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 시술 후 시작된 탈모... 당장 장치를 빼야 할까 [김진오의 탈모탈출]
[파이낸셜뉴스] 생리통 완화나 월경 과다 치료, 피임을 목적으로 피임 루프(자궁내 피임 장치) 시술을 받는 여성 중 일부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다. 눈에 띄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는 것이다. 피임 루프 시술이 탈모를 유발한 것은 아닌지, 당장 기구를 빼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먼저, 해당 시술을 받는다고 해서 모두가 탈모를 겪는 것은 아니다. 공식 허가 자료와 약물 감시 데이터에 따르면 시술 후 탈모가 발생할 확률은 전체 사용자의 5% 미만으로 보고된다.
부작용의 기전은 명확하다. 산부인과에서 주로 처방하는 호르몬 루프는 레보노르게스트렐이라는 합성 황체호르몬을 자궁 내에 방출한다. 이 호르몬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과 유사한 성질을 일부 띤다. 소량의 호르몬이 전신 혈류를 타고 돌다가 안드로겐에 민감한 유전적 소인을 가진 모낭에 작용하면, 모발의 성장기가 짧아지고 가늘어지는 안드로겐성 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한 연구에서도 호르몬 루프를 시술받은 그룹이 호르몬이 없는 구리 루프 그룹보다 시술 후 새롭게 탈모를 겪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특정 시술 후 부작용이 생겼다면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의학적 원칙이다. 장치를 빼면 호르몬의 영향이 사라져 모발도 원래 상태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기구를 제거했을 때 환자가 감당해야 할 이전의 증상들이다. 장치가 사라지면 심한 생리통과 월경 과다 증상이 어김없이 다시 나타난다. 과거의 통증을 다시 감수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치를 당장 제거하기 전, 반드시 감별할 조건이 있다. 해당 증상이 겉보기에는 호르몬 장치가 유발한 단일 부작용 같아도, 실제로는 다른 신체적 원인이 겹쳐 있을 가능성이 있다.
호르몬 루프 시술 후 탈모를 겪은 환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를 보면, 상당수에서 체내 저장철을 의미하는 페리틴 수치가 정상보다 크게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이들은 시술 전 오랫동안 월경 과다를 겪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속적으로 철분을 잃어왔을 확률이 높고, 모발은 영양 결핍 상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보통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빠지기 시작한다. 즉 오랫동안 누적된 빈혈로 인한 휴지기 탈모가 장치 시술 시점과 우연히 겹쳐 나타났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따라서 시술 후 탈모가 시작됐다면, 혈액 검사를 통해 페리틴 수치와 갑상선 기능 등을 먼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5% 미만의 확률로 발생한 호르몬성 탈모인지, 빈혈에 의한 휴지기 탈모인지 진단한 후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다.
만약 탈모의 주된 원인이 누적된 철분 결핍이라면 섣불리 장치를 제거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장치를 뺀 후 출혈량이 다시 늘어나면 빈혈이 악화돼 탈모가 심해질 수 있다.
이렇듯 치료는 발생 가능한 여러 변수를 확인하고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선택하고 찾아가는 과정이다. 탈모 증상이 있다고 해서 조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 빠지는 머리카락의 정확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진단하고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김진오 뉴헤어모발성형외과 원장
[email protected] 김현선 기자




