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뱅크런 신속 대응"…금융위, 금융회사 정리제도 개정 추진
부실 금융기관 신속정리 절차 면제..불안 확산 방지 이해관계자 손실 사후 보전
[파이낸셜뉴스] 비대면 금융거래의 규모와 회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동시에 커지는 디지털 뱅크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를 도입한다. 부실이 발생한 금융기관을 신속하게 정리하는 절차를 마련해 시장에 불안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미국 금융당국이 실리콘밸리뱅크 뱅크런 당시 수습한 사례를 참고해, 이해관계자의 손실을 사후 보전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4·4분기 관계부처와 협의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정부입법 형태로 추진할 방침이다.
29일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부실 확산에 신속·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금융위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관련 제도 도입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금융회사 정리 절차가 대폭 간소화된다. 기존 144일이 걸리던 부실(우려) 금융회사 정리 절차가 3~4일로 줄어들어서다. 금융감독원이 개입하던 각종 절차가 생략된다.
앞서 미국과 영국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에서 확인된 시스템 리스크의 신속한 차단 필요성에 따라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를 도입·정비했다. 위기 상황에서 공익상 필요한 경우 절차를 면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다양한 정리 방식을 통해 단기간 내 금융시장 안정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3년 미국 SVB 사태에서는 예금 약 30%가 단기간에 인출되는 뱅크런이 발생했다. 미국과 영국 당국은 각각 4일, 3일 만에 신속정리 절차를 완료해 시장 불안을 빠르게 진정시켰다.
미국은 시스템리스크 결정(SRE)에 따라 FDIC가 입찰절차와 실사 없이 자산·부채를 이전할 수 있고, 영국과 EU는 신속정리 시 입찰절차 생략, 잠정실사, 지분이전의 우선 효력 등 절차 면제와 사후 손실보전(NCWOL)을 채택하고 있다. 2023년 스위스 크레딧스위스(CS) 사태에서도 신속정리제도가 단기간 내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
하지만 현행 한국의 금융회사 정리제도는 금산법과 예보법에 따라 감독당국은 부실 발생 시 적기시정조치와 정리 처분을 단계적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의 실사, 각종 절차 준수 등으로 인해 부실 포착부터 계약이전 결정까지 약 150일이 소요된다. 금융위와 예보는 이러한 장기간의 절차가 정리비용 증가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또 시장불안 확산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실 규모가 정리 결정 이후 약 1.2배로 확대된 사례에 근거한 판단이다.
금융위는 부실 확산 전 선제적 개입과 각종 법적 절차 면제를 통해 신속한 정리를 가능케 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신속정리제도의 적용 대상은 예보기금 자금지원이 가능한 은행(농·수협 제외), 보험(재보험 제외), 증권사, 저축은행, 금융지주회사 등이다.
신속정리제도는 부실 및 부실우려 금융기관 중 시스템 리스크가 우려되는 예외적 상황에서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발동된다. 이때 적기시정조치 등 기존 처분만으로는 시스템 리스크 방지가 어려운 긴급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금융위, 재정경제부, 금감원, 예보, 한국은행 등 유관기관 협의를 거친다. 정리방식은 금산법상 임원 직무정지, 관리인 선임, 영업정지, 계약이전, 제3자 인수, 주식 소각·병합, 인·허가 취소 등 다양한 조치 중 최적안을 선택할 수 있다.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계약법상 입찰절차,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 상법·금산법상 주주총회·채권자 보호 등 각종 절차가 면제된다. 예보는 1~2일 내 잠정실사를 실시하고, 이후 사후 확정 실사를 거친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심사도 면제되며, 적격금융거래의 조기종결·정산은 최대 2영업일 정지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해 신속정리로 인한 손실이 청산·파산 시보다 크지 않도록 사후적으로 예금보험기금에서 보전한다. 정리 종료 후 외부 전문기관의 정산실사를 통해 손실액을 산정하고, 차액을 보전하는 절차가 마련된다. 또한, 금융위는 처분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정리비용, 후속 매각 상황 등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다.
[email protected] 박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