생존율이 높게 나와 자극성으로 걸러내지 못했으나, 전반적인 구분 성능은 기존 인공표피 모델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고려대 기계공학부 정석 교수와 미국 에모리대·조지아공대 박성진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고 고려대 원지희 박사가 제1저자로 작성했다. 삼성전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국제 학술지 '마티리얼스 투데이 바이오(Materials Today Bio)'에 게재됐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